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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내 스스로가 싫어진다
Level 1   조회수 128
2021-07-05 20:42:06

초등학생 시절 지나치게 산만하고 수업을 방해하던 나는 수많은 검사 끝에 ADHD 판정을 받았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을 그 무렵에 어린 나를 그곳까지 데려가시던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그때 당시에도 약을 당분간 먹고 그랬지만 정신과 약물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시기라 단순히 아이를 얌전히 있게 하기 위한 약물로서 인지하고 끝까지 복용하지 못했었다.


그 후로 15년이 지난 지금 그 기억을 다시 되새겨 본다.




15년간의 인생은 스며들지 못하면서도 어떻게든 억지로 붙어있고자 발버둥치던 나날이었다.


사람 말귀를 끝까지 알아듣지 못한 건 내가 들으려하지 않은 탓이었고


금세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내가 집중하려 노력하지 않은 탓이었으며


사람관계에 섞이지 못한 것은 내 성격이 일반적이지 않은 탓이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인생의 슬픔을 환경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0이 아닌 그 밑에서 시작하여 평균에 다다르지 못하는 나에게 자존감이란 사치에 불과하게 되었다.




매일 매 순간을 나를 돌아보며 탓하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지금까지도 내가 이룬게 없는데 뭘 할 수 있을까 싶어 도전할 용기가 나질 않게 되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흥미롭게 하지 못하기에 더 이상 남에게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내 스스로를 사람들에게서 격리했다.


내가 좀 더 어른이 되면 나아지겠지, 내가 좀 더 배우고 성숙해지면 이런 과거에서 떠날 수 있을거다 라는 부질없는 지푸라기 하나만 잡고 헤매었다.




뭔가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그냥 언제나와 같이 몇살에 어떻게 죽어야 가족한테 덜 피해가 갈까를 고민하고 무기력함을 온몸에 씌우고 있는 날이었다.


언제나와 처럼 나에게 배려해주는 사람들의 말을 끝까지 듣질 못하고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도 해야할 일을 손대지 못했던 날이었다.


아니면 이제서야 이기에 알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난 내가 집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리저리 고개가 좌우로 까딱이며 책상 위의 다른 사물로 시선이 간다.


지금이 몇시지? 저 과자상자에 적힌 글씨체는 어떻게 생겼지? 내 팔뚝의 상처는 얼마나 나았지?


웹캠을 바라보다가 한구석에 방치된지 한참된 뻥튀기를 보며 저게 몇달이 지났는지 헤아리면서도 저걸 차마 버릴 엄두를 못낸다.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나의 몸의 움직임이 인식되기 시작하자 차 안에서 억지로 책 글씨에 시선을 붙이듯 멀미가 나고 숨쉬기가 어렵다.


이제껏 그냥 가는대로 살아와서 적응이된 내 세상이 낮설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초조함과 역겨움과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그걸 빠져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늦은거다 라는 말이 다시금 되새겨지고 자기혐오가 친근하게 내 목구녕에서 솟아오른다.




이젠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실비보험은 가입되어 있는 것 같은데 2016년 이전 가입자면 적용이 안되는건가?


새로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당장 너무 힘들어서 내일이라도 병원에 가고 싶은데 가면 이젠 보험 가입이 힘들다는데 어떻게 하지?


그 돈은 어떻게 마련하고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해결하고 싶어도 무력감과 주의력결핍이 방법을 강구하다가도 다시 관성에 이끌려 제자리에 주저앉힌다.


이대로 나는 죽어야 하는걸까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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