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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고찰
Level 2   조회수 166
2019-11-27 12:54:44

나는 일과를 마치고 노곤해진 저녁에는 웹툰이나 유튜브 등을 자주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또 나를 생각지 못한 곳으로 안내하고는 한다. 


작년 초에 본 영상이 떴다. 학습법에 관한 영상이다. 유명한 모 강사의 눈물겨운 수험기와 그간의 절박함과 수험기간 동안 쏟아부었던 노력의 영상이다. (+ 환경 개선을 위한 약간의 팁)


댓글란을 보는 나는 심란해졌다. 선생님의 영상을 보고 힘을 얻어서 몇 개월만에 합격했느니 하는 댓글들과 나도 저렇게 해야하는데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댓글들. 어 그러고보니 내가 옛날에 댓글을 남겼었네?


난 옛날부터 오래 앉아있는 걸 죽도록 싫어했기 때문에 '노력도 재능' 이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답글에 어떤 분이 "ㅋㅋ 님은 평생 노력하지 말고 사세요~~" 라고 남겨놨네....?


시대의 급변, 고급인력의 증가로 인한 취업기회의 감소와 좋은 기업-안 좋은 기업의 격차 심화(오너 마인드는 대체로 개판이지만 큰 곳은 최소한 돈은 많이 주니까...)로 인한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이전 세대들의 눈에는 그저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나 땐 말야... 너 땐 졸업만 하면 취직이었겠지.


[시험 준비를 한다면 내가 하루 10시간 공부해서 떨어지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합격자들 후기 봐. 다들 그정도 하잖아? 최소 14시간은 해야지?] 

이런 말 하는 사람 특징: 

5% - 해서 된 사람 / 95% 뭣도 모르면서 그냥 어디서 들은 사람



나는 '단순한 게 진리다' 라는 말을 믿는다. 

학업성취는 시간×효율이다. 

체력은 유한하다. 잠은행에서 빌려오지 않는 이상.

개개인의 특성은 전부 다르고 시각에 반응하는 사람, 청각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상상력이 좋아서 설명 안 된 부분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이해력은 좀 딸리지만 암기가 기가 막히는 사람이 있다. 노래로 외우는 게 맞는 사람, 혹은 전혀 외우진 않지만 인과관계나 관련된 '썰'을 알면 쉽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타고나서 집중이 길게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가스라이터처럼 활활 타오르다 푹 꺼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오래간다. 고승덕 같은 사람에게는 14시간 공부법은 특수한 진리가 된다.



그런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도 않고 일찍 일어나서 오래 앉아있지 못하면 절박함이 부족한 거라고? 잠을 6시간 이상 자면 게으른 것인가?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면 어때? 멍하게 10시간 앉아있는게 맞는 건가? 시간을 줄여서 더 많은 결과를 얻더라도 여전히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옳은가? 


유능한 코치는 절대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는다. 방향을 정해주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훈련을 제안하고, 피드백을 하며, 적절한 휴식을 집어넣고 오버트레이닝을 극도로 경계한다. 


공부라고 다를 게 있을까. 어느 심리학 서적에서 읽었는데 사람의 집중력은 50분이 한계라고 한다. 그래서 수업을 50분 하고 10분 쉬는 것이다. 통상인도 50분이면 집중이 날아가는데 2~3시간을 연속으로 공부한다고? 게다가 그 짓을 12시간 해놓고 '오늘도 14시간을 채우지 못했다'라고? 진심입니까 휴먼?


그런 것은 과몰입 상태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게임처럼 재미를 느끼고 보상이 눈에 보이고 당장 이겨야 할 상대가 눈에 보이는 입장혹은 시험 한 달 전의 긴장감이 아니라면 과몰입(당장 공부 안하면 내년에 @@한 일이 일어나)을 하기 위해 가정환경을 파탄내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은 좋다)



어느 날은 다른 @의 수험기를 읽었다. 용량을 올렸더니 어느 순간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인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가지는 대가로 극심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약을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에 대해서 난 여전히 회의감이 있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서 앉아있을 수 있는 게 노력이라면 

그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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