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벌써 @ 치료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네요. 그전부터 겪은 문제 과정을 소개해드리면 저를 포함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것 같아 글을 써봅니다. 작년 봄쯤 부터 회사에서 인간관계가 꼬이기 시작해서 몇개월간의 우울 불안의 시간을 겪었고 작년 딱 이때쯤 절정을 달렸었습니다. 이때는 adhd라는걸 전혀 몰랐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던 때 였습니다. 치료 받은 적은 없지만 우울증이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차에 운이 좋게도 무조건 적으로 칭찬해주는 여자친구가 생겼고 덕분에 다시 삶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 같은게 생겼네요. 그래서 생활 속에 안좋은 습관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갔습니다. 습관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입니다. - 제시간에 일어나고
- 출근시간 지키고
- 식사 규칙적으로 챙기고
- 시간내서 독서하고
- 식습관 신경쓰고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꽤나 많은 습관들을 만들었어서 큰 줄기만 적었네요. 직접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본건 규칙적인 생활인 것 같습니다. 이런 습관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감정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일에 대한 욕심, 여러 사람관계도 잘해보려는 마음도 생겼었죠. 그동안 다이어트도 해서 거의 10kg 정도 뺐습니다. 최근 몇년간 느껴보지 못한 거의 최상의 컨디션이었습니다. 그런데 몇가지 극복되지 않는 부분이 명확하게 있었습니다. - 주어진 업무 거의 다 해놓고 신입도 안하는 자잘한 실수 때문에 지적받음
- 업무 시간에 충동적인 쇼핑
- 내가 뭔가를 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제시하면 짜증남 가끔 컨트롤이 안됨
- 급하지 않은 일 미루기
- 다른 사람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
개인적으로 1번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검색하다가 성인 ADHD를 알게 됐습니다. 에이앱에서 병원 소개글을 보니 근처에 보수적인 진단을 내리는 병원이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어떤 약이든 정신과 약은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서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CAT검사에서 저같은 경우 다른 부분보다 반응시간이 현저히 떨어지는게 명확하게 보였고 ADHD로 진단 받았습니다.
3월 중순 일겁니다. 처음에 18mg 콘서타를 처방받고 한 일주일? 동안 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기분이 었습니다. 그동안 알고 지낸 모든 사람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반복된 관계의 실패로 사람들과의 대화 자체가 무서웠는데, 농담도 할만한 여유가 생길 정도로 대화가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일이 잘되다 보니 일 욕심을 많이 냈습니다.
그런데 삶의 변화는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예전에 내지 못했던 성과를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나 봅니다. 27 36 45로 늘려도 부작용이 도드라졌고 힘들게 쌓은 예전 습관들이 하나둘씩 무너졌습니다. 어금니에 통증을 느껴 치과에 가보니 평소에 이를 꽉무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원래 없었을 텐데...). 심해지면 깨질 수도 있고, 평소 운동을 과도하게 하거나 스트레스 또는 긴장하는 상황에 노출되면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거라는 불안이 저를 휘감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 사람은 그야말로 정신병자로 봤을 수도 있죠. 제 시간에 출근도 안하고 그렇게 열심히 할 것 처럼하더니 시키는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고. 어떻게든 붙잡으려던 현실과의 끈도 슬쩍 놓으면 그만이더라구요. 쇼핑습관은 더 심해졌고, 줄창 게임만하기도하고, 하루종일 유튜브알고리즘 노예로 지내기도하고, 유흥업소도 들락거리고, 무단 결근도 하기도 하고 ... 다시 36으로 줄이고 지켜보자고 하셨고 꽤나 오래 지속했습니다. 일주일 가량 단약해봤는데 adhd 증상이 너무나 심각하게 올라왔고 돌아갈 곳은 없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 말고는.
방황은 시간낭비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방황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일 수 있죠.
어느 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아니 읽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몇줄 이었죠. 그런데 다시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다시 어떻게든 일어서야 했습니다. 누구한테도 보란듯이 멋있게 잘 살고 싶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운동을 시작 했습니다. 명상도 했고 심호흡도 했습니다. 니코틴이 도움 될 수 있다 길래 하루에 한대씩 피웠습니다. 영양제도 이것저것 챙겨먹었습니다. 상담어플도 이용해 봤습니다. 저한테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책이 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책에는 뭔가 있을 것 같아서 미친 듯이 읽었습니다. 과학 인문 소설 가리지 않고 손가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불안과 잘 지내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고, 부모님으로 부터 비롯된 불안이 내 삶에 굉장히 많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불안을 관리하는 몇가지 팁을 얻었고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불안과 대면한 경험을 얘기하니 대단한 경험을 했다고 하시면서 한번 더 지켜보고 45로 다시 올리자고 하셨습니다. 불안이 내려가면 증상의 원인이 adhd라는게 명확해진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45에 이어 최근에 54까지 올렸습니다. 예전 부작용의 경험 때문에 일하지 않는 쉬는 날에 짧게 단약해도 괜찮냐고 말씀드리니 용량을 줄이더라도 안먹지는 말라고 하셨고 지금은 평일54 휴일45~36정도 복용중 입니다. 인데놀도 같이 처방받았는데 감정이 예민해질수 있어서 처방해주셨다고 했는데 아직은 먹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에 다른이유로 먹어본 적 있는 약이라 상황 보고 먹으려고 생각 중 입니다.
얼마 전부터 에이앱에 올라오는 글에 댓글로 작은 경험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도 많이 도움되는 것 같습니다.
'불안과 잘 지내는 법'의 한 인용문을 재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첫째, 사소한 일에 애태우지 마라, 둘째, 모든 일은 사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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