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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는 내 얘기
Level 2   조회수 211
2020-10-30 15:22:26

저는 언제나 내가 몸도 마음도 완벽히 건강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항상 생활기록부에는 "정리정돈을 못함" "주위가 산만함" 의 평가가 있었고 항상 뭔가를 잘 잃어버리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그냥 덤벙거리는 성격탓인줄로만 알았죠. 

부모님도 공부도 잘하고 뭔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니까 그냥 성격이라고 생각하신거 같아요.

그런데 너무 정리를 못해서 방은 항상 쓰레기장 같은데 어쩌다 (일년에 한번쯤) 맘먹고 정리한번하고... 그러고 또 계속 그 상태로 지내고 치우기 귀찮기도 하거니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안해요. 별로 불편한줄도 모르겠고... 어릴땐 항상 엄마가 방을 깨끗이 치워주셨는데 다 크고 나서는 엄마도 포기하시고 그냥 게으른 성격탓이고 어릴때 엄마가 일을 너무 안시킨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계세요. 


대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한지도 꽤 오래되었는데요.  언젠가 회사사정이 안좋아지기도 하고 일도 너무 많아지고 그래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하는 얘기가 다 따로따로 다 들리고 전화벨소리 팩스소리 다 들리는데 정말 미칠것 같더라구요.

스트레스때문에 안좋아진것 같아서 근처 정신의학과를 갔어요.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ADHD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ADHD의 증상이 다 제 증상이더라고요.

실수를 너무 많이 하고 회사에서도 상사가 얘기하면 얘기도 안끝났는데 알았다고 돌아서며 바로 시작해버리려고 하고 (급한 성격때문인줄로만 알았죠.) 

"아직 말 안끝났어." "끝까지 좀 들어봐"라는 소리를 거의 매번 들었던것 같네요. 


회의시간에도 남의 말 끊기 일쑤고.. (그런데 진짜 말하고 싶은데 못 끼어들면 안절부절하고 그래요) 학생때는 발표력이 우수하고 적극적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회사에서는 ㅠㅠ

흥분하면 목소리 커지고 그거 지적받으면 또 더 화나고..... 


ADHD 진단을 받고 나니 언제나 문제풀땐 다 아는것 같고 다 맞은것 같은데 단 한번도 100점이 아니었던 수많은 시험들이 생각나고 

결정적인 시험보러 가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망한것도 생각났어요. 

수능보러 갔을때는 수험표를 안가져간거에요.  그래서 복도에서 엉엉울고 있는데 지나가던 감독관선생님이 왜 우냐고 시험본부로 데려가서 임시 수험표 만들어주시고 괜찮다고 하긴했는데 일단 한번 당황한 다음이라 시험은 엉망이었죠. (수험표는 책갈피 사이에 끼워져 있었는데 제가 못본거였어요)

그리고 자격증 시험보러갔을땐 진짜 자신있었는데 계산기 안가져가서 또 시험 망치고 ㅠㅠㅠ 


그런데 진단 받은것 만으로도 저에겐 좋은일이었던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런지 뭐가 문제인지 알았으니까요. 


지갑도 잘 잃어버려서 혹시 잃어버려도 낭패보지 않도록 가방에 예비로 카드를 따로 갖고 다니는 버릇이 있고 혼자 여행다니는걸 좋아하는데 돈을 여기저기 나눠서 여러군데에 넣고 지갑이랑 폰이랑 끈 매달아서 가방에 묶고 다니고 그래요.  


그리고....제가 아직 운전면허가 없습니다.

주변사람들은 제가 운동도 좋아하고 활동적이고 하니까 금방 딸거라고 하는데....

운전면허학원 등록하고 지금 두달 됐는데 원래 정해진 네시간 강습 모자라서 지금 열시간째 수강료 더 내고 강습받고 있어요.

아직도 장내기능 하는중... 

자꾸만.... 운전하면서 멍해져서 해야할걸 까먹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약을 아침에 먹는데  저녁때 되면 약기운이 떨어져서 인가 하고 어제는 오후에 약을 먹고 학원을 갔는데

왠지 잘 되더라고요. 어쩌면 플라시보효과일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ADHD있다는건 혹시 사람들이 저에대해 선입견을 가질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남친에게만 말했는데 자꾸 너는 운전하지 말라고 걱정하네요


그치만 운전면허 꼭 따고 싶습니다. ㅠㅠ 

운전면허 따서 퓨리오사처럼 멋지게 차 몰고 다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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