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posts

명예의전당



글보기
나는 ADHD이다
Level 3   조회수 86
2019-07-07 18:15:50


나는 ADHD다
유치원에서 장기자랑 연습을 할 때
나는 '미'음이 나는 노란색 종을 흔드는 담당이었는데
화장실가고싶다는 말을 못해서
그대로 서서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고작 다섯살이었지만
그때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 상태를 표현하는거에 굉장히 섣불럿고
조용한 내성적인 아이였다

초등학교 입학 후 늘 먼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도 어머니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어릴때부터 나는 고분고분했지
크게 말썽을 피운 적은 없어서였다.
친구들을 이끌기보다는 따르는 쪽이었고
동네 리더 같은 아이를 항상 뒤따랏다
이런 친구들은 이견이 많지않고 잘 따라주는 나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는 의젓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그렇게 말 잘듣는 착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부모님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겠지
학업도 크게 뒤쳐지지 않았고 수학과목에도 관심이 높고 잘했으니

하지만 이때부터였는지 내 뇌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줄곳들었다 남들보다 늦은 반응에 한박자 라는 별명이 따라왔었고 대화면에서 순발력 자체가 남들보다 한참 늦었다 리액션도 뻔하거나 진부했고 남들의 재치는 나에게는 사치였다 겁은 많았고 지루함을 못견디고 컴퓨터 게임을 중독 수준으로 좋아했다
할 때마다 심하게 몰입했고 무엇인가에 몰입하면 엄마가 불러도 대답을 못하고 정신이 없었던거보면 이때부터 ADHD 성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글읽는게 지루하고 글 자체에 집중을 시작하는게 어려웠으며 수업시간엔 늘 다른 생각으로 멍하니 있었고
수업내용은 당연히 다놓치고 혼자 공부할때도
집중자체가 안되었다.
당황하면 어버버하며 말을 마무리하지못해
대화의 어려움을 겪기 일쑤였고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에서도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피해다녔다.

말수는 늘 없어왔던것 같다
나는 말을 아끼려하는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건에 대해 그냥 할 말이 안떠올라서 못했을 뿐
생각에 버퍼링이 많이 심한편이여서
단체 모임에서는 늘 조용한 편이었다
대화 중 필요한 타이밍에 기억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아 내뱉는건 너무 어려웠고 말주변이 어두워 대인관계가 더 무서워졌던것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거도 부담이었고 재치없는 내가 너무 자신이 없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혼자 다른생각을 하다가 대화를 놓치기 일쑤였고 혼자 논점을 놓치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 엉뚱이 라고 불린적도 있었다

ADHD는 늘 함께였다 처음 알바를 시작해서 주문을 포스기에 잘못 입력하거나 음식을 반대로 나가 혼날때도, 처음 운전을 배우는데 남들보다 주의력과 습득력이 늦어 많이 괴로울때도, 남들이 대화 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며 질문을 할때 나는 블라블라 하며 헛소리로 얼버무릴때도 말이다.

겉은 너무나 정상이지만 정상같지 않은 나를 사랑해주기는
너무도 어려운 숙제였고 자기원망은 깊은 우울속에
나를 가두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나에대한 이해를 바랬고 남들에게 기대를 바라면 곧장 실망하기 일쑤였다
내가 아닌 남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는 느껴진다.. 내가 나를 꺼내주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다행히도 요즘은 내가 나이가 들어 경험적으로 받는 피드백들로 인해서인지 약물치료를 시작해서인지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것같긴하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부족하다

어쩌겠는가, 나는 ADHD인것을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