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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4   조회수 128
2021-10-14 23:35:03

1.  분명 제대로 일하고 사리사욕을 채우지 말라고 선출을 하는 것일 텐데, 

   공약 달성 자체가 목적이 되니 숫자뿐인 시설을 아득바득 지어내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

   공약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목적은 시민을 이롭게 하는 것. 

   지금 하는 일도 이롭기야 하겠지만 임기 내에 어떻게든 달성하려고 지어낸 곳은 유지하기도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의미도 빈약하다.

   그러니까 이런 걸 전시행정이라고 하는 거다. 유지의 의미가 없는 곳은 폐쇄하는 것이 옳다.


2.  때문에 지금 내가 하는 일보다는 업무상 내 지시를 받는 분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하시는 직접 서비스야말로 진짜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기준은 현장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명이서 열심히 돌리는 시설에서 한 명을 떼어내 전시행정용 시설에 종사시키는 일은 그 시설 개수 자체가 중요한 선출직에게나 중요하다.

   둘이서 돌리는 곳을 한 명이서 돌려놓고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 그걸 제안한 사람에게 <머리가 좋네!>라고 말하는 것

   그게 내게 있어 여기가 역겨운 이유다. 누구누구 근로자가 디스크를 다쳤대요- 그래서 뭐? 출근못해?-아뇨 출근은 하는데요...-근데 뭐?

   정말로 팀원들에게는 부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정말로 안 보인단 말인가?


3. 사람은 엑셀 숫자 1 이상의 존재다. 그래서 스케줄을 짜면서, 근무지를 재배치하면서 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받는다.

   그 과정이 이 팀에서는 불필요한 걸로 보이나보다. -샘이 물어보니까 사람들이 싫다는 거 아니에요.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싫다고 해도 진행한다. 애초에, 그분들이 '싫다'고 하는 건 거부가 아니라 그냥 의견의 표현이다.

   맞출 수 있으면 그 싫음의 정도를 줄이고 조정하는 게 내 일이 가진 일말의 의미를 살리는 방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계약서에 팀 사정에 맞춰 근무장소와 시간은 변동될 수 있음 딱 한 줄 쓰인 그거가지고, 일언반구없이 사람을 이리저리 부리는 거,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 우리 팀에는 없다. 사람들 다치게 해 가며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일 여기는 없어.

   조직의 논리를 따라 오로지 가속하는 거 진짜 역겨운 일이다.


4. 그렇게 팀에서 마음이 떠났다. 팀원들 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난 이런 거 진짜 징그러워서 안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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