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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늦게 일어난 날의 이질감.
Level 4   조회수 138
2019-11-06 15:25:00

1.

어젠 4시에 잠들었고, 9시 반에 일어났다.

그대로 독서실로 왔으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하루의 시작이란 빵가루처럼 쉽게 바스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머리를 깨우려고 음악을 듣고 일어나는데 가스계량기 교체원이 오셔서 교체를 받았다. 십오 분 정도 그걸로 잃었다.

그리고 밥을 했다, 만두를 데우고 밥을 먹으면서 에이앱 사람들과 톡을 했다. 사십분 정도가 그렇게 갔다.

그러고 나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는데 친구가 인식론 질문을 해서 답장을 했다.

 그러니 한 시 반이었다.

그 사실 자체에 문득 우울해졌다. 그래서 운동을 하러 갔다.

나는 우울하면 헬스장으로 가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2.

나는 평소에 딱 3킬로를 뛰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다.

목적이 기분의 개선이기 때문에, 근운동은 다해봐야 50회 정도?

15킬로, 20킬로, 25킬로, 30킬로 35킬로...

아주 천천히 힘을 유지하면서 힘을 썼더니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늦었지?


친구 답장에 한 시간, 검침원 응대에 15분, 식사에 사십분 헬스에 지금 약 30분

고작해야 두시간 반이다. 나는 9시 반에 일어났다 지금은 2시였다, 나머자 2시간은?

밥을 먹고 친구에게 답장하기까지의 움직이기 싫어 가만히 있었던 시간, 의식적으로는 아주 짧았던 시간이 무려 두시간이었다.


그건 즉 내가 지쳤다는 뜻이었다.

지난 3일 순공 10시간을 지킨 만큼 그게 아주 우울하거나 자괴감이 들지는 않았다.


4.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평소에는 3킬로지만 오늘은 1킬로만 전속력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시간을 봤는데 1킬로에 무려 6분이나 걸렸다.

나는 3킬로를 16분 정도에 뛴다.

그럼 1킬로는 사실 그 속도 그대로여도 5분 안팎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시속 12킬로에 두고 뛰다 지쳐 5킬로로 내린 게 잘못이었던 것이다.


마치 아득바득 순공 10시간을 지켰던 지난 3일처럼.


5.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너무나도 당연한 연속성 안에 우리는 있다.

인과를 그르치면 의지라는 마법 탓을 하기 쉽다.


모든 일어나는 일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일어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뻐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다.


언뜻 과히 이성적인 스토아의 말이지만 나 자신이 너무 감정적인 상태일 때는 도움이 된다.


6.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나처럼 할 것이지만 내일은 5시간만 할 것이다. 즉 내일 늦게 일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오늘은 10시간을 채운다.

어차피 내일모레는 예비군 날이라 전날 무리하다간 몸살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오늘은 10 내일은 5 내일모레는 예비군 끝나고 영화라도 보자.


7.

이렇게 계획을 짰더니 마음이 정말 평안해졌다.

수험생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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