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 2년 반이다. 고용량의 부작용까지 생각해준 약다발에서, 고작 3알로 바뀌며 처방전까지 사라졌다. 뭔가, 졸업할 때 무수한 악수 요청이라도 있을 법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선 담담하게 힘들면 다시 시작하자고 하셨다.
뇌가 미성숙하다고 했다.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한다. 남들 다 읽는 한글을 늦게 뗄 때도, 소근육 발달 지체로 리본 묶기를 중학교가 끝날 무렵 했을 때도, 주의력과 공감 능력 두 마리 토끼를 놓쳐 모든 학창 시절이 겉돌 때도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객관화된 수치와 검사지는 나의 미성숙함을 알려주었다. 아 나는 바보구나. 인정하고 열심히 치료받았다.
항우울제와 함께 주의력과 행동성을 조절해주는 약을 처방받았다. 단숨에 성숙해지는 건 아니었지만, 삶이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구나 뭔가에 집중할 수 있구나 읽을 수 있구나 들을 수 있구나
치료 초기에 매일 울었다. 고작 약 몇 알로 몇십년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음이 서글펐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효과가 좋은 사람이어야 빨리 상처가 낫는다며 행복해하시길래, 그냥 나도 그때부턴 행복해했다.
이젠 괜찮다. 가끔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부족함을 안고 사는 거니까. 나도 개의치 않기로 했다.
쥐지도 못하는 연필을 잡으라고 욕을 듣거나 틱을 의지와 노력으로 해결하라고 한 소리 들었거나 수학여행에서 혼자 버스를 못 타 남겨지거나 뺨이 잔뜩 부어 학교를 못 나가거나. 나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리했던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다. 우린 다 미성숙하니까. 여하튼 이젠 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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