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2,3학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둘다 타지에서 왔고 금방 친해졌다
날 걱정하던 부모님은 그 친구에게 연락해서 안부를 묻기도 했다.
고3 가을…
수능을 한달 가량 앞둔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꿈달이랑 ‘친구’랑 같이 안 다니는게 좋겠다”라고 ‘친구’의 부모님께 말했다는걸 ‘친구’를 통해 전해 들었다.
화가 났다.
무엇보다 이유가 궁금했다.
따져 묻고 싶었다.
주변에선 말렸다
수능이 고작 한달 남았고
그 ‘친구’도 난처해질 수 있다고
난 참을 수 없었다.
그때가 처음이였다
날 괴롭게 한 사람에게 이유를 따져 물은것은
선생님은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걸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유는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선생님한테 따져 물었다는 것을
그 친구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난 그 ‘친구’를 보기가 껄끄러워졌다
선생님과 그 친구가 대화하거나 대입상담을 하게 될 때마다 불안 했다.
그 친구가 날 미워하게 될까 두려워서
내가 먼저 밀어냈다.
그리고 곧 졸업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나는 거의 모든 인간관계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 얼마 뒤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 물었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지도 물었다.
통계 자료를 내기 위해 전화한거라 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 후 얼마 뒤 학교를 찾아갔다.
그냥 어쩌다보니 가게 되었다.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친구’와 아직도 연락하냐고
잘 모르겠다 답했다
(그 때 따져 물었어야했다 이유를)
몇년 뒤…
그러니깐 작년 이 맘 때쯤 또 다른 친구가 그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길래 따라갔다.
선생님은 내가 ‘친구’가 친했던걸 기억하지 못했다.
나에겐 그 일이 꽤나 상처였고.
늘 궁금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듯 했다.
음식이 삼켜지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숨이 답답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돌아가는길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허무했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냥 잊기로 했다.
학교에 찾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기억만 대충 찢어 한쪽 구석에 던져놨다.
그 일만 아니면 그 선생님은 좋은 분이었고
그 친구는 보고싶은 친구다
근데 왜 취하면 가끔 이렇게 나타나는건지 모르겠다
주절주절

세월이 지났는데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특히 술마실때) 기억들이 있죠…
말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었건,
말한 내용이 욕이었건 칭찬이었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 충분한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인간관계를 끊으셨다니 더욱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