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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가 지우에게
Level 8   조회수 84
2023-07-30 22:48:06

너는 무척 말이 많고, 종종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들었다가 혼이 나기도 하지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너는, 아마도 어린이이기 때문에 너의 의견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화가 날거야 

또래와 이야기하기에는 화제가 마땅치 않아서 어쩌면 외롭기때문에 어른들과 이야기하고싶었을지도 몰라.

숙제와 준비물을 자주 깜빡하고 가끔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겠지만 그래도 너는 성실한 아이이니까

그런 자신을 자책하고 다음엔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하겠지

늦잠을 잔 것도 아닌데 자꾸 지각을 하고,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데 하루가 훌쩍 지나가고, 

왠지모르게 의사소통이 어려워 사람들과 자꾸만 부딪히고, 어질러진 방 안에서 자꾸만 여기저기 부딪힐테지

학교공부든 학원에서 배우는 예체능이든 진득하게 꾸준히 하지 못해서 많이 속상할지도 몰라

열심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무도 모르지만 너 자신만은 모른체할 수 없는 큰 결함이 있다고 느낄수도 있겠지


우리는 그저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그렇게 큰 잘못은 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는 재능이 없을 뿐, 사실은 더할 수 없을만큼 노력하고 있는데



열한살의 너에게 세상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앞으로 배울 것이 가득한 굉장한 선물상자처럼 느껴지겠지.

정말로 세상은 넓고 신기하고 굉장하고, 앞으로도 계속 알아나갈 것이 가득한데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끝이 없더라.

그 사실을 알아가는 길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고 힘들때도 있겠지만, 너는 분명 괜찮은 어른이 될거야. 


그렇지만 괜찮은 어른이 되지 않아도 돼. 

똑똑하지 않아도, 착하지 않아도, 건강하지 않아도,

지우는 그냥 지우인 걸로 충분하고 괜찮아.


너를 세상에서 아마 다섯번째나 여섯번째 정도로 사랑하는, 이모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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