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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안대
Level 3   조회수 82
2019-11-11 21:41:29

어느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아슬아슬한 외줄위에 올라 '검은안대'를 쓰고 

안절부절 하며 울부짖고 있었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내 발밑엔 나를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낼 악어들이 있어요!! "


소년은 발밑에 악어들을 보았다. 악어 수십마리는 소년이 줄에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소년은 한번 더 울부짖었다.


"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내 머리위엔 나를 금방이라도 벌집처럼 구멍낼 독수리들이 날고 있어요!!"


소년은 머리 위를 보았다. 하늘에는 수십마리의 검은 독수리 떼가 허공을 빙빙돌며 누가 먼저 이 소년을 잡아먹을지 자기들끼리 궁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지나가는 이 없었기에 소년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은 계속 울며 불며 살려달라 애걸했지만 몇날 몇일 이 지나도 아무도 소년을 구해줄 사람이 나타나질 않았다. 


결국 울다지치고 목도 다쉬어 눈물도 소리도 낼수 없게 되자 소년은 체념했다..  '아무도 날 도와 줄 수 없어..  난 그냥 여기서 죽겠구나.. ' 


모든걸 다 체념한 순간 소년의 귓가에 작은 바람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그 바람은 소년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아이야..  너의 그 '검은안대'를 벗어보렴"


소년은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바람에게 말했다


"  이 '검은안대'를 벗으라고?  무서워 난 못 벗어 이걸 벗었다간 난 미치고 말꺼야!  금방이라도 저 밑에 악어들이 날 물어뜯고 저 위에 독수리들이 발톱과 부리로 나를 쪼으려 하는데 내 눈으로 그걸 보라고?  말도안돼!!"


바람은 소년을 달래며 다시 속삭였다.


"아이야 너가 '검은안대'를 벗지 않고선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단다. 내말을 한번만 믿어보렴 네가 느끼는 이 세상과 네가 피하지 않고 너의 두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많이 다르단다... "


소년은 바람의 말을 듣고 한참동안을 고민했다.. '검은안대'를 벗을지 말지..  손으로 안대를 한참동안 매문지르며..


그러던 순간 


소년은 두 손으로 '검은안대'를 붙잡고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오랫동안 안대를 끼고있던 탓인지 처음엔 너무나 눈이 부셨다.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조금씩 눈을 떠 보았다.  


눈앞을 본 소년은 허탈했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년이 직접 '스스로 뜬 눈'으로 바라 본 광경은 이러했다. 

외줄위에 아슬아슬하게 있었던 소년은 사실 외줄위가 아니라 아주아주 얕고 작은 언덕위에 있었고 


소년의 발밑에 있던 수십마리의 흉폭한 악어들은 

한가로이 저들끼리 풀뜯어먹기 바쁜 순한양들이었고 


소년의 머리위로 허공을 날던 저승사자와 같던 독수리들은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하늘위를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던것이다. 


그리고 언덕위에서 한참웃던 소년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태연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은안대'는 바람에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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