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미안을 읽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중학생 때 읽고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고 해서 전 초등학교 때 읽어보고 중학교 때 읽어보고 고등학교 때 읽어보고 지금 읽어봐도 별로 감흥이 없네요.
#2
맥주를 한잔 했습니다. 제 취향은 필스너 우르켈이었으나 여름엔 유독 쓰게 느껴져서 바꾸려고 하네요. 혹시 괜찮은 맥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흑맥주류는 땀흘리고 먹기엔 좀 그렇고 가볍게 먹기 좋은 걸로 추천 부탁드려용.
#3
위스키 125ml씩 파는건 만원대인데 너무 비싸요. 이마트에서 살 때마다 손 떨려요. 조니워커 블랙라벨, 시바스 리갈 12년산, 발렌타인 피아니스트, 싼걸로만 골라서 마셔보는데 너무 양이 적네요. 아쉬워요. 위스키 진짜 너무 비싼 것 같아요.
#4
소주는 전 정말로 못 마시겠어요. 링겔의 그 차가운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가는게 느껴져요. 병원 향도요. 구역질이 나지 않으면 이상한 술이라고 생각되는데 잘 마시는 사람보면 신기해요.
#5
한산 소곡주라던지 문배주, 화요같은 전통주도 마셔볼까 하는데 참.. 참.. 비싸요. 평가도 그리 좋진 않구요.
#6
일본 사케쪽이 평가가 좋길래 좀 먹어보려 하는데 이마트에선 많이 팔지 않네요. 코스트코가 집 근처에 있으면 좀 가봤을 것 같은데 전 광주에 사는 사람이라.. 포기한지 오래네요.
#7
제 나이를 고백하자면 20살입니다. 술에 취한 건 아니고 그냥 말해봐요. 뭔가 강렬하게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8
사실 술을 마심으로써 행복해지나 싶어서 알바로 번 돈을 맥주나 위스키로 다 마셔봤는데 글쎄요.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긴 하던데. 아직 잘은 모르겠어요.
#9
홍차에 대한 취미가 차라리 행복해지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마실 때마다 좋아요. 마음이 정말 안정되요. 근데 이뇨 작용 활발해져서 오줌 자주 싸러가는게 폼 엄청 안나요.
#10
밀크티나 짜이나 정산소종이라는 홍차맛인데 향은 연기향이 나는 홍차도 있고 별게 다 있고 좋더라고요. 책을 읽는 쪽과 차를 마시는 쪽으로 제 취미는 굳어갈 것 같아요. 해외직구를 하면 한국에선 50000원인게 7000원이고. 생각보다 싼 취미에요. 차판도 한국선 65000원인게 중국에선 6500원에 팔더라구요.
#11
고민을 하다가 또 몇글자 긁적이자면, 저는 반수생이네요. 고민이 많아요. 이대로 수학도 못하는데 공대에 계속 남아있어서 취업할지, 아니면 문예창작과로 꿈을 향해 떠나는 길을 선택할지, 간호학과를 들어가서 삶의 안정감, 취직은 누가 뭐래도 확실히 보장되는 안정감을 찾을지.
#12
이래놓고 오늘은 문득 두 친구 때문에 우울해져서 하루내내 수능특강 한페이지 풀고 말더라고요. 데미안. 카이사르의 내전기, 폭풍의 언덕, 멍때리면서 놀라울정도로 잘 읽혔어요. 저는 좀 조울증이 있는 것 같네요. 우울할 때 이곳이 현실이 아닌 듯한 몽환같은, 길 가다가 뺨을 맞아도 실실 웃으며 지나갈 듯한 그런 몽환감이 저를 지배해요.
그럴 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책이나 읽습니다.
저는 한순간에 훅 들어오는 그 우울감은 6개월간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어도 딱히 다른게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아예 제가 정신병원을 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고(그, 나이든 사람 특유의 거부감 있잖습니까) 이래저래 고난밖에 없네요.
#13
사실 이러면서도 늘 자신을 의심해요. 그냥 집중안하고 제가 게으른게 아니냐면서 자신을 비웃어요. 어느정도 맞기도 하고요.
#14
결국 집중이 문젠데, 다 포기하고 작업화 사고 막노동이나 뛸까 그런 생각도 자주 들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쪽으로 일하면 안될 것 같아요. 정말 찬물을 뒤집어씌어져도 도무지 이게 현실인 것 같지가 않아 바보같은 짓을 자주 저지르니까요. 무겁고 사고나기 좋은데서 제 몽환적인 기질이 나왔다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질까봐 두려워서 또 진지하겐 좀, 그래요.
#15
우울감이 없을 때는 반수생이라 못풀었던 수능특강을 한권씩 끝내가는데 우울감이 오면 벌레처럼 자빠져있는걸 반복하니 슬슬 멘탈이 약해져와요.
#16
다른 블로거분들을 보면 마음을 터놓을 친구란게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제가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에게 털어놓았다간 뒷소문으로 퍼져나가 비웃음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17
그럼에도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죠. 의지를 다지면서. 그래야해요. 토요일에 행신역에서 견주와 만나 개를 입양할려고 합니다. 견종은 스피치에요. 나이는 1.5살.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처음이에요. 무서워요. 반수생이 개를 입양하다니 그게 무슨 ? 이라는 반응도 생각되는데요.
#18
우울해져서 자빠져 있을 때 개랑 같이 뒷공원이라도 걸으면 훨씬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를 키워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어요. 개가 어떤 존재인지도요.
#19
마지막으로 이렇게 우울하거나 언제나 몽롱하고 읽어도 아무것도 읽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다들 마음속으로 얼마나 의지를 다지며 공부를 해냈는지.. 생각하면 블로거 분들 다들 정말 존경스럽네요.
#1저는 데미안 여러 번 읽었는데 보통 서문만 다시읽어요 ㅋㅋ (그것만으로 치사량의…뽕이…)
#2전 맥주 맛은 다 똑같이 느껴지고 (진짜 맛있는 가게맥주는 맛있다고 느껴집니다) 기린이치방을 동생이 좋아해서 자주 먹어요
#3위스키같은거_먹으면_골로가요..
#4소주 링겔설에 동의
#5~저라근데 사케 데워먹는 건 좋아하…는데 지금 계절의 상태가….
#7아따 부럽따!
#8저는 복용이후 2시간 내에 화장실에 국지성 호우를 쏟아내게 됩니다..
#9 저와 제 카모마일의 모습입니다
#10암만 직구라도 그렇지 뭔 가격차가 그렇게나 나다니
#11간호학과는 취업을 대가로 삶의 안정감을 파먹…
#12 우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남들이 다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나만 모니터 하나 밖에서 보나 싶을 때가 있네요. 행동적으로는 그래서 손조작이 서툴고 감정적으로는 그래서 내 감정 남 감정에 둔감하고, 근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들이나 논리의 차이 같은 것은 나쁘지 않게 보여요.
저희 어머니는 약먹으라고 자꾸 그러셔서, 먹으면 좀 낫긴 한데 부작용에 허덕이면 부모님이 또 속상해하셔서 ㅜㅜ
#13 다른 버전으로 내가 그냥 근성이 없나..
#14 전 그래서 평생 운전대 안 잡을
#15 전 공시생인데 하루하루 공부 시간대가 잠을 못 자다보니 너무 불규칙해요..
#16 그렇군요…
#17~18 전 자신이 없긴 하지만… 네이버에 웹툰 보면 자기 하나를 못 챙기는 사람이 다른 생명을 챙기면서 행복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일단 좀 행복해야 살지 않겠어요…
#19 목적지로 향할 때 어디서 정체하는지는 다 다른 것 같아요. 여기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부분들이 다 다르고요… 저는 대학에서 힘들었던 사람들을 취업이 힘든 지금으로 공감해요. 대학에서 힘들었지만 취업 자체는 그리 극단적으로 버겁지 않았던 사람도 있고 한마디로 으로 이름붙이기엔 컨텐츠가 너무 다르기도 하고요… (오리와 너구리와 오리너구리가) 그리고 뭐 목적지란 게 있을까요. ‘정체’식으로 시간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다 죽음뿐인데…
사람 각자의 목적지는 다 자기 자신이고, 삶은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오솔길이며, 어떤 사람은 몸 위만 사람이고 그 아래는 물고기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사람이 되라고 자연이 던진 돌멩이라고 데미안 서문이 그러지 않습니까…ㅋㅋㅋ(아또뽕이차오르네)
댓글테러 죄송해요 ㅋㅋㅋ
두 분의 철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좋아요를 살포시…ㅎ
글이 따스하게 잘 읽혀요. 글쓴이의 마음씨가 어떨지 상상이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취향의 술을 찾아서 술의 참맛!?을 느껴보셨음 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