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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방법
Level 3   조회수 146
2020-10-27 00:00:10

노크도 없이 우울은 불쑥 찾아와서 왈칵 눈물을 쏟게끔 한다.


필요시 먹으라고 의사가 준 자나팜은 처음엔 한 알씩 먹다가 (처음부터 일수보다 조금 부족하게 주긴 했지만)
다음 내원에서는 일수대로 받아와서는 약이 필요 없던 날도 있었던 반면, 종종 두 알이 필요했다. 겨우 기분을 잠재워 놓았더니 조금 지나서는 또 컨트롤 할 수 없는 우울이 찾아오는거다.

이틀째, 세 알을 먹고 있다.  
업무때야 일 하는데에 지장을 주면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먹었다.
(스스로도 하루 한 알 이상 먹고싶지 않고,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닌가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곧 내원일이 다가오니 의사와 상담을 할 것이다.)

퇴근 후에도 불청객은 찾아왔다.
메틸 덕에 입맛은 더럽게 없지만 의무감으로 부지런히 맛없는 저녁을 챙겨먹었다. 나의 위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위해서.

세번째 약을 먹고 이른 저녁시간부터 방의 모든 불을 끄고 쉬었다.
그러다 그래도 머리는 감아야지 하는 마음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결국 샤워를 싹 마치고 나왔다.
내친김에 이불을 털어내고 침대시트는 롤테이프로 청소하고 꽃식초가 함유된 섬유탈취제도 뿌렸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부지런히 나를 위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잘했다 나야. 아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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