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비장한 느낌이지만 그런 건 아니구 한 번쯤은 글로 남겨서 그간의 경험들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더라구요. 글을 잘 쓰진 못해서 굉장히 두서 없지만 에이앱에 오는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남겨봐요!
초진을 받은 4월 3일부터 약 6개월이 조금 모자란 기간동안 세 군데의 병원과 메디키넷, 콘서타, 웰부트린, 아빌리파이, 브린텔릭스 그리고 스트라테라를 거쳐 오늘이 되었습니다. 취준생이라는 상황적 특성상 가족 이외에는 평소에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서 병원을 다녔는데요, 잘 한 것 같다 싶다가도 그래도 역시 가족들이 지지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약을 복용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약효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중요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보고 말해준다면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저는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6개월 정도 집에서 살면서 @답게 영수증이나 약봉투를 아무데나 둔다던가, 약을 먹고 나온 쓰레기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던가... 아무튼 꼬리가 길어서 그런 이유로 엄마는 알게 됐지만 저의 @를 없는 것처럼 취급하시더라구요. 취업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계절 때문에, 고등학교때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혹은 장난기가 많은 원래 그런 성격이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가끔 어떤 행동을 하면 일부러 제가 @임을 어필하기까지도 합니다. 밥을 먹다가 흘리고 먹는다던가, 가만히 못 있는다던가, 정리를 못 한다던가 하면 @라서 그래~ 하면서 말이죠. 엄마의 이러한 태도는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가 있든 없든 엄마 딸인데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아빠한테 매를 맞으면서도 방정리를 하지 못 한 것도, 밥을 먹을 때에 음식을 흘리는 것도, 학교 다닐 때 준비물이나 안내장을 챙기지 않고 숙제를 미루는 것도, 잠시도 집중을 못 해서 엄마가 뒤에서 신문을 보며 같이 있어야 할 정도로 산만했던 것도(심지어 엄마가 잠들면 놀이터로 뛰어나갔어요.) 엄마나 아빠를 닮았기 때문에 제가 @가 된 거라고 미안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애써 제가 @임을 말했을 때 그 표정이 그러셨거든요.
서론이 길었지만 이 얘기를 쓴 이유는 약효를 더 정확하게 보려면 주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콘서타를 먹는 동안 크게 약효를 느끼지 못했어요. 스스로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집중력에는 별 변화가 없었어요. 게다가 운이 좋게도 축복받았는지 콘서타 약효가 도는 시간에도 자고 싶으면 달게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아, 약효도 심각한 부작용도 없구나라고... 콘서타를 먹으면서 있던 부작용은 비정형우울로 과면증과 폭식/과식의 식이장애를 달고 살던 제게 콘서타의 부작용은 약효와 마찬가지였습니다. 밤에 7~8시간을 자면 낮에는 졸립지 않았고 부작용으로 떨어진 식욕은 정상적인 수준의 음식 섭취를 가능하게 했어요. 정말 특이한 부작용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흡연욕구였습니다. 저는 비흡연자인데 흡연 욕구가 심했고 이 때문에 웰부트린을 처방받았어요. 물론 웰부트린을 먹고도 결국 담배를 입에 댔는데 제가 비흡연자인 이유는 담배가 맛이 없어서이고 그 날 산 담배 한 갑 중에 4개피를 피우고 버린 후에는 다시는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병원의 선생님은 콘서타 63mg까지 올린 제게 거의 한달동안 더이상 약 용량을 늘릴 수 없다는 말만 하셨어요. 아쉬움이 남았던 저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게 됩니다. 두 번째 병원에서는 급성 우울과 약간의 불안으로 브린텔릭스와 아빌리파이를 함께 처방해 주셨습니다. 약은 콘서타에서 스트라테라로 바꼈고 매 주마다 두 배로 올리다가 정착한 용량은 80mg이었어요. 콘서타와 마찬가지로 약 용량을 더 올릴 수는 없었죠. 그런데 스트라테라를 복용하고 한달 반 정도 지나자 콘서타를 먹을 때와 달라진 게 몇 개 보였는데 가장 먼저 보인 건 바로 방 청소였습니다. 방청소가 정말 하나도 안 되어있더라구요. 어쩌면 처음 약을 먹기 이전보다도요. 메디키넷 10mg를 먹고 갑자기 방청소를 시작했었고 콘서타를 먹는 동안 약을 먹기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리를 하며 살았지만 지금은 어... 네, 좀 그래요... 옷이 의자 위에 쌓여 있더라구요. 침대와 책상과 의자를 왔다갔다 하면서요.
방청소 다음에 체감한 콘서타의 부재는 오후에 미친듯이 쏟아지는 졸음이었어요. 서너시쯤 졸음이 몰려오면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눈을 뜨면 6~7시가 되어있었어요. 사실 낮에 잤다고 밤에 안 자면 좀 괜찮겠지만 밤에도 잘 잤습니다. 7시간 정도를요. 과면증의 낌새를 느낀 저는 선생님께 낮에 너무 졸립다구 말씀드렸지만 침대에 누워서 자면 당연히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엎어져서도 서너시간을 자더라구요.
세 번째 느낀 콘서타의 부재는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이었습니다. 아빌리파이 때문인지 아니면 콘서타의 부재 때문인지 전보다 약 두배 정도 늘은 식사량은 콘서타를 먹기 이전과 비슷했지만 원래 야식을 안 먹는 편이었는데 군것질이 늘고 야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총량을 합치면 콘서타 이전보다 더 많이 먹게 되었습니다만 끝없이 허기가 졌어요.
마지막으로 느낀 콘서타의 부재는 휴대폰 요금 청구서와 함께 왔습니다. 뭐에 씌였는지 30만원의 휴대폰 결제 한도금액에서 27만원가량을 썼더라구요. 물론 엄마가 주문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있었습니다. 한…, 10만원 정도…? 근데 정말 후레자식이 된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이 정도는 쓸 수도 있지 하면서 제가 결제한 니치향수의 값은 포함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향수 가격까지 포함하면 33만원이 넘는 금액을 한 달 동안 쓴 거였어요. 위에서도 적었지만 취준생이라는 상태와 사람 만날 일이 별로 없고 게다가 코로나까지 겹쳐 동네 밖으로 나가는 건 병원에 갈 때 뿐이었어요. 자제해오던 게임 아이템 결제내역이 10만원을 넘었었습니다. 그 정도는 쓸 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스트라테라만 복용하다가 정말 우연히 카카* 지도를 켜고 집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찾았습니다. 정말 걸어서 15분 거리에 하나가 있더라구요. 다행히 지도 안에 있는 리뷰에서도 평이 좋았습니다. 병원을 옮기겠다는 마음가짐은 아니었고 세컨 오피니언을 듣고 싶어 세번째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초진때는 어케 상담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사실… 엄청 두서없고 경황이 없었으며 신분증과 CAT검사결과지도 두고 방문할 정도였어요. 처음엔 약을 두 번째 병원과 똑같이 처방해 주셨습니다. 제가 얘기를 이상하게 드려서 그러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세 번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콘서타를 먹었을 때에는 이러이러했는데 지금은 이러이러하다, 부작용도 크게 없었고 식사량과 수면시간도 정상적인 수준이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콘서타와 스트라테라를 함께 처방받았고 현재 복용중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건 콘서타와 스트라테라를 함께 복용함이 좋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절대로요. 사람마다 맞는 약과 복용량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이랬구나 이런 증상들을 잘 못느꼈었구나만 봐주세요! 혼자서 생활하면서 약을 드시는 분들은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약효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가까운 주변 사람이 도와준다면(물론 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겠지만) 약효와 부작용을 더 빨리 알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니면 투약일지를 쓰면서 함께 자신의 생활(지출기록이나 수면시간, 식사량)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저는 얼마 못했지만 @는 특유의 용기와 회복탄력성이 있잖아요. 또 진단과 약 처방에 다른 견해를 듣고 싶으면 세컨 오피니언을 듣기 위해 다른 병원을 방문 하는 것도 더 빨리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글로 남기고 싶었어요. 경제적으로 힘드신 분은 물론 그게 조금 부담될 수 있지만 단순한 병원을 옮기는 게 아니라 세컨 오피니언을 듣기 위해서라면 약처방을 받지 않아도 되구 초진비 정도만 비용이 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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