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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ADHD 인지치료에 있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인정하고 타협하는 것입니다.
Level 2   조회수 2005
2020-08-11 12:37:36

안녕하세요.


블로그 글을 쓰는 건 처음입니다. 


전 사실 ADHD 치료를 받는 것에 있어서 아직 신생아 수준입니다. 이제 1년이네요..


하지만 그 사이에 다이나믹한 변화를 겪어서 경험을 공유하고자 글을 씁니다.




(1) 1년 간의 상태 변화


처음~4개월차: 약 개쩐다 뭐야 왜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난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4개월차~5개월차: 어 뭐지 점점.. 이상한데.. 약먹었는데 왜 예전이랑 비슷한 짓을 반복하는 것 같지?..?

6~9개월차: (약을 먹고 증량해도 예전과 변함없이 나태하고 멍청한 기분. 나아질 것 없을 듯한 인생에 절망/우울.)

10개월차: 아니 아냐 아닐거야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11개월차~현재: (뭔가 깨달아가는 중)


이렇듯 어떤 분들은 오래오래 겪으시는 일을, 저는 운이 좋게도 주변의 지지와 좋은 담당의 만나서 비교적 빠르게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제게 (뭔가 깨달아가는 중) 상태가 되도록 도와줬는지 찬찬히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2) 치료 전의 상황


전 항상 제 ADHD적 성향을 무의식적으로 혐오해왔습니다. 일반인과 어울릴려고 발악을 하면서 제가 언제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을 느꼈죠.

그래서.. 직업도 그냥 저랑 안맞는걸 선택했습니다 ㅠ.. 원래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근데 그걸 일부러 외면했어요.

ADHD 뇌는 아주 핑계를 잘 찾아냅니다. 


'그건 어려울 거고, 성공 가능성이 낮고, 실패하면 어쩔건데? 직장이나 구하는게 나을걸? 근데 나 주제에 무슨 일을 하고 살겠어? 그냥 대학교 공부도, 동아리 활동도 이렇게 힘든데 뭐할려구? 뭘 하든 잘 안 될 걸?'


그래서 구직을 시도했는데.. ADHD적 성향 때문에 잘 안됐습니다. 전 이게 저의 나태함 탓인줄 알고 언제나 우울하고 절망스러웠어요.

그러다가 마지막 절박함이 통했는지 겨우겨우 직장을 구했는데, 문제는 업무가 정말 저에게 안맞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구한 처음에는 너무 좋아서 굉장히 일도 잘했습니다. 아직 신선했으니까 ADHD뇌도 신나했던거 같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안맞는걸 느끼고 ADHD뇌도 이제 흥미를 잃었죠.

전 아직 ADHD인걸 몰랐으니 아 내 나태함이 결국 날 이기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울증은 아닌 거 같은데 제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 못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병원을 방문했고,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3) 1년 간의 상태 변화 (ver. 상세 서술)


다시 처음에 쓴 걸 가져와서 기간 별로 제가 느꼈던 점을 말해보겠습니다.


 ⓐ 처음~4개월차: 약 개쩐다 뭐야 왜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난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


   - 더 자세히.. 쓸 말이 없네요.. 말그대로 약으로 인해 특유의 피로감이 사라지고 지루한 일도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전하는데 있어서 사고도 안나게 되었습니다. 전 이때 그냥 제 인생이 핀 줄 알았어요. 착각이었는데.. 아무튼 그래도 이때 제가 첫 복용시 느끼는 고양감 코인을 타서 지속이 어렵고 스트레스이긴 해도 좀 일정한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준비를 하게 되었고, 실제로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쓰고 나왔습니다. 정말 전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4개월차~5개월차: 어 뭐지 점점.. 이상한데.. 약먹었는데 왜 예전이랑 비슷한 짓을 반복하는 것 같지?..?


   - 약이 만능이 아닌걸 아직 받아들이지는 못하는데 몸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가 엄청나게 상태가 좋을 때'를 기준으로 매일의 계획을 짰는데, 심지어 '그래야만 한다'라는 집착까지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 일정하게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 현재 와서 보니 제 당시 계획의.. 반의 반도 안되는 양이 그냥 부담없이 일정하게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느낍니다. 그치만 당시에는 그런걸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패닉이었고, 주변에서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차분히 할 수 있는 걸 해라, 나쁜 생각을 하지 마라, 계획을 무리하게 짜지 마라... 이걸 들어도.. 하나도 귀에 안들어왔습니다. 

     겉으로는 끄덕이면서 속으로는 '알아 알겠는데, 그게 되면 좋겠는데 안되잖아...' 이런 상태였죠. 결국 스트레스를 반복하다가, 약을 먹으면 안될 정도로 몸이 안좋아서 잠깐 약을 안먹는 기간을 가졌다가 돌아왔는데,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님에도 다시 예전의 '고양감에 세운 루틴'으로 영영 돌아올 방법을 찾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놔버렸습니다.



 ⓒ 6~9개월차: (약을 먹고 증량해도 예전과 변함없이 나태하고 멍청한 기분. 나아질 것 없을 듯한 인생에 절망/우울.)


   - 구직활동 시작할 즈음, 스스로의 병도 모르고 뭘 하려고 해도 하나도 안될때의, 동굴에 들어가있는듯한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름 신경쓴다고 썼는데 중요 일정을 착각하거나, 뭔가를 깜빡하거나, 그런 바보같은 실수도 어쩐지 더욱 많아졌습니다. 약을 증량해도 그랬습니다.

    '일찍 자야겠는건 알겠는데, 불안해서 잠은 안오고.. 근데 마침 남의 눈이 없는 밤시간인데다가, 남이 없는 개인 침실 안이네. 그럼 불안 좀 달래기 위해 게임이라도 하고 잘까?'

    ADHD는.. 참 신기한 병입니다. 낮동안 졸려서 아무것도 못하겠는 날에도, 밤에 몰래 게임하면서 재미있고 자극으로 신나지면 밤을 새서 게임을 합니다. 근데 밤을 새면.. 수면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낮이 망하고.. 놀랍게도 이 굴레에 한 번 들어가니 3개월이 눈녹듯이 사라지더군요. 제 목표는 아직도 저 멀리 있는데 전 여기서 멍청한 짓을 반복한다고 느꼈습니다. '왜 그런지'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나아질 길이 없어보입니다. 절망적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 10개월차: 아니 아냐 아닐거야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 그래서 엄청~~~ 나게 방법을 찾아다녔습니다. 사실 6~9개월차에도 정신이 들었을 때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그 노력을.. 일반인 대상의 영상, 서적에서 찾았던게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그 어느 하나도 제 몸에 안맞았었어요. 그래서 그냥 ADHD 인지치료책을 이때 엄청 여러번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씩 나아집니다. 제가 이때 당시 봤던 책은 '성인 ADHD 대처기술 안내서' 였습니다. 안되면 안되는대로 또 읽고 또 읽고 했었습니다. 하루 이 기술서의 방식을 성공하면, 다음 1~5일은 실패하기 일수였습니다. 그래도 그냥 읽었습니다. 일반인 대상 책과 달리 ADHD 책들은 환자가 본인의 의도가 아닌 문제가 있는걸 전제로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때문에, 사실 기술서의 방법을 따라하는게 제게 큰 도움이 되었다기보단.. 이 책에서 '이건 ADHD의 증상에 의한 것이다.' '약을 먹어도 인지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등.. 이렇게 제가 가진 ADHD 증상을 인정해주고, 네 탓이 아니다. 네 인생은 바뀔 수 있다. 그런 분위기의 내용들이 제게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11개월차~현재: (뭔가 깨달아가는 중)


   - 제가 하려고 했는데 까먹은 일들, 제가 계획했던 시간에 뭔가를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없애려고 대단히 노력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건.. 솔직히 빠르게 될 수 밖에 없었던게, 누군가 강압적으로 저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상태도 아니고, 새로운 직종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그걸 떼어놓고 보면 모든 시간이 저에 집중할 수 있는 프리타임입니다. 그러니까 '남'이라는 요인을 제거하고 그냥 순수하게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이 왜 이런 실수를 저질렀던건지, 이게 ADHD의 어떤 특성에 의해서인지, 왜 내가 계획했던 시간에 그걸 못했는지... 그거에 화를 내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 자극 추구하는 광기(?) 상태가 끝났을 때 그냥 글로 차분히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전후 상황'을 써봤습니다.



  예시) 게임을 하다가 무심코 필요없던 뽑기를 한다. 근데 뽑기가 망했네. 생각없이 지르다가 내역보고 뒤늦게 후회한다. 


       ->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후회하는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왜 무심코 필요없던 뽑기를 하게 되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중독이라 그렇다 이런식으로 제가 손댈 수 없는 상황취급을 하는 건 도움이 안되어서.. 그냥 면밀히 바로 뽑기 직전에 제가 어땠는지 계속 생각해봤습니다.

         * 게임을 오래 함. -> 이제 게임에서 더 할 게 없음 -> 성능 좋은 신캐 구경하다가 '아 역시 뽑아야겠다!' 충동이 떠오름. -> 충동에 져버림....


           -이거에 대해서 하나씩 대책을 세워봤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전제로요. 


              ㄱ. 게임을 오래하면 저렇게 되니까, 게임을 안해야겠다 생각해서 폰 잠금이나 금욕상자를 시도합니다. 근데 어느날은 되고, 어느날은 안했던 날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폭발하고 게임을 키고 멈추는게 안됩니다. 


              ㄴ. 그러면 이제 게임을 완전히 억제해버리는건 효과가 없다. 그럼 '게임에서 더 할 게 없음' 단계에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봅니다. 전 <성인 ADHD 대처기술 안내서>가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추가적으로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ADHD의 인지치료'에서 읽은게 요즘 더욱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각각 어떤 파트가 도움이 되었냐면,


                   *<성인 ADHD 대처기술 안내서> 에서는 '계획을 갖고 기기를 켜라'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p.317) 

                     제 흐름을 보면 '게임에서 더 할 게 없는데 뭔가 더 하고 싶어서 뽑기를 하게 된다.' 라는 점에서.. 이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폰게임은 보통 하루에 할 만한 루틴이 정해져 있습니다. 무한히 할 수도 없는게 실제 재화를 가지고 현질을 하지 않으면 기다려야만 새로운 걸 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제가 노력하려고 한건..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기'입니다. 억제하는게 아니예요. 어느 순간에 이 게임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것인가, 그걸 스스로 정해봤습니다. 어느 순간까지 하는게 제일 재밌고, 어느 때부터 스트레스지? 그러면 그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얼마지? 대충 와꾸를 짜봅니다. 그걸 토대로 게임에서 할 일 투두리스트를(ㅋㅋ) 만들었습니다. 예.. 보통은 '생산적인 할 일'에 쓰는 그 투두리스트요. 뭐든 일단 한 흔적이 남으면 재밌으니, 루틴에 필요한 일을 끝내고 나면 체크를 하고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서 그걸 다 할 즈음에.. 설정한 시간이 끝나면 강제로 셧다운 되도록 앱 시간 제한을 걸어둡니다. 근데 전 억지로 걸어두진 않았어요. 그냥 시간이 되면 꺼질 뿐이고, 마음만 먹으면 제가 다시 그 제한을 풀 수 있습니다. 그치만 꺼지는 걸 확인하면, 전 지금 충분히 만족한 시간이니까 다시 킬 필요를 못느낍니다. 뭣보다 이렇게 갑자기 꺼지는 순간은, '다시 켜서 할 일이 없다.'는 걸 냉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을 주더군요. 그럼 자연스럽게 그 다음 제한.. 그러니까 위에 금욕상자를 언급했는데, '이제 난 폰을 충분히 해서 만족스러워. 이 상태라면 금욕상자에 내 폰을 집어넣을 수 있겠다.' 정도의 안정감이 생겨서, 몇 시간 동안 못 쓰게 화끈하게 설정해둘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실패할 때가 있었는데,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ADHD의 인지 치료>에서 충동성 모듈(p.97)이 여기서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ADHD의 충동조절 문제 표(p.98)을 보면 '자극 추구 행동- 즉각 보상에 끌리는 성향 떄문에 흥분과 새로움을 추구한다.' 이 문구를 계속 머리에 새기고 삽니다. 제가 뭔가 재밌는 일을 하고 싶을 때... 이런 성향이 또 날뛰고 있구나, 이거 내가 아니라 ADHD가 또 ADHD하고 있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좀.. 흥분이 식습니다. 현타 같은 느낌이 와요. 이런 상태가 되었을 때 전 이 충동 행동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지우려고 온갖 짓을 다합니다. 제가 듣는 온라인 강의가 있는데 수강 중 이런 충동이 느껴진다? 그럼 선생님을 자세히 봐 봅니다.. 선생님 옷이 뭔가 웃기게 생긴걸 깨닫습니다. 어떤 점이 웃긴지 관찰해보다보면... (ㅋㅋ) 이런 충동 자체는 줄어듭니다. 그리고 어느새 강의에 집중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립니다.




 이걸 보시면.. 

 제가 「저의 혼돈을 백퍼 억누르려고 한게 아니라」, 「어떤 부분은 허용하고, 어디서 이 혼돈에 대해 만족스러움을 느낄 것인가」, 「그리고 그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안전하게 이 충동을 멈추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걸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이실겁니다. 


 그리고 ADHD 특유의 주의 집중 분산과 자극 추구 성향을 적절히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온라인 강의 내용에 집중한다, 가 아니라 선생님의 손짓, 발짓, 그리고 웃긴 복장(?)에 집중한다. 물론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러다 보면 자극 추구를 하고 싶어서 떠오른 충동은 어느새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아집니다. 


 약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ADHD적 성향을 활용해서 스스로와 타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게임에서 벗어나서 이런 식으로 자기 객관화를 통해 조금씩 개선하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계획표를 짜려고하나 계획표 짜는 것 자체를 미루고 까먹는 점 & 계획표를 짜도 할 일을 까먹는 점: 

    *게임의 예시처럼 '왜 내가 계획표 짜는 걸 미루게 되는가'에 집중해봅니다. 전후 상황, 그때 내가 어디에 빠졌나, 어디로 주의분산이 가있었나, 내가 정말 계획표 짜는걸 중요하게 여겼나? 계획표를 짠다는 건 어떤것일까? 등을 정리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이전에도 올린 적 있는 것 같은데 전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ㅋㅋㅋ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어쩔 수없이 게임을 킵니다. 이건 아침에 일어난 자신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이건 어떻게 거부할수 없는 마력이 있어서.. 차라리 게임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다른 생산적인 일을 끼워팝니다. 제 하루를 위해 아침에 운동은 해야하는데 게임도 하고 싶으니... 제자리 걷기/뛰기/스쿼트 등.. 손은 게임에 가있고 다리는 열심히 운동시킵니다. 어느 날은 엄청 열심히 하고 어느날은 좀 대충 휘적하고 그렇게 기복을 인정하면서요. 근데 문제는.. 게임에 너무 빠지다 보니 스스로 계획표를 짜려고 안배해둔 시간을 자연스럽게 미루고 잊게 됩니다. 그래서 위의 게임 충동 억제와 맞물려서, 게임을 하고 만족감을 느낀 채로 끈 뒤에 이 기분을 이용해.. '기분이 안 나쁠 만한' 계획을 짭니다. 계획 짜는 것 자체를 기분 좋은 타이밍에 하려고 하고, 그걸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근데 그래도 까먹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계획표가 없어도 어느순간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결국 계획표가 늦게라도 필요한 듯한 순간이 오는데, 그때 짜도 괜찮다, 계획표가 없는게 너의 하루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진정시킵니다. 그리고 계획표를... 정말 간단하게 씁니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뭐를 하자 이거 실패한 적이 너무 많으니까.. 해야할 목록 자체는 따로 적어두고 지금 당장오늘꼭해야할 하나의 일! 만 적어둡니다. 그리고 늦든 빠르든 이게 끝났다? 그럼 그 다음에 할 일은 그 다음에 정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건.. 계획표를 짰다, 썼다, 시간을 떠나 오늘 하나 내가 지켰다... 이걸 계속 인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수영장 깊은 물 들어가기 전에 발목부터 담그는 것 처럼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얼마나 더 '체계적'이 될지는 그 후에 준비되면 할 예정입니다. 


 ※ 요약하자면 계획표나 할일 목록을 '잊는' 전후상황을 보고, 그 원인을 최대한 살펴보고, 해결해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도 실패하면..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일 수도 있으니 새롭게 살펴보면 되는겁니다. 중요한건 '난 원래 이래, 변할 수 없어'에서 멈추면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강조드리고 싶은건.. 전 계속 저의 ADHD로서의 혼돈과 주의분산 자극추구 성향을 그냥 인정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용해먹고 있는 거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ADHD로서의 저도 ADHD를 해결하려는 저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누가 제시해준 건.. 쓸모가 없어요. 사람마다 상황과 추구하는게 다르니까요. 근데 잊는다의 기준이 엄청 다채롭고 다양하게 발생하니까, 만약 '계획표 짜는 것'에는 어찌저찌 성공했는데 '이걸 가지고 나오는 걸 까먹었다'가 발생했다면.. 왜 가지고 나오는 걸 까먹었지? 로 다시 되돌아가보셔야합니다. 무엇이 자신의 주의력을 계획표로부터 멀어지게 했나, 그걸 알기만 해도 좀 덜 잊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기서 도움이 됐던 정보가 있습니다. 전 제가 기억력이.. 당장 준비하는 시험이나, 재밌는 거, 흥미로웠던 것에 있어서는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기억력이 나쁘다'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ADHD의 인지 치료> 기억력 모듈 부분 (p. 59) 을 보면 기억 시스템을 종류별로 나눠놨습니다. 즉각기억 / 단기기억&작업기억 / 장기기억 / 미래계획기억 등입니다. 책에 자세히 적혀 있으니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계획표 짜는 걸 잊고 미룸, 계획표를 짜도 할 일을 까먹음' 문제는 미래 계획 기억에 속합니다. 전 스스로가 미래 계획 능력에 특히 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걸 안 것 만으로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 좀 덜 잊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외의 충동들 생각없이 인터넷을 키는 것, 뭔가를 사는 것, 유튜브를 보는 것.. 쓰려다보니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해결하려는 과정 중에 있어서 굳이 더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저러한 과정이 생활 전반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이 괄호 속 내용을 추가합니다.)




(4) 결론


-약을 먹어도 ADHD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스스로의 ADHD를 좀 더 느낄 수 있고,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되며, 그 불편감을 참을 수 있는 만큼의 도파민이 나와서 이성적인 자신이 좀 더 힘을 쓸 수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냥 저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생활 개선에 있어서 스스로의 ADHD적 면모를 이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ADHD적 면모를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근데 그 이용하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가야한다. 시행착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입니다.


이미 글이 길어지기도 했고 어디에 끼워야 할지 모르겠어서 추가적인 팁은


-주의분산이 엄청 쉽게 되는 걸 인정한다. 우린 그냥 굴러가는 낙엽에도 주의분산될수 있고 갑자기 떠오른 생각 때문에 내면의 세계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인정하고 나면 자신이 주의가 분산되는 트리거를 알 수 있고, 자기객관화가 가능해진다.

-중요한걸 잊고, 할일을 미루는 과정이 주의분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걸 어떻게 다룰지 스스로에게 가장 베스트인 방법을 찾아본다. 


전 스스로가 주의분산이 쉽게 되는걸 깨달은 뒤로는.. 제가 공부하면서 시선 보이는 방향에 있던 모든 메모를 다 없애고, 마음 안정용으로 산 식물이나 그림도 공부하는 시간 동안은 안보이게 다른 곳에 치워두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보이는 것이 있으면 하얀색 무늬없는 여름용 담요로 다 덮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하니 외부적인 주의분산은 사라지고, 이제 내면의 주의분산만 남아서.. 그거랑 어떻게 딜을 칠지 방법을 차아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는 것도 저의 혼돈을 허용한 것입니다 ^^; 

원래 스스로 정한 룰을 따지자면 이 시간엔 노트북을 키면 안되는데.. 며칠 에이앱 들어오다보니 자꾸 이런 글을 쓰고 싶어서, 그냥 큰맘먹고 제 ADHD적 욕구를 만족시킬 겸 화끈하게 다 정리해버렸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요.


이 글 이후로 한동안 에이앱도 되도록이면 스스로에게 금지시킬 방법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원래도 자주 안들어왔었는데, 요즘 이거저거 제어하다 보니 그냥 글을 읽고 쓰는 것마저 재밌는 자극으로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이전부터 이런 1년 간의 치료 과정 정리 글을 쓰고 싶었던 욕구가 여기 들어오면서 폭발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원인을 찾으면 이것도 멀어질 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블록 사이트도 써볼거고, 그래도 들어와버릴 걸 경계해서 비밀번호도 아무렇게나 바꿔보고 그럴려고요. 

그리고 이런 글을 쓰면 충동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스스로에게 '쓸 만한 건 이미 다 썼다. 더 쓸 게 없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테고, 이게 충동대로 움직인 자신에 대해 과거의 자신이 세워둔 하나의 이정표 될거라고도 생각합니다. 

뭐... 성공하면 좋겠지만 안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방법이 다른 분껜 안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하나의 케이스라고 여기시고 참고만 해주세요. 

다들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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