생존신고서 형설지공 조회수 38 2019-05-21 22:16:38 |
그동안 제가 글이 뜸했습니다. 뻘짓(?)하느라 제대로 신경을 못 썼네요 ㅎㅎㅎ;;; 앞으로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1. 심리적으로 부침이 심했다.
늘 같은 실수로, 늘 같은 문제로 스트레스받고 해결하지 못한 적이 정말 많았다. 오후에 나 자신이 맛탱이(?) 가는 것. 미루기를 밥 먹듯이 하는 것. 생각이 너무 많아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 크게 위 세 가지 문제가 나를 괴롭힌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지만,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계속 이 문제들을 외면하고 회피하려고 했다. 이 문제점에 빠지면 한도 끝도 없이 나락에 빠지고 그저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반대로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뿌듯함을 느꼈을 때는 우쭐한 마음에 계속 밀어붙였다. 긍정과 부정을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허비 하였는지! 아깝지만 지금 와서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다. 나는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자세가 있다고 들었다. (내 장점(?)이려나? 아무튼, 잘 모르겠다) 슬럼프는 예고 없이 매시간 찾아온다. 내가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다시 떠올리며 다시 심기일전하는 자세로 임할 생각이다.
2. 거창하고 치밀한 계획보다는 평정심
최근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 제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내 마음이 불안하다면 실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가올 미래를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경우가 정말 많았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려고 하는 것일까?” 위 두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 자기애로 귀결되는 것이다. 내게 가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서 이렇게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삶의 목표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나는 물질적인 보상으로는 잘 안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진지한 자세로 이성과 생각을 적절히 활용하며 먹구름처럼 뿌연 생각을 밝혀내는 것이 나에게는 궁극적인 즐거움임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는 자기애가 결여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살았고, 지나치게 눈치 보며 살았다. 이를 통해서 얻는 것이라고는 조급함과 불안함이었다. 혹자는 이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 나는 그런 감정에 빠지고는 지키지도 못할 ‘거창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나를 저주하였다. 어리석었다.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면 나는 이러했다. 비교를 통해 열등함을 깨달으면 불안해하며 말도 안 되는 ‘거창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 계획에 어떻게든 나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애당초 달성될 수 없는 목표인 데다가 완벽히 달성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지쳐서 포기하고 위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결국은 발전 없이 제자리에만 머물고, 남들은 저 멀리까지 도달해 있기에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를 돌봐줘야 할 사람,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대할 생각이다. 내가 나를 믿지 않는데 누가 나를 믿어주겠는가?
3. 잘 쉰다는 것이 무엇일까?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적절한 휴식은 필요하다. 기계도 쉼 없이 돌리면 망가진다. 그런데 나는 맘 편히 쉬어본 적이 여태껏 없는 것 같다. 그저 나를 몰아붙이기만 했을 뿐 쉬더라도 항상 죄책감을 느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괴로워하고 고통받았다. 후회 없이 한번 제대로 쉬어보고 싶다. 가슴 벅차오르게 ‘아!’라고 외치면서 기쁜 마음으로.
4. 다시 만난 김산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마음에 한국사를 공부하던 삼수 시절에 선생님으로부터 [아리랑]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나는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 운동이 너무 외울 게 많아서 고통받고 있었다. 아직은 수험생 신분이었기에 수능 끝나고 읽었다. 이 책은 김산이라는 한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다룬 자서전 내지 회고록이다. 그때는 지금까지 배웠던 항일 무장 투쟁의 역사가 한 인물의 시점으로 녹아 들어가 있다는 것에서 감회가 새로웠다. 딱 이 정도의 감상만 느끼고 덮었던 책인데, 필독서 목록에 있길래 요 며칠 틈틈이 읽었다. 이번에는 독립운동사 중 있었던 개별적 사건에 집중하지 않았고, 김산이 그 과정에서 형성되어가는 가치관에 주목하며 읽었다. 그는 정말 강인하고 정직하며, 이상을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 약점에 부끄러워하지만, 인정하고 대면할 줄 알았던 진정으로 위대한 인간이라 생각한다. 그는 뛰어난 학식을 갖추고 있지만, 이론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몸소 실천하고자 했던 진정한 인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문에서 리영희 선생은 힘들 때마다 [아리랑]을 들춰봤다고 언급하는데, 그 이유를 몸소 깨달았다. 그는 이상향에 도달하고자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단히 인간다웠다. 티끌 하나 없는, 완전무결한 사람들의 전기는 감흥이 일지 않는다. 그런 전기들을 읽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그들은 나와 다르다고 구별 짓게 된다. 오랜만에 가슴으로 울며 책을 읽었다. 그의 모든 것을 닮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