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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7 일기

#1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동네에서 보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돈가스가 먹고 싶어서 약속 장소를 합정으로 변경했다.

꽤나 알려진 맛집이었기 때문에 대기자가 많을거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지만 재료가 소진 되서 장사를 마감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쉬운대로 홍대에서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3년만에 간 것 같은데 여전히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도착했다.

친구와 만난 동안에는 안정되고 붕 뜬 기분이었는데 집에 오니 가라앉음과 동시에 울적해졌다.

#2

인생에 세이브와 로드가 있다면 그래서 실수를 무를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몇번이고 생각을 한다.

미련 갖지 않으려고 해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나보다.

#3

지난 몇주 동안 매우 따뜻한 날들이 이어졌다.

살면서 이렇게 따뜻함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견고해보였던 얼음 벽은 믿을 수 없을만큼 매우 빠르게 녹아내려갔다.

그러나 벽이 낮아질수록 욕심은 높아만 갔다.

욕심이 높아질수록 덩달아 불안감도 높아졌다.

끝내 더는 버틸 수 없게 되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4

나는 겁이 많다. 그래서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벽을 넘어서야 하는 순간이 오면 겁을 먹고 제자리에 주저 앉거나 벽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최대한 달아났다.

나의 불완전함과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미숙아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5

사실 나도 알고있다. 평생을 도망다닐 수 없다는 것을.

언젠가는 그 벽을 넘어서야 하는 시간이 온다는 것을.

하지만 너무도 두려웠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미뤄왔다.

그런데 이제는 더 미룰 수 없게 된 것 같다.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의 끝이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때가 되었다. 이제는 벽을 넘어서야 할 시간이다.

#6

성숙한 사람이 되자.

겉과 속이 다르지 말자.

계산하지 말자.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자.

말을 내뱉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자.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자.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남 탓 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자.

다른 사람이 해주길 기다리지 말자.

#7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불완전함을 지니며 산다.

세상은 완벽한 사람들로 인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들이 만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부족함을 두려워하지 말자. 자책하지 말자.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자.

그래 나 불완전한 사람이다. 네가 불완전한 것처럼.

“190207 일기”의 3개의 댓글

  1. 세이브 기능이 없으니까 매 순간이 소중하고 의미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도 시간 흥청망청 쓰고 지나간 일 후회하는게 일상이라서 자격이 없네요ㅋㅋㅋㅋ

  2. 뭘 미루고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저도 제가 뭔가를 자꾸 미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6에서 말씀하신 것들도 그렇고요… 알고 나면 한마디로 간단할 것 같은데, 아직도 뭘 미루고 있는지 확실하게 모르겠어요…
    오늘 쓰신 글이 왠지모르게 무지 와닿네요.

  3. 1. 저도 친구를 만나거나 맛있는걸 먹거나 게임을 하거나 푹 쉴 땐 정말 편하고 행복함을 느끼나
    회사에 들어만 가면 우울해지고 불안감이 상승하네요 ㅜ
    쌀국수 먹고싶어요…
    2. 게임을 하면서 항상 세이브와 로드를 하는데 인생도 그럴 수 있다면… 하지만 생각나는 가사가 있네요.
    ‘세상의 모든 게 한번에 이뤄지면 그건 정말 싱거울테니’
    5. ‘문을 열고’, ‘먼지를 털고’ 같은 노래제목처럼 다시 일어선다는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제 벽을 넘어서야 할 시간이라니 넘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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