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키넷을 거쳐 콘서타와 항우울제 등등을 반년 좀 넘게 복용중입니다. 약물을 맞춰가는 과정이 갠적으로...... 꽤나 드라마틱했기때문에.. 그 이전에 제가 썼던 복용후기 글들은 별로 도움이 안될거같네요ㅋㅋ 지금과 생각이 다른 부분도 많고요.
다만, 전에 크로키를 한다는 글도 썼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좀더 발전해서! 생각없이 그리기만 하는게 아니라 인체책 공부와 함께 꾸준히 병행하게 됐습니다. > < (짜잔~)
제가 약 복용전부터 쌓아왔던 실력(크로키)도 부스트를 줬겠지만, 확실히 콘서타를 먹게 되면서 바뀐 것도 많습니다.
일단 이미지를 좀더 잘 기억하게 됐고 시야가 조오금 넓어졌습니다. 이건 콘서타 초기복용당시에만 훅 느끼고 사라졌던건데, 그래도 의도적으로 시야를 넓히는게 좀더 쉬워진거같습니다. 크로키할때 얼굴부근밖에 못봤다면, 요즘은 사람전체 실루엣을 희끄무레 볼수있는 그정도? (물론 의식적으로 꾸준히 학습해야 가능한거에요!)
그리고 많이들 걱정하시는 창의력에 관한 문제..
콘서타가 세게 듣던 초기엔 (약 1~3달즈음) 확실히, 예전같이 신기한 생각들이 퐁퐁 솟아나오는 없긴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가 상시 브레인포그상태였기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해요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브레인포그를 만들어 창의력을 늘리는걸 팁으로 공유하는데 말이에요??? 우리는 굳이 팁으로 배우거나 노력하지않아도 상시 그 상태였다는게... 장점이자 단점인 거였겠죠.
또 약 복용을 하면서 배워가는 것중 하나는, 약물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콘서타를 복용하다보면, 분명 그 전의 자신과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사람이 완전 바뀌진 않습니다.
창의력이 넘치던 사람이 창의력이 죽거나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창의력은 "자신이 갖고있는 정보들"을 뇌에서 새로이 연결해서 참신함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뜻은, 뇌에 든게 많아야한다는 뜻이죠. 모방이 괜히 창작의 어머니가 아니듯이..
저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콘서타를 먹기 전보다 지금이 더 창의력이 높은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미지를 기억하는 능력이 더 좋아졌거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크로키를 병행했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눈에 담으려 노력했기때문에 좋아진 영역입니다.)
약물복용 전엔 그걸 해도 자괴감을 느끼곤 했어요. 어떤 분이 표현했듯이, 제 안에 이미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제 재능을 의심하게 된다해야하나... 아무리 베껴그려도, 아무리 길거리를 관찰해도 눈을 돌리면 모든게 휘발되는거죠. 근데 콘서타를 복용하며, 확실히 차분히 물체의 상을 관찰하고 머릿속에 담는게 나아진거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그림그리는게 무척 즐거워요.
제가 겪은 것들을 정리해보자면
< 콘서타 복용 전 >
- 꿈을 꿔도 모든것이 회색빛이거나 삭막함. 그래서 꿈이 재밌는 타인을 부러워하며 난 창의력이 없구나 자괴감을 느끼곤함. 약먹기 직전까지 쭉 그랬음 - 이미지가 머릿속에 너무 안남음. - 사지가 무기력, 맨날 졸아서 기면증 의심하곤함 (검사도 해봤으나 결국 기면증까지는 아녔음)
< 콘서타 복용 초기 (1~2달) >
- 너무 드라마틱한 효과... 그리고 그만큼의 심한 부작용 (오감이 과민, 과긴장, 수전증) - 그림을 그리는게 문제가 아녔음......... 일상과 삶의 방향을 되찾는 것에 중점을 둠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는 습관을 정착시킴(!!!!!!) - 실질적 창의력은 미미했던거같음. 그냥 오늘 할일을 머릿속에서 상시 인지할수 있다는거만으로 너무 기뻤음ㅋㅋ - 근데 항우울제 부작용같은걸로 꿈이 엄청나게 화려해지고 기승전결이 생기기 시작함. 내 안엔 창의력이 살아있었던거임;
< 콘서타 복용 중기 (3~4달) >
- 약물에 민감한 체질임을 알게됐고, 여전히 1~2주에 한번씩 계속 약을 바꿈. 부작용있음. - 습관을 하나둘씩 추가해 나감. - 세수에 더해서 하루 3끼 식단이 정착됨 - 전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님. 다만 부작용이 있어서 그거없이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음..... - 오늘 할일이 전보다는 머릿속에 덜 남아있음. 좀 산만해짐. - 필라테스 운동 시작함.
< 콘서타 복용 후기 (5달~현재) >
- 하루종일 거의 안정된 상태로 있을수 있는 약 조합을 찾아냄. - 부작용은 미미해짐. 그만큼 콘서타 효과도 많이 느껴지진않음. 하지만 낮에 잠이 안옴! - 아침에 세수하기, 3끼 먹기 습관이 쭉 유지되고 있고, 그림작업을 포함한 일정 소화 가능해짐 - 감정 변화가 극단으로 오가지 않게됨 (아주 우울해하거나, 아주 기뻐하지않고 안정됨.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약 부작용으로 조울증도 겪은듯함..;;) - 낮밤 고정 반년넘음. (이게 얼마나 저에게 대단한 일인지..) - 브레인포그식 창의력 거의 복귀. (=머릿속이 산만해짐ㅋㅋㅋㅋㅋ) 근데 해야할일이 불투명도 5퍼로는 머릿속에 주기적으로 떠오름.<이게 포인트 - 이미지를 기억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실질적인 창의력이 증가함. (외우는게 잘되니 꺼내쓸수 있는 재료가 많아짐) - 반년 내내 알록달록하고 이야기가 재밌는 꿈을 엄청 많이 꾸고있음ㅋㅋㅋ (이건 항우울제 부작용의 일부고, 제가 조절할수 있는게 아니니 걍 즐기기로 했습니다ㅋㅋ)
< 결론 >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느낀만큼 콘서타의 효과가 크진 않으나, 지금 상태에 만족합니다. 무기력증이 나아져서 일상이 유지가능한게 무척 크고, 예전만큼 자존감이 낮지 않아요. 그림작업에도 결국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을 구축하는 능력도 예전과 별다를바 없다 느낍니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성장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독 부작용이 과한 타입이었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약물 복용을 시작한것에 대해 한번도 의심한적 없습니다. 그걸 극복해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먹었기에 다행이라고 언제나 생각했어요. 제가 치료받기 좋은 환경인 덕분도 있겠지만요. (병원비 지원있음, 혼자 지냄) 제가 겪은 부작용들은... ㅎㅎㅎ 너무 많고 의료진들도 괴이쩍어했던지라 굳이 언급하진 않겠어요. (괜히 전이될라...일단 육체적으로 힘든게 많았습니다.)
창의력문제로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저는 저랍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