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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로 태어나 ADHD로 자랐어요.

 

 

안녕하세요?

에이앱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많은 공감과 큰 용기를 얻게 되어서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ADHD 진단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사실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적은 없어요.

하지만 어릴 적에 얼마나 제가 뒤쳐졌는지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나요.

 

저는 태어난 후 3살까지 걸어 다니지도 않았어요.

5살이 되어서도 말을 못해서 부모님이 걱정되어서 병원에 데려가려 했대요.

또래 친구들은 저랑 대화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떠나버리기도 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눈치도 없고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해서

따돌림과 괴롭힘은 항상 저를 따라다녔답니다.

그래도 저는 어느 정도 성숙해지며 사회성을 배워서 지금은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어요.

 

단 몇 가지들 빼고요….

 

 

-귀가 너무 어두워요.

청력에는 문제 없지만 상대가 말할 때 웅엉웅엉 들리기도 하고

말을 들은 직후에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리기도 하고

제대로 들었는데도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 건지 아리송해지기도 해요 ㅠㅠ

수업 땐 아주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무슨 말인지 금방 놓쳐요.

 

 

-시야가 너무 좁아요

눈 앞에 물건이 있는데도 그걸 못 찾고 다른 곳을 헤메다 와서 찾기도 하고

착각도 많이 해요 (글을 잘못 읽는 등)

그래도 전공 특성상 관찰력이 많이 요구되어서 이건 이정도로 끝났어요.

 

 

-집중력…하하 ^^ㅠㅠ

책을 싫어하지 않는데 집중력이 안 좋으니까 완독한 책이 한 손에 꼽아요.

수업은 진짜 온 몸으로 집중해서 들어야해요. 엄청 관심 있는 수업이면 괜찮은데

안 그러면 진짜 아주 조금이라도 정신 흐트러지면 방금 교수님이 뭘 말했는지 몰라요.

그치만 아무리 집중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거나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금방 지쳐요…ㅠㅠ

그리고 뭔갈 실수하면 무조건 하던 걸 다 떄려치고 새로 시작할 만큼 끈기가 없어요.

(제 그림이 한 점도 없는 이유죠…)

 

저 운전도 참 잘하는데 이러다가 저 때문에 사고날까봐

무서워서 혼자서 운전 하고 다니진 못해요.

 

 

-이외에도 건망증, 정리 못함, 손발 가만히 못 있음, 언어 능력 부족, 충동적 소비 등등…

 

 

언니는 매우 똑똑하고 실천력이 좋고

오빠는 눈치가 빠르고 정리 정돈 잘하고

부모님도 항상 운동이나 여행 등 일정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셔요.

 

어릴 적부터 제 자신이 서투른 게 꽤 불만이긴 했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어요.

제가 전생에 매국노이거나 고문 집행자여서 현생에 벌을 받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지금은 콘서타 27mg 복용중이고요

다이나믹한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그걸 먹고나서 듣거나 보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졌어요

그래도 아직 사고체계나 언어적 문제는 재활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제가 발달 장애의 후유증을 겪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얼마 전 까지 트럭에 치여 죽거나 악마에게 영혼 바꿔달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봤어요.

왜냐면 전 늘 그랬듯이 실패에 시달렸었거든요.

 

그치만 에이앱의 유튜브 영상들과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저 혼자 그런 수치스럽고 끔찍하게 외로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단 것에 큰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뒤떨어지고 멍청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모든 일이 제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해방감이 절 하루하루 겨우 살게 합니다.

 

치료 후기 종종 올릴게요~

 

 

“발달장애로 태어나 ADHD로 자랐어요.”의 11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에이앱의 영상과 글들 덕분에 힘을 내게 되셨다니 저희로서도 감사드립니다. (뿌듯하네요)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오픈톡방에 들어오셔서 함께 해요~

  2. 공감이 많이 되오… 온 몸에 힘을 내어 수업을 듣는다는 말이 정말 너무 공감되고 가슴이 아프구려…

    잘 듣고 이해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내고나면 금방 지치게 되오…

    1. 아아 그렇죠 ㅠㅠ 친구를 만나서 대화를 해도 못알아 듣거나 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답니다…
      (못알아들으면 알아들은척 하기도 합니다…)

  3. 여기 분들은 정말 느낀걸 글로 잘 풀어내시는것 같아요. 제가 답답했던 부분들이 선명하게 적혀있어요. 저는 설명하라면 말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여튼 정말 공감돼요. 제 모습이랑 너무 똑같고ㅠㅠㅠㅠ

    1. 저도 언어쪽으로 발달장애가 있었어서 어른이 된 최근에서야 목소리를 내게 될 수 있게 되었어요 ㅎㅎ
      칭찬 감사드려요!

  4.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님과 같은 문제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항상 고통스러웠죠..
    부디 잘 치료되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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