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계속 똑같은 채로 몇 달을 보냈더니 친구가 그러더군요. 병원을 바꿔보라고요.
뉴로피드백을 일단 20만원 카드로 결제했으니, 이번 달은 다녀야 할 것 같고,
일단 다른 병원에 가 보기로 했어요. 에이앱에 나와있는 병원 목록 중에 강남에 있는 00 병원에 전화를 했죠.
제가 ADHD 진단을 받았는데, 약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어서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요.
새 병원의 직원분이 복용중인 약도 함께 가져오시라고 했어요.
새 병원에 도착해서,
제가 복용중인 약을 제출한 후에
또 다시 심리 검사와 두 가지 종류의 테스트를 하고, 의사분과 상담을 시작했죠. (내 돈 TTTTT)
저의 상태에 대해 말 했어요. 4번이나 짤렸다고요. 의사분은 심각한 거라면서 계속 얘기해 보라고 했어요.
다 얘기했어요. 지시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부터해서…
그런데, 의사분이 그러더라구요.
제 검사결과(1~10까지의 숫자가 3자리~7자리까지로 만들어진 것을 듣고 그것들을 거꾸로 입력하는 것 ex} a) 3,1,9 -> 9, 1, 3 b) 2,5,9,3,1,6,2 ->2,6,1,3,9,5,2 ) & 1~10까지의 숫자를 10분동안 하나씩 계속해서 불러주는데 그것을 들으면서 3이 나올 때마다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의 그래프가 다른 ADHD환자들과는 다르대요. 그러면서 다른 ADHD환자들의 그래프와 제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비교하는데, 정말 다르더라구요.
다른 ADHD 환자들은 초반에는 3이 나올 때마다 바로 마우스를 클릭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급속히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3이 나올 때 거의 마우스를 클릭하지 못하는 그래프였거든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고르게 3이 나올 때마다 바로 마우스를 클릭했어요. 거의 만점 이었어요.
그리고,
1~10까지의 숫자가 3자리로 만들어진 것, 4자리로 만들어진 것, 5, 6, 7자리로 만들어진 것들을 들려주면 그것을 거구로 만들어서 입력하는 검사결과도 거의 만점 이었구요.
의사분은 제가 ADHD가 아니라고 했어요. 오 마이 갓.
그럼 제가 뭔가요? 하고 물으니,
제가 말한 내용이 ADHD의 증상이 맞지만, 그래프상으로 보면 결코 ADHD가 아니라고 했어요.
잉?? 이게 뭔 소리야..
그래서 제가 ‘그게 무슨 의미예요?’ 하고 물으니,
일단 일주일 치 콘서타를 처방해 주겠대요. 그래서 만약 이 약을 먹고선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느끼면 ADHD가 맞는 거고, 콘서타를 먹어도 증상이 똑같다면 ADHD가 아니라고 했어요.
콘서타는 ADHD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복용해도 아무 증상이 없대요.
전 너무 충격을 받았죠.
전 다니고 있었던 병원의 원장님을 신뢰하고 있었거든요.
내가 ADHD가 아니면 뭐지?
나는 왜 4번이나 회사를 짤린 거지?
나의 병명은 도대체 뭐지?
정말로 미궁속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의사의 오진 때문에 내가 ADHD 환자가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그럼 내 병명은 뭐지? 왜 자꾸 잊는 거지?
전 새로운 병원의 의사분께 질문했죠.
그럼 저는 왜 4번 짤리는 건가요? 왜 상사의 지시사항이 머리 속에서 종합이 되지 않아서 output이 그토록 엉망인거죠? 제 MRI 결과도 머리상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요?
그렇지만 그 의사분도 딱히 정확한 대답을 주지는 않았어요. 일단 콘서타를 복용해 보자고 했어요.
아.
그래서 전 지금 이틀째 콘서타 복용중입니다.
딱히 달라진 건 잘 모르겠구요.
어제 친구가 자기가 한 번 도와주겠다며, 자기가 지금부터 저에게 부탁할 내용을 10가지 적어줄테니 그것을 외우고 자기한테 10가지가 뭔지 말해보라고 했어요.
고양이 목욕시키기, 진공청소기 돌리기, 등등으로 된 10가지 할 일 목록이요.
저는 외웠을까요?
네. 1개 빼고 다 외웠어요.
지금 다시 한 번 외워 볼까요? 왜냐하면 방금 전에 약을 먹었기 때문에요.
(순서 상관없이)
- 고양이 목욕시키기
- 일요일 홍대 태국음식점 같이 가기
- 세탁기 돌리기
- 빨래 널기
- 진공청소기와 걸레로 방 청소하기
- 설거지 하기(확실하지 않음)
- 엄마에게 전화하기
- 지갑에는 현금을 늘 가지고 다니기(카드만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비상시에 현금을 못 쓰니까)
- 운동하기(러닝머신) (확실하지 않음)
아.. 9가지가 생각나네요. 그 중 2가지는 확실하지 않고요.
확인해 볼게요
- 고양이 목욕시키기 (O)
- 일요일 홍대 태국음식점 같이 가기(홍대O, 태국음식 X)
- 세탁기 돌리기 (O)
- 빨래 널기(X)
- 진공청소기와 걸레로 방 청소하기(O)
- 설거지 하기(확실하지 않음)(X)
- 엄마에게 전화하기(O)
- 지갑에는 현금을 늘 가지고 다니기(카드만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비상시에 현금을 못 쓰니까)(O)
- 운동하기(러닝머신) (확실하지 않음)(X)
아..
우유,커피사기
10개의 영단어 외우기
xx공부하기
3가지를 잊었네요.
태국음식은 아니었으니, 3.5개를 잊었네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제가 맞춘 7가지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제가 친구네 집에 있을 때 주로 함께 같이 하던 것들이어서 쉽게 추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오늘은 아예 처음 듣는 정보 10가지로 문제 내달라고 해봐야겠어요.
저는 ADHD일까요 아닐까요? 정말 저도 궁금합니다. 일주일 혹은 이주일 있으면 판명이 나겠죠?
만약 제가 ADHD가 아니라면 무슨 병명일까요?
뭘까요 전?
약간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네요.
왜 저는 상사의 지시사항을 제대로 못 따라하는 걸까요? 대체 왜일까요?
참고로 전 제일 처음 MRI를 찍었었던 병원에서는 기억력이 ‘우수하다’라고 판정받았습니다.
제 머리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러게요… shine님은 뭐가 문제일까요…
증상만 봐서는 adhd 맞는거 같은데..
선생님에 따라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참…
adhd 뿐 아니라 정신과 질환이라는 것들이 문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럴 때 참 답답하죠.
다른 질환처럼 mri 같은 걸로 딱 판명이 되면 좋으련만.
그리고 숫자 거꾸로 입력하기 (shine님이랑 한 거랑 제가 한건 방식이 좀 다른 거 같지만)는 저도 만점이었어요.
모든 adhd가 다 똑같은 양상을 보이진 않아요. 이 안에서도 천차만별인 거 같아요.
*근데 아토목세틴 덕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지 않았었나요?
네, 아토목세틴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우울증도 많이 개선됐었어요. 그리고 어떤 날은 걸리는 것 없이 쭉쭉 일이 진행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전 여전히 회사일을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엉성하게 했어요. 하긴 하는데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결국 짤리고 말았죠.
만약에 제가 회사업무만 못하는 거였다면 그냥 제가 일을 못하는 직원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일상생활 속에서도 여전히,
지갑은 놓고 나와서 버스정류장까지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서 지갑가져가기,
물건을 어디에 놓았는지 잊어버리기,
안 잊어버리려고 물건을 아주 정확한 어떤 장소에 넣어두고선 그걸 못 찾아서 하루 종일 찾아 헤매기,
이런 자잘한 실수들 때문에 하루가 완전히 비틀어진다는 것,
계속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가 지쳐버리는 것,
들이 계속 반복되었어요.
머리는 분명 맑아졌는데, 그리고 느껴지는 기억감각, 지각감각도 예전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게 상승했는데, 정보기억을 잘 한다거나 그렇지 못했거든요
뭔가 발동이 걸리면서 이것저것 잘 할 때도 분명히 있었는데, 그 빈도수를 보면 그래요.
어제도 분명히 언니가 ‘언니 결혼식 전에 가족 상견례가 있으니까 꼭 하루 전에 와’라고 며칠 전부터 약 3번에 걸쳐서 카톡으로 저에게 알려주고, 가족단톡방에서도 말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아, 내일 아침 상견례장소로 바로 가면 되겠구나
하고 언니에게
‘나 내일 상견례 장소로 바로 갈게’
라고 말을 해서
가뜩이나 완벽주의자이고 모든 일을 완벽한 계획하에 처리하는 저희언니가 잡은,
살아온 날 중 가장 중요한 날인 가족 상견례 전날 기어코 저희 언니의 속을 뒤집어놓고 말았죠.
그것도 모르고 저는 다음날 상견례를 위해서 숙면을 취하려고 핸드폰을 무려 ‘무음’으로 해 놓고 잠을 잡니다. (알람은 무음으로 해 놔도 울리니까요)
다음 날 저는 다행히도 제가 생각한대로 아침 7시에 일어났어요.
오후 12시가 상견례였기 때문에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준비하려고 핸드폰을 보는 순간…!!!
아…
언니가 그 전날 밤에 보낸 7개의 카톡메세지와,
가족단톡방에 언니가 너무 화가나서 저에게 화를 내며 말했던 메세지와,
언니의 전화 1통
이 와 있었어요.
언니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저의 행동에 울분을 토하며(저희 언니는 계획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을 정말 싫어합니다.) ‘내가 너에게 뭘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간 맞춰서 집에서 다 같이 출발하자는 것 약속도 지키지 않다니. 약속을 그렇게 가벼히(or 가벼이?) 여기다니’라고 하며 저희 언니 선에서 말 할 수 있는 가장 화를 내는 어투로 저에게 메세지를 보냈어요.(참고로 저희 언니는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쓰지 않는 FM인간 이거든요. 정말로 FM이예요. 인생 자체가.)
저는 지금도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왜 전 언니가 며칠에 걸쳐서 저에게 보냈던 카톡메세지 3개 – ‘그 전날 집에 와. 다 함께 10시 반에 출발할 거야’ – 를 듣고도, 그리고 언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 결혼식의 첫 번째 과정인 가족상견례에 관한 언니의 부탁을 왜 왜 왜 지키지 못했을까요.
분명히 들었고, 알고 있었는데. 왜 상견례날 바로 상견례 장소로 혼자 가서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분명 저희 언니 성격을 알고 있는데요. FM성격. 거의 40년동안 그랬는데.
저는 왜 언니말을 듣고도 머리속으로 ‘아 지금 나는 바로 집으로 가서 내일 다 같이 상견례 장소로 가야되는구나’라고 정보를 종합하지 못했을까요.
제 머리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못 하는 거잖아요.
참고) 다행히 저희 언니의 ’10년 대기업회사를 근무하며 쌓은 고도의 순발력과 집중력’ 덕분에, 약 아침 10경에 저희집에 저희 가족 4식구를 모두 모아서 한 차례 브리핑을 마친 후 차를 몰고 상견례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사돈어른분들과 예비형부를 만나서 가족상견례를 잘 지뤘죠. 저희 언니는 정말 일 잘하는 직장인이 맞았습니다.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하게 상황정리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상견례장소에서도 세련된 태도로 분위기를 이끌었고요. 그러니 10년동안 근무하고 무려 ‘차장’님을 하고 있죠. 에헴. 제가 괜히 목에 힘이 들어가네요. 저희 언니는 이 같은 긴급상황에서 세련되고 완벽하게 일들을 처리해 나갔습니다.
참고2) 저희 형부는 정말 멋지셨고, 부모님들의 우성 유전자만 물려받으셨더라구요. 형부 짱!!! 🙂
참고 3) 저의 원래 성격처럼 말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3자인 저는 눈에 안 띄게 공기처럼 있었죠. 🙂
어쨌든.
저희는 언니의 완벽한 지도아래 가족상견례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
핵심은,
[제가 또 정보를 종합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거죠.]
그래서 전 계속 궁금합니다.
지능말고 또 다른 지수가 있나 하고요.
EQ IQ 그런 것 말고 또 다른 지수가 있나요? 정보 종합에 관련된?
혹시 아침님은 아실까요?
아침님이 숫자 거꾸로 입력하기에서 만점이시고 만약 다른 분들도 그러시다면 제가 특별히 머리가 좋기 보다는 아마 머리가 ‘정상기준’에 비슷하다는 얘기일텐데, 근데 왜 정보 종합이 안 될까요? 저는 IQ가 높은 것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 뿐이예요.
숫자 거꾸로 입력하기는 정보 종합에 관한 검사가 아닐까요? 단순한 숫자나열이기 때문일까요?
여러가지 input들을 머리 속에 넣고 종합해서 output을 내는 게 안 되는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병명이 있을까요?
논리적 사고가 힘든 건가요 저는?
순발력은 있으나 논리적 사고가 어렵다?
약간 정신지체인가??? 아 무섭네요.
관련 아티클을 찾아봐야겠어요.
** 제가 글을 쓴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답글 남겨주신 아침님 감사드리고 반갑습니다~
물론 많은 검사를 해 보셨겠지만.. 경계성 지능 검사라고 하나..
그런 것을 들어 본 것 같고.. 음.. 그러네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