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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는 ADHD
Level 3   조회수 226
2020-10-28 23:21:35
나는 식욕이 없는 편이다. 원래도 먹는 걸 귀찮아했지만
@약을 먹으면서 더 식욕이 훨씬 떨어졌다.

어느 날도 언제나처럼 입맛도 에너지도 정말 없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점심 식사량을 보았을 때 저녁마저 대충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시리얼이나 겨우 꺼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기력만 남아있었지만 냉동실에서 인스턴트 볶음밥을 꺼내어 부엌에 올려두었다.
볶음밥을 하려면 일단 싱크대 안의 냄비 설거지부터 해야 했다.

이때의 나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전화를 하며 시끄러운 물 소리가 나는 설거지는 할 수 없으니 간단한 일들만 했다. 바닥의 비닐 줍기, 영양제 꺼내어 먹기 같은 것들.
통화가 조금 길어졌다. 볶음밥을 먹을 만큼의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비다 못해 쓰리려고 하는 속을 달래기 위해선 뭐라도 먹어야 했다. 속 달래기조차 귀찮았지만 매일 저녁 속이 비어서(점심과 저녁시간의 텀이 길다. 입맛이 없어서 간식도 잘 먹지 않는다.) 난리 치는 위장을 어떻게든 해야 했다. 그동안은 하루 이틀 걸러먹은 게 아니었거든.
그냥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와서 시리얼을 대충 먹었다.
그리고 곧바로 잘 생각이었다.
그러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부엌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아까 꺼내어둔 볶음밥이 있었다.

맞아, 잊고 있었다. 하마터면 밤새 실온에 있다가 버려질 뻔한 볶음밥. 발견해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냉동실에 넣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늘 그랬듯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아까 영양제와 같이 먹은 물 때문인지 화장실을 갔다.
그러다 또 발견을 했다. 아까 먹은 시리얼 옆에 우유. 냉장고에 넣어두는 걸 잊고 있었다.
그래도 발견을 했으니 다행이지.

다음날은 빨래를 했다.
몇 개의 셔츠와 다량의 양말을 세탁기에서 꺼냈다.
그리고 만석의 건조대에서 수건과 양말을 꺼냈다.
다 마른 양말을 꺼내지 않아도 전부 널 수 있을 만큼 소량의 세탁물이었지만 부지런히 건조대를 전부 비웠다.
수건을 개어 넣고 양말도 전부 짝 맞추어 제자리에 정리까지 했다. 갓 세탁한 양말을 전부 널었다.
아이 부지런해. 그러고 나니 배가 고팠다. 식욕이 생겼다기보단 속이 비어서 마르려고 하는 쪽의 배고픔이었다.
이번에도 열심히 우유와 시리얼을 꺼내어 컵에 부었다.
어라, 시리얼이 다 떨어져가네.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해야겠다.
우유를 붓기 전에 서둘러 침대로 가서 핸드폰을 찾았다. 곧 배달 마감시간이니 주문 먼저 하고 먹으려고 했다.
어플을 켜고 침대에 앉아있으니 덜 널어둔 빨래가 눈에 보였다.
맞다, 양말만 널고 셔츠는 널지 않았구나.

매일 까먹음의 연속이다.
어쩌면 내가 배가 고프지 않은 건 항상 많이 먹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까”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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