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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로제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Level 8   조회수 120
2022-02-16 15:46:10

엄마와 티비를 보다가 화면에 로제떡볶이가 나왔다. 

거기에 나온 여자 연예인은 집에서 혼자 로제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말했다. “나 저거 한번 먹어보고 싶더라. 로제떡볶이가 맛있다던데….”고 말이다.


당시는 구정 전 토요일에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과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이었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 출근, 엄마와 난 둘이 있었다. 엄마는 밥 차려줄까 하고 물었지만 

난 배달앱으로 아침을 시켜 먹자고 했고, 우리는 샌드위치와 크로플, 커피를 마시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마음이 어려워졌다. 로제떡볶이가 먹고 싶다가 아닌, 먹어보고 싶다는 그 한마디 말이 난 그랬다. 

난 출근을 위해 당일 점심에는 다시 올라가야 했고 마음은 더 좋지 않았다. 


로제떡볶이는 먹기 어려운 음식도 비싼 음식도 아니다. 심지어 막 새로 나온 타입의 음식도 아니다. 

티비를 자주 보시는 어머니가 그걸 최근에 알았을 거 같지 않았다. 

난 그냥 먹고 싶으면 혼자 집에서도 시켜 먹을 수 있는 건데 

엄마는 왜 먹고 싶다던 그 음식을 여태 먹지 못했을까. 


생각이 맴돌았다.


우리 엄마는 좀 젊다. 실제 나이를 떠나 난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인지 난 엄마한테서 많이 배웠고 많이 위로받았다. 

그런 엄마지만 혼자서 무얼 하는 건 다소 어려워하신다. 혼자 책을 읽고 그림도 종종 그리시지만 

함께 해줄 사람이 없으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지금도 극장에서 어떤 영화가 보고 싶어도 누군가 같이 봐줄 사람이 없으면 가지 않는다. 

같이 가줄 사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지만 혼자 밥도 먹고 파스타도 먹고 술도 마시고 

혼자라도 웬만큼 하고 싶은 건 많이 하고 산다.


취미생활에 대해서는 경험치가 꽤 쌓였다. 그래서 엄마를 이런 곳 저런 곳 데려가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해보고 싶다. 하지만 난 엄마와 너무 떨어져 살고 고향을 찾아가기에는 너무 바쁘다. 

홀로 하실 수 있도록 돕기에 필요한 경제력도 부족하다.


이 글을 적는 게 좀 힘들다. 

마음속에서 지나치던 감정들을 적으니 내 손은 점점 느려지고 갈 곳을 잃고 있다.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어느 정도 답은 안다. 아는데 잘 안 된다. 

그만큼 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약할 걸까.


뒤에는 나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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