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의 나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 거나 이해가 안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했고, 내 감정의 변화가 요동쳤고(화, 불안, 우울, 기쁨), 느끼는 감정을 바로 표출하였다.
요즘은 내 주위 사람들의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가만히 먼저 들어보는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한 발짝 물러서서 내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당사자의 입장을 조금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약물 치료와 경험을 통해 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인지하게 되었고 나 스스로 생각하며 변화를 느낀다.
변화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낀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와 의견 대립으로 갈등과 다툼이 일어날 것 같다고 판단되면
의식적(형식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때론 반응하기에 망설여질 때도, 반응을 안 할 때도 있다.
난 점점 그녀에게 감정 표현이 적어졌다.
내가 너무 아파서 그런가,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인가, 감정이 둔해진 걸까.
아니면 내 뇌가 반응에 적응하는 능력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그녀 덕분에 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알게 되었다.
내겐 너무 소중하고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변하지 않았단 것을 인지한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서로 조금씩 멀어져 간다는 것을 느낀다.
약물 치료 초기에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말했다.
또한 그녀가 몰랐어도 되는 부분까지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그녀가 나 때문에 상처받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고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을뿐더러 내 걱정도 되니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지치고 힘들어한다.
나도 요즘 약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적응(식습관, 생활방식, 보험, 인간관계 등등)하기가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좋은 이야기 하기 힘들어지고, 연락의 빈도도 점점 줄어들었다.
우울한 거, 슬픈 거, 아픈 거 그녀에게 티 내고 싶지 않기에 하려던 말도 아끼게 되고, 최소한의 대답과 공감만 하게 된다. 그녀에게 말해주는 정보의 양(일상)도 줄었다.
확실히 그녀도 나에게 말해주는 정보의 양(일상)이 줄었다.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이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에게 말은 해주지 않지만,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히 서운하고 불안해하고 그녀에게 귀찮게 굴고 화도 냈을 것이다.
이해보다 감정이 앞섰기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감정 제어가 되질 않았다.
가끔 섭섭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해졌다. 내 기준에서 문제가 크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좋게 넘어가려고 마음을 바꾸는 중이다. 그녀의 성격과 기질을 아니까. 바뀌기 힘든 부분은 인정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그녀와 사이가 안 좋을 때 예전에 느꼈던 감정을 남아있는 것 같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녀뿐만 아니라 가족(부모님, 동생)에서도 남아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람들일수록 모든 감정을 겪어봐서 그런가.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앞으로 꾸준한 치료를 통해 이러한 감정을 좀 더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겐.
아직 나에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요약하면...
약을 먹고 확실히 변화를 느낀다.
변화에는 과정이 필요하다.
확실히 나에겐 견디기 힘든 고통이 수반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여유가 없을 때
서로 힘든데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서로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난 그녀가 좋다.
멍청이.
*궁금증 약물치료를 통한 단계적 과정(그중 감정) 변화에 적응하고,
'정상 범주'에 속하게 된다면 이것이 내가 본래 원하던 삶을 살아가고 싶어했던 방식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아직 약물치료와 경험이 더 필요한 부분이니 겪다 보면 의문점이 풀리지 않을까.
2021. 1.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