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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타 증량기(18mg -> 36mg)
Level 3   조회수 1601
2021-10-07 20:00:01

   ADHD 검사를 받고, 성인ADHD가 의심되어 약물 처방을 받게 된 지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각성제라고 하는 콘서타를 18mg부터 시작해서 36mg까지 증량하여 처방받고 있는데, 그 짧은 기간에도 나에겐 부침이 있었다.




 처음 <콘서타 18mg>을 복용했을 때, 탁 트인 시야, 술술 읽히는 텍스트와 자막들, 자신감까지 고양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꾸준히 복용했지만, 나는 목표가 없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고, 내 생활에 극적인 변화는 오지 않았다.

마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다 마친 카페에서 손님이 오지 않아 고민하는 것 같았다. 


 다음 주 병원 방문 날, 일주일 간 느낀 점과 부작용 증상을 간략히 기록했고, 개인적으로 성인ADHD와 관련된 질문을 준비해갔다.

내가 준비해 간 기록지/질문지를 찬찬히 살펴보시며, 상세한 설명과 격려를 해주셨고, 질문에도 답해주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행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나의 발언에, 의사 선생님은 곧바로 증량을 감행하셨고, 

나는 콘서타 27mg 복용을 시작했다. 




<콘서타 27mg> 부작용은 크게 다가왔다. 복용 후에 몸에 힘이 빠졌고,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어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몸에 힘이 빠지는 이유는, 평소와 다른 각성작용이 일어나자, 내 몸이 기존의 상태로 돌리려고 오히려 신경 활성을 억제하는 반작용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하루하루 꾸준히 복용하다보니, 부작용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나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는 것도 계속되니 지겨웠다.

그저 선명해진 시야, 주의력 그리고 효력이 점차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만 느낀 채 하루를 허송세월했다.  


그 순간 목표가 없는데,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약을 먹는다고 무슨 소용인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복용도 불규칙하게 하는 바람에 병원 방문도 미뤘다. 이내 곧 성인ADHD 자체에 의문으로 이어졌다.


 2주 만에 방문해서 진행된 진료상담에서, 나는 어떠한 개선점/부작용 증상등을 말하지 못했고, 그저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상냥하게만 느껴졌던, 의사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목을 꺾어 내게 단호하게 물으셨다. 뭔가 다른 분위기였다.


의사선생님: "아무 것도 하기 싫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삶에 적응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의사선생님: "같아요 말고, 싫어요!?"


"네. 아무 것도 하기 싫어요."


의사선생님: "<27mg> 별다른 부작용 없었죠?, <36mg> 증량해드릴테니까 드시고 다음주에 오세요"


 살짝 높아진 언성으로 날카롭게 답을 원하는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니, 덜컥 겁이났다. 손쉽게 콘서타 36mg으로 증량됐다. 


 단호하게 처방전을 작성하고, 컴퓨터에 시선을 둔 채, 나를 진료실에서 내보내는 그 모습에

화도 나면서 겁이 났다. 환자와 주치의라는 관계가 자못 판매자와 소비자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감정 교류가 없었다고 느꼈기 때문인가? 


다음날 자고 일어나서 모든 의심, 회의는 잠시 묻어두고 다시 궤도에 올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판단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치료에 충실해지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용하기 시작한 <콘서타 36mg>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갑작스레 자신감이 부쩍 솟아 올랐다. 한동안 가족과는 대화가 단절되다 싶었는데

어느새 내가 먼저 무뚝뚝한 어투로 말을 걸어버렸다. 어머니가 당황하셨고, 놀란 나머지 말을 더듬으셨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여전히 몰랐지만, 대신에 당장 뭘 할 수 있을지 찾아보게 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정말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인가? 뭔가를 하게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없이 주저했지만, 결국 지원 신청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지면서 6시간이 지나자 내 감정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저지른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실수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신청한 것을 취소할 여력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흘러가게 두었다. 


 한때 스마트폰 중독을 벗어나려 스마트폰을 3번이나 버리고 팔았던 기억, 

 이제는 공부를 조금 해야겠다 싶어 집에서 1시간 거리 독서실에 등록을 했던 기억, 

 읽고 싶지만 차마 펴지도 못했던 책을 읽기위해 

한달에 5만원씩 납부하고 온라인 독서모임에 가입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나는 나를 통제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일종의 장치를 두거나, 방해요소를 아예 없애야 했다. 물론 반년도 지속되지 않았지만......


36mg을 복용한 날을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하루 동안 

시간을 달리해 전혀 다른 내가 발현되는 것 같아 

소름이 돋기도 한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36mg>의 효과가 이전보다 컸던 만큼, 약효가 떨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의 변동폭이 커졌다. 

자신감이 한 껏 고양돼있던 내가 다시금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자,  그 낙폭이 생각보다 커서 실제 느끼는 불안감이 더 커진 듯 했다.


 이와 함께 메스꺼움과 경미한 현기증이 함께 찾아왔다. 그리고 심장이 다시금 빨라지기 시작했다. 숨 쉬는 게 조금 힘들어진다.

<36mg>을 복용했을 때 처음 나타나는 효과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그 뒤가 두렵다. 그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할까? 

이제 나름의 해답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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