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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델리 펭귄
Level 3   조회수 143
2019-11-12 16:16:16

클레이 애니메이션 핑구의 모델이기도 한 아델리 펭귄은 귀여운 외모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가족사진을 위해서 사진관의 턱시도를 빌려 입은 두 돌 된 아기마냥, 아델리 펭귄은 등 쪽의 검은 털과 배 부분의 하얀 털을 갖고 뒤뚱뒤뚱 걷는다. 뒤뚱뒤뚱 걸으며 매춘과 새끼 펭귄 고의 살해, 집단 강간, 시간(시체 강간) 등을 한다. 아주 귀여운 외모로. 

 

착하면 착할수록 세상은 반기리라 착각했다. 옳은 행동엔 항상 박수가 뒤따를 거라고. 그게 누군가를 귀찮게 만드는 일이라면, 귀찮아진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박수칠 거라고, 겉으론 티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배척하진 않을 거라고, 그렇게 착각했다. 개인의 도덕성이 아무리 못해도 사회 집단의 도덕성보다는 낫다고 배웠으니까. 의식적으로 배운 대로 행동하려고 했고 그게 멋있고 옳은 거라고 여겼다. 친구를 괴롭히지 않았고, 힘든 사람을 도왔고, 잘못된 일에 침묵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힘들어졌고, 내 행동이 잘못된 일로 여겨졌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J는 왜소했고 피부가 하얬다. 말하는 걸 좋아했고 친구들에게 농담을 자주 했다. 농담이 그리 재밌진 않았지만, 타인에게 모욕감을 주는 농담은 아니었다. 학기 초엔 적지 않은 애들이 J와 대화를 나눴지만 점점 그 수는 줄어들었다. 줄어든 틈은 양아치들의 괴롭힘으로 채워졌다. 괴롭힘은 J와 친하게 지내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퍼졌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J를 피했다. 솔직히, 내가 착하거나 J와 잘 맞았기 때문에 같이 있던 건 아니었다. 단순히 양아치들한테 지기 싫어서 보란 듯이 J 옆에 있던 거긴 했지만, 최소한 그 행동에는 이게 옳은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J의 농담이 아무리 재미없다 한들 그게 괴롭힘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J에게 이제 나한테 말 걸지 마라고 얘기한 건, 내 뒤통수로 지우개가 던져진 걸 보고도 과학 선생이 아무렇지 않게 자기 취미 얘기를 했던 그 수업이 끝나고 과학실에서 교실로 돌아갈 때였다. 자리에 앉아 공책 귀퉁이를 찢어 J에게 던졌다. 양아치들이 두 눈으로 확인하게끔. 역겹게도 죄책감을 덜고픈 마음에 찢기 전 미안해라고 글자를 적었다. 다음 날 J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그날 밤 J의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그동안 부족한 점 많은 우리 아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우습게도 내가 J에게 사과한 건, 그의 손목에 그어졌던 줄이 굳이 시계로 가리지 않아도 티가 안 나게 됐을 때쯤이었다.

 

J의 뺨에 상처가 난 뒤에야 그를 향한 괴롭힘은 멎었다. 양아치들은 교무실로 불려가 회초리를 맞았다. 다음 날 담임은 두 명의 40대 여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 한다. 공부 잘 하는 아들을 둔 어떤 여자와 외제차를 타고 온 어떤 여자에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은 학교를 떠났다.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얼마 전 페이스북의 알 수도 있는 사람목록에 엄마가 외제차를 탔던 양아치의 이름이 떴다. 프로필 사진 속 그는 지붕 없는 스포츠카의 핸들을 잡고 있었다. 공부를 잘했던 양아치의 프로필을 검색으로 찾아냈다. 그의 프로필엔 유명 대학교의 영어교육과 재학 중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델리 펭귄은 매춘을 하고 새끼 펭귄을 재미로 죽이며 한 개체가 살아있든 말든 집단으로 강간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델리 펭귄을 계속 귀여워할 것이다. 귀엽게 생겼으니까.



(약간의 거짓을 섞었습니다. 누군지 유추할 수 없도록.)

첨부파일c272a41fcd29408da4cb77e3d5883c3b39c8a43d856baf885c2bc8f3735b45957b84d87a7ce79b707eb5a78b27520d5f800fc4404c7593fe6ee0605129e9d65f7d2bff99549ccece3fbbf51917c6e1a45fc4399907cfb1f29ed339df46ac6147.jpg (28.8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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