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꿈. 형설지공 조회수 35 2019-06-17 23:38:52 |
눈물의 짜장면을 먹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아 일찍자려고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먹고 잤다.
여간해서 잘 꾸지 않는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이 불쾌하다.
과거의 사건이 재현되는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현역으로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일찍 입학한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삼수로 대학에 들어간 후에 술 진탕 먹고 네게 "너 까짓거 이제 별거 아니네. 고등학교 때까지는 네가 잘했을지 몰라도."
지금껏 20대를 얼룩으로 가득채워오고 있는 와중에 그의 예언은 정말로 실현이 되었다. 난 아직도 헤매고 있는데 그 친구는 학과가 적성에 잘 맞았는지 자기 앞길을 잘 찾아서 가고 있다.
누군가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못한 사람이 바닥을 깔아줘야 하는데 그게 이 세상이 요구하는 내 역할인 듯 하다.
그 사람이 꿈 속에 나타나서 "넌 여태껏 뭘 하고 살았길래 아직까지도 대학을 다니냐? 학점도 형편 없네." 라고 하더라.
마음 아픈 말이지만, 충격이 크지 않았다. 나로서도 달리 어찌할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휴학 생각이 많이 난다. 휴학이 도피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다들 그런다.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조급한 마음 못 버리고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그 결과가 좋을까 싶기도 한다.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학교를 다닌다... 학교가 무슨 대책이기에 학교를 다니려는 것인지.
학교를 혼자다니는 입장에서 나 하나 없어진다고 눈에 띄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복학한 인간들도 저들끼리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면 이것도 재능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숙면, 늘 같은 기상 시간, 유산소 운동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지만 10년 넘게 공부를 하면서도 제대로 공부를 하는 법을 잃어버린 내 입장에서 끈기 있게 뭘 해낸다는 것은 0에 수렴한다.
죽음을 애써 외면해왔지만 가끔 문득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오늘이 그 날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