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에이앱을 다시 찾기 전, 마지막으로 내가 에이앱에서 글을 쓴 게 언제였었지 싶어서 기록을 찾아보니 2019년 1월의 글이 마지막이었다. 와, 어쩜 이렇게도 시간은 빨리 지나간 거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나이 먹는 게 세상에서 정말 제일 쉬운 일인 것 같다. (이젠 나이 따위 그만 좀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작년 9월 말, 1년 3개월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던 시점에 공교롭게도 나는 ADHD 약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을 받았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약을 안 먹고 있긴 하다. 그리고 나서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약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다시 약 복용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 지의 기로에 서 있다. 왜냐하면 나 혼자만의 의지로 이겨내기엔 정말 너무나도 힘드니까.
분명 누군가 내 앞에서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을 잘 들어두었다가 나중에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 이번에도 그 말을 듣지 못하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게 거의 매번 반복된다. 일부러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근데 자꾸만 놓친다. 그래서 뭔가를 들으면서 정리해서 필기를 하려고 하면 내 머릿속엔 아무것도 안 남아 있어서 미칠 노릇이다. 그뿐인가. 말귀를 못 알아먹고 딴 소리를 해서 짜증을 유발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집은 또 어떻고. 발 디딜 곳 없이 난장판인데, 남들은 한두시간이면 뚝딱 치워버리는 걸 나는 하루 종일이 걸린다.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삶의 질 측면에서도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약 먹었을 때는 안 이랬는데. 난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서글퍼진다. 난 왜 하필 이모양 이꼴로 태어난 건지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막상 약을 다시 먹을까 싶다가도, 혹시 나중에 보험가입도 거절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먹지 말고 그냥 버텨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실비보험 가입도 안 했는데 ADHD 치료부터 받게 된 거라서. 근데,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로 재입사한 지금,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익숙해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마다 약을 먹고 좀 더 효율적으로 살아볼까 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지금처럼 삶의 질이 떨어지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약을 먹고서라도 보통사람처럼 사는 게 더 낫지라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많이 고민이 된다. 아 어떻게 해야 최선의 선택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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