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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꿈

내가 꾸는 꿈은 대부분 쫓기는 꿈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처음보는 어딘가를 헤매기도 하고 뛰긴 뛰는데 두 다리가 원망스러울만큼 무거워서 빨리 도망가고 싶은데 어그적 거리며 달리고 있는게 꿈에서도 답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꿈이구나…하고 안다는데 나는 매번 깨어날때까지 그게 꿈이고 가짜라는 걸 모른채로 무섭고 초조하다. 이런 꿈을 꾸는게 삽십년도 넘은거 같은데 왜 매번 속는건지 모르겠다.
6년전인가부터는 사람들과 있을때도 불안하고 혼자 있을 때도 불안하고 잠들어 꿈을 꿀때도 불안했다.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뭐가 문제 였을까….뭐가 문제 였을까… 계속 생각하다보니 모든게 다 문제인 것 같았다. 난 결함투성이 인간인 것 같았고 더 이상 개선되지도 않을 것 같았고 그런 사실을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것 같아 무서웠다. 다 날 비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날 좀먹어 들어가면서 드디어 잠식되어 버렸다.
그런 얘길 내 입으로 말 할 순 없었다. 나아지고 싶어서 무진장 노력했다.
내 노력은 내 입장에서는 엄청난 노력이지만 아마 남들이 보기엔 손가락 하나 긁적거린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그렇게 손가락 하나 긁적거리기에도 무진장 노력해야 했다.
시간이 지나가기를….그래서 내가 나아지기를 매일 바랬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고 용기가 생긴 후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 다 나을거라고 했다.
약을 먹었고….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의사는 나아질거라고 자신 했지만 의사의 열성에 고마움을 느껴 네달째 약을 받아 온 후 서랍에 넣어두고 하나도 먹지 않았다. 그동안 체중은 6키로나 늘었지만 치료는 되지 않았고 의사가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했지만 신뢰는 바닥이었다.
그 후 다신 그 병원은 가지 않았다.

일년 반쯤 지나서…유튜브에서 에이에 대한 것을 보았다.
……….이거구나…..하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조회시간에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발로 모래장난을 하다가 옆 반 선생님에게 지적당한 것이 생각났다. 선생님이 가신 후 다시 모래장난을 하다가 다시 걸려서 또 야단을 맞았었다. 난 산만한 아이였다.

약을 먹게 된 후로… 이제 불안하지 않다.
생각해보니 그 이후로 쫓기는 꿈도 꾸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씽크대에 설거지는 쌓여있지만… 오늘 빨래를 한게 어디냐 싶다.

좀 더 일찍 알아서 일찍 치료를 했으면 내 삶은 얼마나 달랐을까… 아쉽다.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지만..^^

일찍 발견하고 일찍 치료해서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보는 분들 모두…^^

“세번째…꿈”의 5개의 댓글

  1. 참 타인은 남의 노력을 자신만의 잣대로 쉽게 판단하는거 같아요
    ADHD를 발견하고나서 삶의 질이 좋아지셨다고 하니 진짜 ADHD란 존재를 발견하는 순간이
    삶의 터닝 포인트인건 확실한듯 해요

  2. 저도 약을 먹지 않았을 때는 정말 손가락을 긁적거리는 것도 엄청 힘들었어요…
    맞춰놓은 순서대로 공부하는 것이 담배 끊기보다도 어려웠달까 ㅠㅠ… 공감이 됩니다.
    좀 더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많이들 느끼는 것 같아요.
    남은 날들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데도 약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3. 터닝포인트 맞아요…끄덕

    자존감 수업 책을 읽고 …. 이건 교과서처럼 봐야 되는 책이구나 싶었어요. 저도 자존감 바닥이라서 ㅜ.ㅜ
    그런데 그런 엄청난 노력을 해도 올리기 힘든 자존감이 약을 먹고서는 자연스럽게 높아지네요
    내 뇌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호르몬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약을 먹는다는게 섭섭해요
    그래도 보충할 수 있다니 다행이죠.^^

  4. 설거지는 쌓였지만 빨래는 한 게 어디냐 라는 생각은 좋은거 같습니다.

    저도 할 일 같은 거도 여러 개가 있지만 이걸 정말 다 하기 힘들 거 같다 느낄 땐 일부만 하고 스스로 만족을 느끼게 하거든요.

    물론, 한번에 다 하면 좋지만요… 이렇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여주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5. 네 개선되길 바라면서 자꾸 날 다그쳤더니 그게 버릇이 되서 자기 비하가 되더라구요..
    계속 다독여 주는거 좋은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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