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과근무수당만 40만원대를 받는 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는 월요일에 23시 화요일에 22시 수, 목, 금요일에 21시에 퇴근했다. 업무상 인수인계는 받았지만 글로 표현한 일과 몸으로 하는 일은 결이 다르고, 또 사수와 나의 서로에게 당연한 것들과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일치하지 않아서 우당탕탕. 그래도 이정도는 당연한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질적이고, 이상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잘못 걸린 신입이 아니라 그냥 좀 바보같은 신입. 이런 상태에서 하는 고생은 나 자신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냥 주 7일 출근을 할 뿐이지.
2. 사수는 매우 사려가 깊고 자기희생적이며 착한 사람이다. 서무님은 화도 안 내고 잘 웃고 많이 가르쳐준다. 동기는 나와 비슷해서 자기탓이 심하고 자기효능감이 많이 낮아서 경쟁이나 무시를 하려 들지 않는다. 새로 오신 팀장님은 나를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 준다. 주무님 두분은 나 몰래 내가 흘린 일들을 처리하신다. 덕분에 나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서 주눅이 들지 않는다. 덕분에 이제 나는 이해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너 뇌쪽 검사좀 받아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실례되는 말인지.
3. 나랑 여자친구는 소위 일반적인 사람들이랑은 많이 다르다. 소위 일반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그렇게 느낀다. 관계 시작부터 ad나 다른 서로의 질환을 털어놓고 시작했고, 정해진 시간에 잠깐밖에 통화를 못하면서도 서로에게 짐이되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쯤 보면서는 마음이 끓고 헤어질 때는 눈물도 나지만 그것이 서로의 삶을 해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정말 잘 맞다가, 다음에는 그게 완전 착각이었다가 이제 다시 이정도면 잘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나면 편안하고 자족적이고 행복하다. 같이 있으면 서로의 단점들이 보완된다. 얼마나 우연적이며 그래서 감사할 일인지.
4. 진료가 끝나면 또 근무를 하러 갈 거다. 사무실 공기, 몇 명 있을 사람들, 암호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켜지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을 예상하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영원히 이런 생활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도착했는지 모를 이곳에, 이 생활에 감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