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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8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

#1. 사실 늘 게시글을 올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를 위해서 참고 있는데 잘 되지 않네요. 오늘은…

#2. 저한테는 참 많은 아침이 있어요.

  • 편안하게 일어나서 오늘 뭘 하자는 생각이 들고 나도 모르게 밥을 먹고 양치질도 하고 있으며 힘이 충분한 아침
  • 어젯밤 수면유도제의 효과가 굉장해서, 아침에 가족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말소리가 들리는데도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는 아침
  • 아침이 가까운 시간에 들어와서(어젯밤 시간관리의 실패) 11~14시에 일어나는 아침…아침?

#3. 첫번째 아침이 모두가 바라는 아침이겠죠… 이런 아침이면 저도 바로 메디키넷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 공부하는 장소로 가서, 책을 펴고 한 삼사십분 집중을 하면서 공부에 관심을 모은 다음에 약을 먹으면 괜찮게 공부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세 번째 아침이 지속되고 있어요. 이럴 때는 다소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메디키넷을 바로 먹습니다. 첫 번째 아침에서 당연하게 해내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서요. 일단 일어나기!

#4. 이 부작용은 방금 토성고양이님의 글에서 세이건이 말한 통찰력이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좀 하이하다고 느껴요. 예전에 갔었던 아르콘 행사(지도자 행사!)에서 강의해주신 의사선생님이(그때 옆에 소망님이 계셨는데)

‘그런 고양감은 우리가 약을 처방하면서 기대하는 효과가 아니다. 오히려 약효가 들면서 우울하다고 보일 정도로, 아이 어머니들이 아이가 우울해보인다고 할 정도로 침착해지는 게 바람직하다. 약효가 떨어지면서 다소 정말로 우울해질 수는 있지만 약을 먹는순간 하이해진다면, 그건 약을 바꾸는 게 맞다.’

고 하셨는데,(혹시 소망공 들으신 것과 다르다면 정정 부탁드려요…ㅋㅋㅋ) 최근에 가고 있는 동네 병원 선생님은

‘약을 먹는데 약이 ‘세다’고 느끼는 것은 보통 두 가지다  잠이 안 오거나, 너무 하이해지거나.’

고 하셨어요.

#5. 이 두 말을 한 마디로 해석할 수도 있고 완전히 상반된 말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두 번째 인용문의 ‘세다’를 약의 작용기전 자체가 너무 강하게 작용해서 약을 바꾸어야 한다’로 해석하면, 이것은 약의 용량을 줄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라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저한테 똑같이 메디키넷을 주셨고(물론 저도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두 견해가 상반되는 걸로 보여요. 즉 두번째 선생님이 ‘너무 하이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적정 용량’을 주면 되는 문제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6. 첫 번째 선생님의 견해가 듣고 싶긴 하지만 이 자리에 안 계시군요. 어쨌든 저는 메디키넷과 함께하는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이 하이함, 혹은 통찰력은 제가 에이앱에 글을 쓰는 것을 참기 힘들게 만듭니다. 머릿속으로 자꾸 글의 구조가 짜지고, 세상의 존재가 아름답게 느껴지고, 인간은 더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느끼고, 세이건이 말한 것처럼 나중에는 허황되다(혹은 이런 글을 써서 참 부끄럽다)고 느낄 것들을 쓰게 만듭니다. 제가 #3에서 ‘책을 펴고 한 삼사십분 집중을 하면서 공부에 관심을 모은 다음에 약을 먹’는 것은 그런 통찰하이(?)를 막고 에이앱에 글을 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저는 실패자이지요…(자학해도 슬프지 않아요 하이하거든요?!)

#7. 그래서 저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 하이함에 ‘꼬리표 붙이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꼬리표 붙이기는 제가 짝사랑의 침투사고(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망상들)에 저항하다보니 익히게 된 스킬인데,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 시점에, 사고가 뻗어나가는 마인드매핑의 맨 위에 <믿을 수 없음>이라고 붙여놓고 상기하면서 마인드매핑을 멈추는 스킬입니다. 즉 지금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되겠지요. ‘글을 쓰는 것은 한 시간만 하자. 어차피 믿을 수 없으니까.

#8. 내가 정말로 adhd냐보다, 약이 삶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는, 이 약이 정말로 내게 맞냐보다 약효를 내가 바라는 쪽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데아를 봐 이데아를! 참값을 보란 말이다!

ADHD 자체가 null값처럼 보입니다…혹은 글자깨짐이요…

우린 다 이 부분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맞는 약을 찾고, 약효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요.(논문이 아니니까 결론은 진부해도 괜찮겠지요.)

#9. 한시간까지 4분 남았네요. 이미 아침은 아니게 되었지만 ㅠㅠ 열심히 살아가 보겠습니다. 에이앱에 글 쓰는 것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돼요…

“2018.08.08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의 6개의 댓글

  1. 글로나마 울무나겨님의 근황을 듣네요 ㅋ
    그리고, 정정할건 없습니다! ㅋㅋ

    울무나겨님, 혹시 8/11 (토) 초저녁에 정모를 진행하려는데 오실 수 있나요?

    1.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공부할것들이 많아서(평소 좀 하지…) 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즐거운 정모 되길 빌게요! 다시한번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2.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약의 부작용은 전혀없고, 사실 효과도 그렇게 눈에 띄지가 않는데
    막상 약을 중단하고 일주일,이주일이 지나면
    주의나 집중이 필요한순간마다 겁을먹게돼요
    약을 먹어야 내 기능이 적절하게 발휘될텐데 하는 생각때문에요
    겨님의 글을 읽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약이랑 상관없이 일상에 좀 새로운 자극이 발생하면 조절하기 힘든수준으로 흥분되는것같아요. 쓸데없는말이 많아지고 이것저것 다 잘할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
    이게 ‘하이함’으로 표현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그리고 과도하게 차분해서 어쩌면 우울해보이는 상태가 저에게는 가장 편안한 상태인것같아요. 그리고 그게 원래 제 모습일수도 있는거죠…

    1. 오 쓸데없는 말이 나오고 제어하기 힘든 수준으로 흥분하는 것은 약발이 떨어졌을 떄의 저입니다… 활발하지만 동시에 우울해하고 있지요…(지금) 글에 쓴 하이함은 좀 더 밝아요 ㅋㅋㅋ 흥분했더라도 통제력 하에 있죠… 이상한 실수도 안 하고요…

      근데 약 안 먹으면… 전 약 안 먹으면 진짜 뭐… 진짜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부주의하고 실수가 많아져요… 과거 내내 그랬다는 걸 알았지요… 먹어도 띨빵한 인간이지만 안 먹으면 인간이 아니라…자극에 반응하는 설치류처럼 돼요… 그래서 계속 먹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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