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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치료 일대기 -3- (Verandah project –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좀 서툴면 어때
가끔 넘어질 수도 있지

세상에 모든 게 다 한번에 이뤄지면
그건 조금 싱거울 테니

(Verandah project 1집 ‘Day off’ – 괜찮아)

 

이번 편엔 군대에서 있었던 ADHD 에피소드를 말해볼까 합니다.

우여곡절의 에피소드로 힘든 군생활 속에서도 음악은 언제나 힘이 돼줬습니다.

 

  1. 소운동 기술(군화 끈 묶기, 샤워 빨리 하기, 방독면 빨리 쓰기 등) 부족
  • 훈련소에 입소할 때부터 군화끈 묶는게 참 느렸습니다. 원래, 운동화 끈을 묶을 줄은 알았으나 잘 묶는게 아니라 잘 풀어지게 되어 20살의 나이에 엄마한테 신발끈 묶는걸 다시 배웠었죠… 군대에서는 전투준비태세를 한번씩 하는데 이럴 때는 전투화를 빨리 신고, 군장도 싸고 하는 등 상당히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리 빨리 하려 해도 잘 못했습니다. 당연히 방독면 쓰는 것도 시간이 좀 걸렸고요.

 

  • 샤워하는 것도 빨리 한다고는 하는데 빨리 안돼서 샤워 중 한 단계를 빼고 샤워하기도 했습니다. (바디클렌저로 몸을 씻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폼클렌징으로 세수하는 거 하나하나가 한 단계라면 이 중에 한 단계를 빼 샴푸로 머리를 안 감고 샤워시간을 단축시키는거죠.

 

2. 청지각 난독

  • 말귀를 진짜 상대방이 열받게 만들정도로 못 알아들었습니다… 군대에서는 행정병 쪽의 사무직 뿐만이 아니더라도  지시사항이 많습니다. 분대장이든 선임이든 간부든요. 지시사항이라는게 거창한 거도 있지만 정말 사소하고 자잘한 잡일까지 다 포함되죠.

 

  • 위병소(부대 정문으로 차량이 출입하는 곳) 경계근무를 설 때였는데 선임과 같이 서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진입하면 차량을 멈춰세우고 차량번호를 확인하여 위병조장(선임)에게 차량번호를 무전기로 말해줍니다. 만약 상시 출입하는 차량 같은 경우 위병조장이 신분확인하고 신분이 확인되면 안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그러나, 들어온 차량은 처음 오는 차량이었습니다. 위병조장이 신분확인이 안된다면서 무전기로 ‘신xx 갖다줘!’ 이러는 겁니다. xx는 제가 잘 못듣게 되어 그런겁니다. 다시 되묻는게 좀 그렇고 워낙 자주 되묻다보니 혼날까 싶어 되묻지 못했고 그 순간에 저의 근처에 ‘신문’이 보이는 겁니다. 제가 추측을 해보니 ‘신문 좀 갖다줘’ 라고 말한걸로 추측이 되는거죠.                                                                                 그래서, 바로 신문을 위병조장에게 갖다주니 ‘야 이… 참나… 신문 말고 신분증!!!!!!!!!’ 이러더군요… 그렇습니다. ‘신문 좀 갖다줘’가 아니라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  갖다줘’ 였습니다. 아… 차량은 계속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중이고….  주위 상황을 보면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갖다주는게 맞을텐데 전 그 순간에 신문이 보여 엉뚱하게 신문을 갖다준거죠…                                                                                    주위 흐름과 분위기 파악이 잘 안되죠..

 

3. 부족한 친화력으로 인한 좋지 않은 대인관계

  • 저 말고도 생활관에는 말썽인 사병이 있었습니다. 지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거나 늦장을 부린다거나 해야할 걸 안한다거나 하는 태만이죠. 그러나, 그 사병은 친화력이 꽤 좋았습니다… 그 사병이 처음에 잘못한걸 크게 혼내는걸 하더니 나중에는 크게 혼내지도 않더라고요. 잘못해서 뭐라하면 그 사병은 팔짱을 끼거나 친근한 스킨쉽을 해대면서 ‘아 XXX 병장님, 잘하겠습니다 ㅋㅋ 봐주십시오 헤헤’ 이러면 대부분의 선임은 ‘그래, 임마. 잘해라 ㅋㅋㅋ’ 이러면서 넘어가죠. 제가 잘못하면 ‘야 똑바로 안하냐? 몇번째냐? 아나 답답한네 진짜!’ 이러면서 혼내죠. 저렇게 말했기 보다 욕은 차마 쓸 수가 없으니 순화해서 씁니다 ㅜㅜ 전 일종의 그런 친화력이 전혀 없고 워낙에 낯을 잘 가리고 하다보니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더라고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전 바깥에 나있다보니 사소한 거에도 더 크게 혼나게 됐습니다… 친하지가 않으니 봐줄 것도 없고, 친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짜증나고 싫어하는 후임이 저이니 사소한 거에도 더 크게 혼내게 되죠…

 

4. 주의집중력 부족 등으로 인한 느린 학습 및 습득 속도

  • 처음 보직이었던 인사행정과 행정병으로 일할 때 였네요. 큰 국군병원이다보니 군인들이 병원진료를 받으러 많이들 옵니다. 행정업무도 많았고요. 바쁜 가운데 저의 학습 및 습득 속도는 꽤나 느려 도움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세절이나 간단한 잡무를 하게 됐죠… 어떤 날은 세절만 2시간 동안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제가 화장실 갔다와보니 누가 제 컴퓨터를 만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래 한글이 켜져있고 아래한글 창에는 ‘똑바로 해라 xx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고요… 누가 했나 싶어 두리번거렸더니 다들 모른 척 자기 업무를 하고있고요… 많이 힘들었습니다… ㅜ

 

그 외에는 생각이 잘 안나네요. 7년 전의 일이다보니 ㅜ

저의 군생활은 정말 힘들고 고되고 고통과 고난의 나날들이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힘들고 고된 곳이 군대이기도 하죠…

 

인생이 잘 존중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하고, 놀림 당하고, 괴롭히기 쉽고, 만만하고, 어리버리 했습니다.

 

저한테 나쁘게 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저의 복수는 ‘성공’ 이었습니다.

TV에서 보면 군대 내 기수열외와 구타와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총이나 수류탄으로 전우들을 죽인 사건들도 있죠.

그렇게 하다간 제 인생도 망치죠.

학창시절 또한 일진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의 원수와 같은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전 제 자신이 그래도 저의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하고 나서 군대 선임 2명만 연락을 하는데 그 2명은 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2명 중 1명은 ‘야 잘사는데?’ 이런 반응이고, 나머지 1명은 ‘이야… 대단하다. 너 열심히 하더만 잘됐네’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절 힘든게 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복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대단한 성공이 아닙니다. 저의 기준에서 성공인 것이고 절 힘들게 한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전 수시로 저의 원수들의 페북을 들여다보곤 합니다. 어떻게 사는지요. 거기에 보면 자기 직장이나 뭐하는지 보이니까요. 페북들을 보며 전 쾌감을 느낍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복수는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절 힘든게 한 사람을 만났을 때 친하지도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오랜만이야? 잘 지내? 여기 내 명함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 보다 좋은 회사, 돈 많이 버는 회사가 성공인거죠. 전 그런 속물임을 인정합니다. 그렇게라도 성공해서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절 힘든게 한 사람이 저보다 잘 될 수도 있겠지요.

 

 

-4편- 이어서 쓰겠습니다.

“나의 치료 일대기 -3- (Verandah project – 괜찮아)”의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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