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씻고 나서 친구와 줌캠으로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 또 참지 못했어요. 얼굴 피부를 또 괴롭히고 긁었어요. 그러느라 한참이 지나서, 허리가 아파질 때쯤에 시간을 실감했습니다. 얼른 세수만 하고 나왔을 때는 한 시간이 지났고, 친구는 30분 전에 이미 나왔다고 연락이 와 있었어요. 급하게 준비하고 연락했는데 친구는 좀 오래 기다리다 잠든 건지 연락을 안받아요. 또 내 탓 같다...
한가할 때는 시간때문에 현타가 오긴 하지만 쓱 넘긴다 쳐도, 왜 일정이 있을 때마저 저는 자꾸 피부를 괴롭힐까요. 그러다가 늦고, 그러다가 곤란해지면서, 밖에 나가야 하는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야 하고...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지도 않는데, 외모에 큰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약 먹고 상담 받으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여전히 거울 앞에서 얼굴을 괴롭히느라 시간을 써요. 작은 거스러미도 참지 못해서요. 특히 얼굴은 무아지경에 집요해지기까지 해요. 왜 그렇게 무아지경이 되는 걸까요. 많이 속상한 날이 돼버렸어요. 오늘, 오늘 진짜 재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손가락 발가락은 그래도 여기에 글을 남기겠지, 생각하면서 멈출 수 있었는데. 그만큼, 참은 만큼 얼굴에 분풀이를 한 것 같아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도 싫고, 긁다가 피가 나는데도 멈추지 못하는 것도 싫어요. 화장실이 문제인 걸까. 어릴 때부터 한번도 방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저에게 안식처는 화장실이었거든요. 그래서일까. 그래서 마음이 놓이니까 불안한대로 마구 행동하는 걸까. 오늘 정말 불안했는데, 정말 손끝이 쭈뼛할정도로 불안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그럴 때마다 씻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도 내일은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해야지. 처음부터 완벽하게 딱 끊을 수는 없는거라고 했으니까, 원망하지 말아야지. 그래도, 그래도 손 발은 많이 지켰으니까.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고, 노력하고 싶은데, 도통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려운 문제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