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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글.-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 상황이 최악임을 알려주는 단서가 널려있음에도, 그것을 바탕으로 최악임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자꾸만 도망치려고만 한다.

내가 도망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미 그 때가 되어서는 매우 늦었음을 깨닫고는 하릴없이 다음을 기약한다.

우울증은 ‘3무’의 감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한다.
무기력, 무감각, 무가치함.

나의 치부를 드러내려고 한다.
(남들은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싶어하는데, 난 별 감흥도 없다. 넌 동정이 받고 싶은게야.)
흥청망청 돈을 썼다. 방학이니 폐인처럼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밖에 나가서 밥을 사먹거나 내가 지어먹어야 하는데
만사가 귀찮은 나로써는 배달 음식만큼 편한게 어디있으랴.
저번 달에 배달한 횟수를 달력에 표시했다. 그것도 빨간 색으로.
달력이 온통 빨란 색으로 물들었다.
정상인이라면 자신의 돈 낭비에 반성을 하고 알바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난 그마저도 안하려한다.
밥에 간장 비벼먹고 수돗물을 끓여 먹으면서도
비참함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이젠 모르겠다.

사람 만나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게으름으로 채운 나의 불어터진 몸과(특히 나의 뱃살) 후줄근한 옷을 입고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나의 모습.
찐따라는 말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 신청한 특강에서도 제대로 수료를 못할 예정이다.
결석도 수차례 했고 과제와 퀴즈도 나름 했지만,
통과는 영원히 어려울듯 하다.

말초적인 쾌락을 찾다가 결국 마약에 중독된 사람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자주 생각해본다.
기본적인 욕구를 제외하고
나의 모든 활동 중에 1%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 존재했던가?

많이 읽고 많이 쓰던 나의 ‘유일했던’ 꾸준함도 사라졌다.
그 때는 나름 철학적이라고 우쭐하던 순간이었지.
그러나 그저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
진실에 접근하면 그저 허위로 쌓아올린
모래성인 것을.

이미 무너졌고 성의 모습조차 잊어버린 상황이다.
과거의 내 모습에 비추어 본다면
나는 미련이 남아 주변에서 그 모래를 만지고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동공이 풀린채로 바라보고 있을 뿐.

“충동적으로 글.-”의 5개의 댓글

  1. 너무 공감되서 댓글써요..
    정말 마약유통되는 곳에 살았으면 바로중독자됬을것같은 삶입니다 흑흑..

  2.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랑을 넘어 우월감을 느끼려고 애를 쓰는 사람이 있고 이래이래서 힘들다며 치부라기보다 약점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요. 공감과 동정을 원하면서요.

    적어도 제 주변 사람 두 사람만 놓고 봤을 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후자랍니다. 어른스럽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단정하지도 않지만 결국 사람 다 그렇잖아요. 어차피 다 속으로 아득바득한 거 아는데 굳이 잘난척하는 사람보다는 굳이 약점을 보이는 사람이 저는 좋네요. 물론 둘다 안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결국 보면 일시적으로 어른스럽다가 어떨 때는 실패도 하다가… 그렇지 않나요?어쩔 때 보면 어른스러움이나 중용 같은 건 일시적인 상태처럼 보여요. 왔다가 가고 가고…(오지않고 ㅜㅜㅜ)

    너무 비난하지 않으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계획에서 벗어나거나 준비하던 걸 실패하거나, 그럴 때마다 저도 제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태해서 실패했으니 내가 나에게 채찍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요사이 저는 저를 계속 비난했습니다. 편해지고 싶어서요. 그런데… 꼭 그렇게 비난했을 때 문제가 악화되더군요. 저는 참 어려서 그런지, “니가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걸 누굴 원망해!” 하고 소리칠 때보다는 “너는 지금 성공 직전에 있어” 하고 다독였을 때 그나마 일어날 수라도 있더군요. 말씀하신 것 같은 막장 상태에 저도 종종 빠집니다. 나를 비난하고픈 마음이 커져요. 근데 그 공격성은 정당한 자해라는 탈을 쓴 함정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누가 쉽게 괜찮다 괜찮지 않다를 말할 수 없는 만큼 쉽게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저도 지금 제가 ‘괜찮다’고는 죽어도 말못해요) 스스로를 포기하지는 맙시다. 나태도 때론 지쳐서 넘어진 한 형태에요. 그때 약좀 발라준다고 방종이 더 심해지진 않더라고요.

    밤감성에 주절주절 씁니다.

    1. 글쎄요.
      최소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끄러움을 알고 자기를 숨길 본능은 남아있을거라 생각듭니다.

      보통 자신의 치부를 내보이는 사람에게 푼수라고 하지 않던가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이 갈 수는 있겠지만
      더이상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으름과 나태함도 아파서 쓰러져 있는 상태라고 받아들인다고 합시다.
      그런데 세상이 그것을 수용해줄까요?

      (언쟁하고자 댓글을 단 것은 아닙니다.)

  3. 마치 내면에서 도움을 요청하고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글
    같아서 짠하네요..
    차라리 내가 정신차릴수 있게 욕을해주세요! 하고 말이죠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죄책감이 없다고 하셨는데
    죄책감이 있으시니 자신에대한 관찰도 한탄도 가능한거 아닐까요..?
    현재 상태에대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지만
    변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계시는거 같아요
    이대로는 안된다는 알림을 계속 받고 계신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괴롭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이듭니다

    자기애가 무기력에 숨어버린 시기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떠한 계기를 통해 유일했다고 표현하신 꾸준함도
    무기력을 물리치고 현재 상황을 변화 시킬 힘도
    빨리 되찾을수 있는 계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4. 얼른 무기력에서 탈출하세요.. 탈출구가 안보여도 분명 있을거에요 꺼내드리고 싶지만 마땅치 않네요
    직접 하셔야 될것같아요
    얼른 힘내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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