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뮤지컬, 요가, 댄스, AI, 업사이클링, 천연염색… 배운 것과 자격증을 늘어놓으면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와, 팔방미인이시네요?” 그 말을 들을 때 썩소가 나온다. 실은 팔방으로 뛰어다녔을 뿐, 하나를 제대로 붙잡은 적은 없으니까. 돈 내고 시작했다가 조용히 멈춘 것도 많고, 지각은 기본, 인간관계는 늘 서툴렀다. 때로는 비난하는 상대를,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책망하며 버틴 날들이 꽤 길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하면 뻔했다. 방바닥에 누워 있다가 해 질 무렵, “또 오늘도 이 모양이네” 하며 나 자신을 가장 심하게 혼낼 게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기어서라도 나갔다. 대학교 땐 도서관과 동아리로 ‘출근’했고, 졸업 후엔 무슨 강좌든 일단 등록부터 했다. 매번 지각하고, 눈치 보고, 한 소리 들으면서도 그냥 했다. 이력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스터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중간중간 우울과 무기력이 몰려오면 술에 기대기도 했고, 쇼핑으로 도망 간 적도 많다.
긴 자책의 시간 뒤, 몇년 전에야 알게 됐다. 내가 ADHD라는 걸. 이 모든 좌충우돌이 의지 부족이 아니라, 도파민이 고갈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생존 방식이었다는 것도. 왜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였는지, 왜 가만히 있으면 무너졌는지. 괄목할 성취는 없고, 돈만 날린 것 같고, 속 빈 강정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래도, 완전히 포기하고 누워버리지는 않았던 나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차가 방전되듯, 내 마음도 여러 번 고장나고 자주 멈춰 섰다. 그때마다 혼자서는 도저히 시동이 안 걸렸다. 다행히 차를 점프스타트하듯 나를 매번 다시 시작하게 해준 마음공부 멘토들을 만났다. “ 고장 난 게 아니다. 그 뭉친 에너지도 보아주고, 풀어내면된다 .” 그 한마디들이 다시 움직이게 했다. 근시인 사람에겐 안경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안내견이 있듯이 나에게도 '도움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안84, 일론 머스크,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ADHD 성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조금은 희망이 됐다. 산만해도, 좌충우돌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가능성. 요즘의 나는 삶의 근본 원리를 배우며 나를 다그치기보다 이해하는 연습을 한다. 억지로 긍정하려 애쓰기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쪽을 택했다.
남은 삶은 나처럼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아”라고 느끼는 사람들 곁에 조용히 앉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방향이 자주 바뀌어도 괜찮다. 멈췄다가도 어떻게든 일어나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영감이 된다. “저 사람, 한번 만나서 차 한잔 하며 얘기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아마 우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주 조금씩, 내 삶의 시동을 다시 건다. 눈썹이 없는 모나리자라도 그리면 그림이 되니까.... 완성 못해도 괜찮다! 붓을 들고 오늘 한 선만이라도 그려보는거다.
* 글이 너무 길어져 죄송하네요. 과몰입한 것같아요. 첫 글을 밤에 쓰며 오타도 많고, 횡설수설해서 여러 번 수정했습니다. ^^ 열심히 글 써서 70점되고, 함께 습관 만들고 싶네요. 나를 조금 더 보듬어주는 날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