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이상한 날이였더랬습니다 그날 아침은.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면 한번 시침과 분침이 제 싸대기를 때리고요. 두번 보면 둘이 저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리고요. 세번 보니 제 인생에 저주를 퍼붓고 있었어요. 신년회 자리에 늦었다는 이야깁니다. 내가 쓸데없는 짓으로 시간 낭비하고, 내가 시간 관리 못한, 이런 '일상적인' 잘못이, 마치 남이 내린 저주로 인한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지요. 이것은 우리가 사는 이야기........☆
큼큼 아무튼. 택시를 내려서 지하에 내려가니 이미 여러분들이 계셨습니다. 데코를 맡았던 저는 준비해온 쿠킹호일을 전속력으로 꾸기기 시작했습니다. 빨랫집게에 찝힌 호일쪼가리들을 보신 분들의 미간도 같이 꾸겨졌고요. "머 그까이꺼, 누가누가 파티데코를 기가막히고코가막히게잘하나 선발대회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기냥 거 우리답게 귀엽게 즐겁게.. 펀섹시쿨 유노? ...응? 다 좋은게 좋은거지." 라고 생각했던 제 마음도 꾸깃꾸깃 꾸겨졌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그런 충격과 공포를 안겨드린 것을 모두에게 사죄드립니다.(짐작하셨겠지만 이 글에는 과장과 뻥이 많습니다)
참, 신년회 카톡방에서 농담 삼아 이 신년회의 '경솔함' 을 맡겠다고 했던게 실제로 이루어질 줄이야. 망코를 허둥지둥 마치고 테이블에 앉은 저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억누르지 못하고, 분위기를 잡아가는 유그루님에게 숙연드립을 내뱉었습니다. (이, 이 분위기 몹니까. 앙?! 숙연대잔치 모냐고요. 앙?!)(요정도는 아닙니다)
피자와 유그루님이 싸오신 치즈김밥(유그루짱! 햇살미소 유그루!)을 먹고 있을 때, 취향님 힘나는하루님 칼리님 버락오바마님 등등이합류하셨습니다.(취향님 빌렸던 보조배터리 말도 안되게 늦게 돌려드린 것 너그러이 용서해주셔서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
챙기려고 했다가 예산 부족으로(...) 못 챙긴 파티 용품들이 생각보다 많이 구비되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왠만한 베개만한 선글라스, 취학아동이 된 이후로 쓰지 않은 st의 머리띠, 코주부 안경 등으로 세상 즐거워 할 수 있는 우리들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미리보기 사진으로 인앤아웃스타그램존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볼풀방(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볼이 적음, 그나마 있는 볼풀도 상당수 비참하고 무력하게 터져있었음, 무엇보다 방이 냉골임)을 파티 용품들이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볼품없고 볼풀도 별로 없었던 볼풀방 옆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는 방이 있었고 그곳에서 본 깡통님의 열정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과잉행동과 관종력으로 빚어낸 무차별 땐쓰뿌뤠이크에 동참해주신 헤헤헤님도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백미는 밤이 되서 시작한 보드게임이었습니다. 겜돌이님이 닉값을 맛깔나게 해주신 덕분에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노래방 기계에 미쳐서 늦게 합류했던 것이 아쉬워 아직까지도 분통이 터지고 이가 갈릴 정도입니다.(아님)
보드게임이 중반을 넘어가자 귀가 하시는 분들이 속출했습니다...!(땅을 치며 운다) 하지만 그분들은 겜돌이님이 자꾸 그것 참 안되는 하체단련자세를 거참 세상에나 양말도 안 벗고 오백번 시도하시는 것을 못봤지롱. 간다으아아아아아. 겜돌이님이 사백구십구번 넘어지실 때마다 오바마님과 제가 애달프게 곡을 했습니다.(그리고 이글을 쓰고 있는데 진심 거짓말 아니고 방 밖 거실 티비에서 정확히 그 노래가 나오고 있습니다. 웃겨서 죽을것 같아 묫자리 알아봐놨습니다.)
돌이켜 떠올리니 운영진 중 한명으로써 후회되는 기억들도 조금 있네요. 에이앱과 에이앱 오프라인 모임에 익숙치 않은 분들을 더 많이 챙겼어야 하는데... 데코야 웃겨 넘긴다고 쳐도(아님) 혹여나 소외받거나 겉도는 기분을 느끼신 분이 계셨을까봐 이제서야 걱정이 됩니다.(아니었길 빕니다.. 제발...!)
또한 1박을 하지 못하고 떠난 제 대신, 그 많은 뒷정리를 하느라 수고 많이 하신 유그루님 벙케님 겜돌이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더 즐겁고 더 뜻깊고 더 행복한 행사들을 만들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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