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한 친구와 가볍게 맥주를 한잔 했다.
평소처럼 시덥잖은 얘기부터 진중한 얘기까지 술술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친구가 요즘 심적으로 힘든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다.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말들을 생각해봤지만,
내 부족한 언변으로는 마땅한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뭐라도 힘이 될 수 있게 말해주고 싶은데 모두다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
좋아하는 노래 가사인데.. 이게 자꾸 생각나서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삼키기를 반복하기만 했다.
내 친구에겐 평생을 짊어져온(그리고 남은평생 가져가야할) 무거운 짐덩어리 같은 개인사가 있다.
쉽게 공유할 수도 없는 일이라, 알고 있는 친구가 주변에 몇 되지 않는다.
해결 방법 따위는 당연히 없었고, 나는 그걸 알고 있어서 위로의 말 조차 고르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을 그렇게 힘들어하며 살았지만 제법 씩씩하게 살아간다 했는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소위 말하는 '현타' 라는게 온 모양이더라.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친구는 쓴웃음 가득한 얼굴로 눈물을 떨구며 '이 다음의 인생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라고 했다.
'정말 행여나 불의의사고로 지금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하더라도 그걸로도 괜찮을 것 같다'고.
평소 저런말을 입에 담는 친구가 아니었기에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그런 말 하지마'라는 뻔한 말을 할 수 가 없었다.
'너랑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다'고 하는 친구에게
'좀 더 자주 보자' '더 나은 내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른 내일은 오지않겠냐'는 두마디를 던졌다.
말하면서도 이게 뭔말인가 싶었다.
드라마나, 소설, 영화에서처럼 중요한 순간에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는 그런 명대사 한마디가 굉장히 간절했던 순간인데
@인 나는, 위로의 말을 찾으려했지만 머리가 뒤죽박죽 된 채로 끝내 아무말을 해버린듯 하다.
내 어줍짢은 말들로 친구의 등을 밀어줄 수는 없었을 것 같지만 어깨의 먼지라도 털어내줄 수 있었기를 간절히 바란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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