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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프로피온
Level 3   조회수 94
2019-06-08 23:02:41
그러니깐 저는 오랫동안 심한 무기력에 시달려왔습니다.

정말 너무 오래되고 까마득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마 2017년 여름쯤일거에요

 

그 때 처음으로 병원을 갔습니다.

제가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간 이유는

제 무기력을 제가 견딜 수 없어서였습니다.

(물론 무기력 말고도 어딘가 이상한게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콘서타를 먹으면서 주의력이나 산만함 특히 과잉행동이 많이 줄었습니다.

근데 그 과잉행동이 줄어든 그 공백이 저한텐 너무 낯설었습니다.

콘서타를 먹으면서 효율이 좋아졌고

시간도 조금씩 남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몰랐습니다.

 

그렇게 무기력은 저를 점차 침식시켜갔습니다.

도망치듯 떠난 유럽여행에서도 사실

밖에 안나가거나 그냥 조금 돌아다니거나 한 시간이 더 많았을겁니다.

새로운걸 해보고 싶어 나갔지만

그때의 저는 너무도 무기력했습니다.

 

조금 괜찮아지다가도

무기력이 자꾸 저를 잠식시켜버렸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정신적, 체력적으로 너무 쉽게 지쳐버려요.

 

근데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로 약 6개월간은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여행으로 돈은 다 써버렸는데

알바를 할 정신적, 체력적 여유가 없었거든요.

 

약 6개월 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저는 푸록틴이라는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그걸 1년 조금 안 되게 먹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주일 정도 안 먹으면 급 우울해지는 걸로 보아 효과가 있긴 한가봅니다.

먹어도 먹은 건가 싶어서 자꾸 까먹는데

그게 누적되면 우울해져요

 

콘서타로 과잉행동을 잡았고

ssri로 제 우울함은 잡았는데

저의 무기력은 여전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빠져 나와지지가 않더라구요

움직이려고 해도 다시 며칠 뒤면 침대와 한몸이고

뭐 그런 삶이지요.

 

약 한달전 부프로피온이라는 성분의 약이 추가 되었는데

무기력에서 한결 벗어난거 같습니다.

적어도 사람이면 안 귀찮을 일들이

안 귀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약을 먹은 뒤로는 밥때를 거의 안 놓치고 있네요.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는데에는 콘서타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잘 맞는 약을 찾아서 기쁘긴 한데

 

약을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뭐... 일단 살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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