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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일까?
Level 3   조회수 102
2021-03-18 00:02:05

힘든 수험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했다.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침체기에 젖어들었던 것 같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느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어떤 것을 시도해도 나아지는 듯한 느낌은 없고 그럴수록 자기계발에 집착하듯이 무언가를 또 시도하려 했다.


복학을 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큰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니까 아마 더 나아지겠지.. 뭐라도 하고 있다는 큰 변명이 생기니까 괜찮아 지겠지 싶었다.


내 생각보다 난 스스로를 꽤나 방치한 편이었다.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구호를 외치는 일도 지겹다. 어차피 그래봤자 얼마 안 갈것 뻔하니까.

화이팅 하자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위로도 받고 에너지도 받고 나 스스로 다짐하고 다음날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런 패턴을 여러번 반복하다 보니 이젠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힘든 시국에 알바를 새로 구하고, 학교 가서 그리웠던 친구들도 보고, 오랜만에 전공책도 펴고, 음악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에 앨범도 사고, 갑자기 분 바람에 연기도 배워보고 싶다고

학원도 다니고.. 따지고 보면 감사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또 주변 사람들에게는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 하고,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변한 만큼 뭔가 나도 더 변했으면 하는데.. 내 심리는 그렇지 않고 또 남들 앞에서 긍정적인 척 하는게 너무 지친다.


종교생활을 하는 도중, 들었던 말씀 중에 요즘 사람들이 가진 큰 문제는 '무기력함'이라고 꼬집었다. 아무래도 심각한 무기력함에 걸린 것 같다.

극복하기 위해선 일단 기본적인 것들부터 지키라고 한다. 수면 패턴, 식습관, 운동이 일단 가장 생각나는 것들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대로 지킨 것이 없다.

내가 의지가 없고 무기력해서 못 지키는 것인지.. 망가져서 못 지키는 것인지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글을 쓰던 도중 잠깐 노래를 듣고 재밌는 유튜브를 보다 보니 또 사람이 한결 나아졌다.

나에게 그럼 필요한 것은 휴식인가? 충분히 쉬었다고 한 것 같은데 제대로 그럼 못 쉬었구나. 그럼 제대로 쉰다는 것은 뭘까?


요즘 단톡방에서도 말이 없고,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카톡하거나 뭔가 일처리를 할 때 굼뜨거나 버퍼링이 걸린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어느 순간 부터 스트레스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냥 회피하는 노력이 더 편해서 그러는 것 같다. 

adhd와 우울증이 가져다 준 선물일까? 이런 틀을 가진 삶에 지쳐있고, 익숙하고, 벗어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이렇게 냅두고 또 변하려고 하는 노력도 귀찮아서 

될 대로 되거라 라는 마인드도 생긴 것 같다. 무엇을 해야 내가 나아질까.. 참 어렵다. 

단약을 한 지 좀 되었는데 약을 다시 먹으면 좀 나아질까? 오히려 약 먹었을 때는 숨쉬는 것처럼 소화불량과 두통을 달고 살았는데 너무 어렵다.

아무도 없는 곳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자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하루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안 한것 같아서 하루가 아쉬워 밤 늦게까지 노래를 듣다가 잔다. 얼마나 모순적인 삶인가..

좀만 더 하고싶은 대로 하면서 살지 싶다. To Do List를 작성하고, 모든 기기들을 끄고 집중하면서 하는게 아니라 가끔 핸드폰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쉬엄쉬엄 하는 그런 삶.. 좀만 더 나태하게 지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극 받고 열심히 살아야지 동기부여 받고, 다짐을 하다가 얼마 못 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는 걸 보면 이젠 그냥 끝까지 갔다가 어느 지점에 가면 그 땐 무슨 생각을 할지 나도 궁금하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열심히 자기계발의 정점에 사는 사람 처럼 착실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좀만 더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다.

마음이 어지럽고 정돈이 안되는 것 같다. 간만에 다시 음악에 내 마음을 던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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