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문제에 눈물이 났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한국사는 체언마다 동그라미 치면서 보기. 남들에겐 시간 절약 과목이지만 나에게는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과목임을 인정하기. 시간 절약을 영어 독해에서 하기.
내게는 붙잡아 유지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기억에서도 교란이 일어나지만 단기기억에서 그게 더 심하다. 개별개별에 대한 단기 기억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체 정보의 통합도 어렵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성왕
1. 한강 하류 지역을 신라에 빼앗기고 대대적인 보복전쟁을 벌였다. 2. 5세기에 사비로 천도하고 국호를 남부여로 바꾸었다, 3. 관등제의 골격을 마련하고 낙랑, 대방과 공방을 벌였다.
이런 ox 문제들이 있다고 하면 나는 1번 지문이 성왕인 것과, 그때 성왕과 싸운 게 진흥왕임을 안다. 년도가 553인 것도 안다. 그러고 나서 원래 ox 자리에 비교해야 하는 것이 성왕인 것을 까먹고 다시 저 성왕 글자를 확인한다. 그런 후에, 내가 1번 선지에 대해서 성왕이라고 판단했었는지 진흥왕이라고 판단했었는지를 까먹는다. 다시 보고 맞힌다.
나는 2번 선지를 안다. 사비 천도인 것과 년도가 538인 것을 기억한다. 그런 다음 한번 더 헷갈린다. 5세기라고 쓰여 있었어 6세기라고 쓰여 있었어? 그나마 이번은 편하다. 서술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제끼기 쉽다. 한 번 성왕 자리로 돌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3번을 틀렸다. 나는 낙랑과 대방이 한사군이라, 4세기 미천왕 시점에 이미 없어진 것을 안다. 6세기 성왕 시점에 아예 맞지 않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틀리냐면 지문 내용이 고이왕이라고 판단하고, 성왕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 지워지고, 내가 확인했다고 생각한 다음에 아 고이왕 맞아! 해버리기 때문이다. 진짜 일머리가 이렇게 문제풀기에 영향을 미친다.
작업기억력! 아 진짜 작업기억력!
독해문제는 흐름이 있다, 그래서 계속 기억을 상기시키가 때문에 괜찮은 편이고 빠르게 풀 수 있다. 국어는 10분컷이 된다. 그런데 다른 과목들 중에서도 선지의 오답을 잡아야 하는 한국사에서 문제가 너무 크다. 다 알면서 맨날 아차하고 남들 안 틀리는 걸 골라 틀린다. 일할 때랑 똑같다. 지시사항을 듣고 적어두고 뭘 하는 중이었지? 하고 까먹는다. 적어두었던 사실을 까먹는다. 개수를 세다가 어디까지 세었는지를 까먹는다. 세어야 하는 물건을 손가락을 올리면서 세어도, 3, 하고 손가락을 대면 내가 이걸 세고 숫자를 말했는지, 숫자를 말하고 손가락을 덴 여기서 한번 더 카운트를 해야 하는지 까먹는다.
그래서 좀 더 철저하게 하려고 한다. 체언마다 동그라미 치기. 한국사는 빠르게가 아니라 신중하게
이정도면 장애인 아닌가.... 밖에서는 아무도 나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발악해서 좋은 대학 좋은 학점 높은 스펙으로 살았기 때문에 선배들이랑 같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일부러 농땡이를 피운다고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했다고 크게 혼난다. 공장 알바도 3일에 잘리고 독서실 알바도 일주일에 잘린다. 아 망할. 이 교란은 약을 먹으면 더 심해진다.
사실 작업기억력은 있고 없고의 능력이 아니라 높고 낮고의 능력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도 남들 다 그렇다고 할 것 같다. 어쩌겠는가. 주어진 바로 살아야지. 그래도 이 글은 약간 편집해서 병원에 들고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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