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부터 7월까지 나는 내가 사는 곳의 자원봉사센터에서 인턴으로 6개월 동안 근무한 뒤, 퇴사 후 공백기가 생긴지 7달이 지났다. 남은 6개월 동안 사회복지사 1급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적금을 깨서 여행을 하고, 영상 작업을 위한 장비 구입으로 모은 돈을 전부 다 사용하였다. 그래서인지 삶의 질 또한 많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었다. 취업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던 걸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업무를 나중으로 미루고 또 미루고.... 지금 되돌아봐도 나는 미루기의 끝판왕 이었다.
적금을 깨고 여행을 하던 중, 나는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에이앱과 타 정신질환 커뮤니티에서 만난 지인들을 만나러 대구에 내려갔었다. 그 중에는 나랑 같은 심각한 ADHD를 가진 분이셨는데, 같은 사회복지 전공이고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시는 분이셨다. 그 분에게 ADHD가 사회복지 기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꼭 여쭤보고 싶었다. 기차 시간 때문에 많은 시간동안 대화를 하진 못했으나 대화를 통해 얻게 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일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놓치는 게 많은 우리로선 기관 업무에 피해를 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사회복지 공무원을 생각하는게 나을 수 있고, 지금 당장 사회복지 공무원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자원봉사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을 때도 1365 자원봉사 포털의 봉사활동 실적 입력 및 승인 업무를 주로 하였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정직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큐링쌤, 이전에 근무했던 인턴(전임자)은 하루에 300장은 기본으로 자원봉사 활동일지 실적 입력을 했는데 큐링쌤은 하루에 200장도 못하고 이게 뭐냐." 이 때 비교 당했던 나의 마음은 정말 속상했었다. 이러다가 진짜 직장에서 사무업무를 하게 된다면 이런 이야기를 더욱 더 많이 들을 것이 분명했다. 걔다가, 내가 정직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사업에 대한 예산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이곳저곳에 막 쓰는 충동소비만 하는 스타일인데 예산을 씀씀이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리고 3개월 동안의 수습평가를 좋게 받고 완전히 임용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하였다. 일단 이건 나중의 걱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내가 이 회사에 일하고 있다는 마인드로 면접에 임하고 있다보니 이런 생각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는 에이앱 톡방에서 만났었던 또 다른 취준 중인 사회복지사 형님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에이앱에서 뵌 형님을 통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제도를 활용하여 직업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아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계속 미루면서 나중에 해야지~ 하다가 결론적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다반사이었다. 근데 형님께서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나에게 수시로 연락을 주시면서 취업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큰 도움이 되어주셨었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짤 수 있는데에 도움을 주는 Prority matrix 같은 사분면 표 자료도 주셨었다. 앞으로의 계획 수립에 있어서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일단 사회복지 시설이나 유사 시설에서 근무를 할 때에 정직원으로 들어가진 않을려고 한다. 1년 정도 경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이기에 이 목표가 달성이 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계속 채용시험에서 떨어진다면 대구에서 뵛던 분의 말씀처럼 사회복지 공무원에 도전하는게 더 나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짤리지 않는 ADHD들을 위한 직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솔직히 ADHD 있는 사람들만 모여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다면 좋은데 지금 사회분위기로 봤을 때 이상적인 생각인거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