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온다는 것을 알리듯 가로수의 벚나무들이 무수하게 꽃을 피웠다. 코로나로 꽃구경 안간지도 오래되어 이를 본 것만으로도 마음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도 잠시. 봄비가 이내 그들을 쓸어내린다. 물론 이 비는 식물에 더 도움이 되는 생명수에 더 가까우나 인간의 마음으로는 그저 꽃이 빨리 져버리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누군가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란다. 그만큼 무언가를 즐기고 싶을 때는 금방 지나가버리고, 해야만 하는 일이 온다는 것이겠지.
@라고 진단받은 지 약 20일 정도 되었다. 어떤 블로그에서 본 투약일기와는 다르게 드라마틱한 감정의 변환은 없었다. 다만 약효가 있긴 있구나라고 생각될 뿐. 좀만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알았으면 그 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초반엔 그래도 약먹으면서 내 일 열심히 하다보면 진전이 있겠지 싶었는데 한 달도 안되서 다시 의지가 꺾인 듯 하다. 아마도 계속된 실패라는 경험의 중첩이 나를 겁쟁이로 만들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은 편하기도 하지만, 금세 싫증이 나버린다.
사실은 나만 힘든건 아닌데... 다 힘들어도 그냥 가면쓰고 살아가는 것인데... 알고는 있지만 내가 알 수 있는건 내 마음밖에 없으니까. 아니 사실 내 맘도 잘 모르겠을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그래도. 벚꽃이 지나간 자리엔 형형색색의 철쭉이 새로 찾아왔다. 그 철쭉이 진대도, 다른 꽃이 다시 필 것이다. 그러니, 그저 흘려보내면 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아직 내 순서가 오지 않은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