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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Level 3   조회수 77
2020-12-18 10:42:48

운수 좋은 날

 

10시에 영등포구에서 상담사 교육이 처음으로 있는 날.

눈을 뜨니 9시였다.

밥먹을 시간도 씻을 시간도 없었다.

집에서 영등포까지 거리는 30분.

그때 나는 지체없이 택시를 탈 생각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귀신에 홀린듯 나는 거의 1년 가까이 방치한 자전거를 손에 집고 말았다.

군대에서 이병이 짐을 챙기듯이 빠르게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짐을 전부 챙기고 나갈 준비를 다 하니 20분이 되었다.

아직은 시간이 충분하다며 페달을 밟는 순간 망했음을 직감했다.

하필 어제 눈이 내려 바닥에 눈이 쌓여 있었고 그동안 자전거를 오래 타지 않았기에 타이어에 바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와서 집에 올라가서 바람을 넣을 수 없는 노릇.

이때 빨리 올라가서 바람이라도 넣었으면 어땠을까?

울며겨자먹기로 일단 가기로 했다.

다행히 주행은 가능해서 이제 문제 없이 가겠다고 생각하면서 커브를 도는 순간 나는 오늘 만날 강사님과 인사를 하는게 아니라 차가운 바닥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훌훌 털고 일어나니 허리가 끊어질듯이 너무 아팠고 미밴드 액정은 깨져있었다.

다 때려치고 엉엉 울면서 집에서 요양하고 싶었지만 그곳에 가야만 했다.

자전거를 대충 주변 건물에 세워두고 육교를 건너 택시를 기다렸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빈차인 택시가 바로 도착했고 무사히 탈 수 있었다.

그렇게 별 일 없이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난관에 빠졌다.

택시 기사님이 주소를 못 알아 들으시는 것이었다.

두번 세번 말씀드렸지만 자꾸 틀리셨다.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파 죽겠는데 택시는 좁고  기사님은 주소를 자꾸 틀리시니 나도 모르게 택시기사님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주소를 다시 불러드리고 있었다.

그래도 못 알아들으시자 직접 주소를 입력해드렸고 그제서야 목적지를 입력 할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고 나니 택시기사님에게 죄송했다.

화를 낸게 아니었지만 언성을 높여서 말했기에 기분이 나쁘셨을 것 같아서 택시 타기 전에 겪은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드리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나란 놈은 정말 경우 없는 녀석이 분명하다.

기사님께 매우 죄송한 이 상황에서 더욱 죄송할 행동을 했다.

집에서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해서 기사님께 여분의 마스크가 있으신지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남는 마스크 있으면 하나 구매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기사님은 흔쾌히 마스크를 건네주셨다.

기사님 덕분에 마스크를 챙길 수 있었고 교육장소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기사님께 덕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고 조심히 운행하시라는 인사를 건네며 택시에서 내리게 되었다.

미밴드 액정이 깨지고 허리를 다쳤으며 자전거를 누가 훔쳐갈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늦지 않고 교육장소에 도착 했으니 이처럼 운수 좋은 날이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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