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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첫발
Level 3   조회수 189
2019-11-11 12:18:42

막상 적을만한 곳이 없어서. 근데 여기 블로그가 있다는 걸 오늘 알고 적어본다. 


충동성! 그걸 못이기고 30 여년의 고민을 들고 병원을 향했다. 병원조차 충동적으로 갔다. 

검사지에 6개의 주의와 2개의 경계를 보니 차라리 속이 편했다. 


18mg 콘서타를 먹으니 '나'라고 인식했던 무언가가 온도가 달라졌다. 물론 다른 분들처럼 핫식스 처음 먹었을 때처럼 집중이 미친듯이 되진 않는다. 

차분해지고 감정이 들끓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엄청 큰 변화다. 집중은 달래서 하면 전보다는 잘 된다. 


고민이 된다.

약을 먹고 제어된 내가 나일까? 병일까? 아니면 그대로가 나일까?


선생님께서도 비슷한 말을 하셨다. 

어릴 때 제어되지 않았던 (폭력적이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감정이 폭발하면 울면서 소리지르거나 하던) 부분이 스스로 계속 다잡아서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약 없이 단점들을 더 제어해보려는 방법과, 약을 먹는 방법이 있는데 선택하시라고.

근데 사실 그런 충동성이 여전히 있는데 거기에 휘둘리는 거에 너무 지쳐버려서 에너지를 버린 것에 가깝다. 지금도 화나면 누구 때리고 싶긴 하다. 돈 많으면 때렸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내 단점을 계속 제어하려고, 애쓰고, 감정 기복에 따라 제어할 수 없으면 모든 걸 놔버리는(회사도 안나가는) 과정의 반복이 지쳤다. 

휴가도 없는데 ㅋㅋㅋ 아프다고 통보하고 정신과에 갔다. 이게 정상인가...  


계속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집중해! 집중해! 뭐하는 거야! 자책하는 것도 이제 피곤하고 그렇게 살아야하나 막 살면 안되나 싶다. 

조울증 수준으로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걸 계속 조증으로 유지하려고 애쓴다. 긍정을 최면해야 뭔가 할 수 있다. 난 잘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막연한 긍정 = 그건 조증이 아닐까.

약을 먹고 좋아지면 좋겠는데.


지금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상태로도 일을 할 수 있다. 놀랍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심지어 고질병이었던 밥을 빨리 먹던 습관도 약을 먹으니 천천히 먹는다. 


약을 먹고 어디까지 좋아질까. 평생 먹어야하나. 계속 약이 들까. 플라시보 효과가 아닌가. 

27mg로 늘리면 집중력도 생길까? 딴일을 안할까? 내가 욕심부리나? 

온갖 걱정이 들고 무섭다.


여기 있는 글들을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 남일이 아닌 것 같고. 그냥 왠지 눈물이 난다. 

위안인지 슬픔에 공감되는 건지 모르겠다. 


간 병원 선생님이 좋은 분 같은데, ADHD 말고 더 많은 걸 물어보고 더 많은 걸 진단받고 싶은 욕심도 든다. 더 좋은 선생님을 그래서 찾나보다.


시각, 청각이 너무 예민해서 견디질 못하는데 ADHD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늘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끼고 다닌다. 이명도 심하다. 근데 이비인후과에서는 생활에 지장 없으면 정상범주란다. 

ADHD인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오감이 뛰어나고 예민해서, 그걸 못 견디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신기하다, 나는 시각, 청각, 후각이 아주 예민하고 촉각은 평균 이상, 미각은 평균이다.)  


나도, 여기 분들도 다 힘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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