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기계발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버스에서도 화장실을 갈 때도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어야했다 나는 효율성에 집착했고 공부는 안하고 공부법만 열심히 찾아봤다 일정량을 꾸준히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쌓아뒀다가 한 번에 처리하는 식으로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효율이 중요했고 자기계발서, 동기부여에 그렇게 광적이었다 2년 전에 진단을 에이를 받고서야 알게되었다 대인관계, 학업능력부진 때문에 심해진 무기력감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우울증, 불안증과 함께 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문진과 상담과정에서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쏟아냈고, 그게 다 에이와 관련있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을 때, 초반에는 너무 억울했다 남들은 그냥 하는 걸 나는 발악해야한다는게 내가 평생 겪은 힘듦이나 악습관이 내 탓이 아니라 병적 원인이 있다는 걸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이런 결함있는 뇌로 계속 살아야 한다는게 뭣같았다 약을 먹었다 안 먹었다 했다. 다시 진단을 받아볼까 싶었다 하지만 약을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 활력 차이가 뚜렷했다. 그렇게 결국,꾸준히 처방받아 먹은게 벌써 2년이다
최근에 약을 먹어도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증량을 해야하나 싶었다. 관련 영상에서 본인에대한 기준치가 높아져, 예전보다 확연히 집중을 잘 하는데도 약효과 없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7시간 8시간 해도, 오전 3시간 공부하고, 오후1~6시 공부하면 8시간이다. 여름엔 해가 쨍할 때이다. 예전엔 하루 3시간만 해도 엄청난 거 였는데, 요즘엔 저녁 때 공부안 한다고 스스로 통제력이 부족하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까지를 돌이켜보면 많이 변했다. 병원을 다니기 전 몸 하나 까딱하는게 힘들어 침대에서만 누워있다가 심장이 너무 두근대 잠을 못 이뤘다가 내 발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첫 진단을 할 때의 내 꼬질꼬질하고, 울적했던 낯짝이 생각난다. 에이를 진단받고 나는 선천적 결함이 있고, 그로인해 앞으로의 생활도 계속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게 어려웠다.
이 주에 한 번씩 가는 병원, 선생님과 그간 있던 일과 고민에 대한 짧은 대화, 약 처방.
점점 상담이 가벼워졌다. 고민은 일상적 고민 정도. 정기적으로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게 좋은 것같다 주변 사람한테 고민 말하기엔 서로 힘드니까. 약은 매일 마시는 커피처럼 챙겨먹는다. 나는 커피 못 마시니까 대신 먹는 각성제인 것이다
약의 부작용으로 복통이 있다. 예전엔 힘들었지만, 이제는 복통이 생체 알람이다. 배가 아프기 시작하면 슬슬 할 일을 셋팅하는 것이다
스스로 약을 먹고 집중력을 높이고 통제하고... 기계인간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지만 이게 요즘 말하는 메타인지 아닌가? 하면서 위안삼아본다
나를 포함해 모든 에이인 사람들이 에이와 함께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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