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블로그

명예의전당



글보기
Level 2   조회수 151
2019-11-23 12:37:39


나는 내 탓을 하는게 마음이 편했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내가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어릴 적에 선생님이 부모님께 상담을 권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고치지 못했다.

그건 집을 나간 엄마 때문도 아니고 밤늦게 일하고 돌아와 간식만 사주던 아빠 때문도 아니다. 물론 어린 동생은 더더욱.

내가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끈기가 없고, 지각에 강박이 생겨 자해하고, 단어를 잘 못읽어서 시험 문제를 여러번 틀린 것도 전부 나에게서 비롯되었다.

나는 언제나 혼자 이겨내려했고 남에게 잘못을 구걸하지 않았으니까. 탓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누군가에게 기대 위로를 받는 일은 메마른 삶을 사는 나에겐 사치였다.

나는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한번도 병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떻게 이상황에서 자신을 탓하냐며 착하다고 말하는 일들은 결국 칼이 되어 내게 꽂혔다.

나조차도 이건 성격이고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성격은 성인이 되고 나서야 병이라고 말했다.

노력하면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몇 년동안 매달려고 고치려 했던 습관들은 모두 병으로 치부된다.


내가 여태 노력한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바꾸려 애썼던 시간들은 어디로 흩어지는 걸까. 답이 없는 질문은 빙빙돌며 그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구멍을 잘못 꿴걸까. 이것도 답이 없다. 답은 앞으로 지나가는 시간동안 선택과 또 다른 벽에 부딪혀 바쁘고 힘겹게 삶을 사는동안 작게 깨달을 것이다.


결말은 내 잘못이 없는 걸로 하자.

우리는 잘못이 없다.

조금 아플 뿐이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니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니까.


더이상 나를 세게 조이지 말자. 아프니까.


이제 약을 바를 시간인 것 같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