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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7
Level 2   조회수 101
2021-08-23 13:34:22

스터디 과제를 피하기만 하고 무책임 한 A가 있었다.

 A는 나와 같이 하기로한 약속을 여러번 파토 냈었고, TFT 원리에 따라 A양의 점수는 마이너스 20을 초과했었다. 나는 원칙에 따라 거리를 두었다.


 그러다, 저번주에 내 사정으로 스터디 모임 시간을 변경한적이 있었다. 상대방이 내 부탁을 들어준 것에 TFT 점수를 추가하다 보니, 이번에 내가 그 그룹을 위해 도움을 줄 차례임을 알았다.


 TFT 점수는 내 좋을 대로 살기 위해 매기는 것이 아니다. 조원 중 불편한 사람이 한명 있더라도, TFT에 너그러움의 원칙(2번 까지는 봐준다 )이 있기에 도와주었다. 게다가, 행동의 타당성 평가에도 그룹을 도와주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정적으로 정말 싫었지만, 나에게 자신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키고 싶었다.


나는 이번 스터디에서 학습자료를 만드는 과제를 맡았다. 적당히 만들어도 크게 뭐라할 사람은 없겠지만, 누가  봐도 정말 열심히 했다할 만큼의 공부자료를 만들어 주었다.


 TFT는 내가 상대방에게 확실히 호의적으로 행동함을 보여야 하고,  상대방은 그 호의가 전에 나에게 호의를 보였기 때문임을 알게 해야 한다. 이는 내가 보여준 호의가 상대방에개 불투명하게 비춰지면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넣는 것은 물론, 정리 할때 모두가 보기 쉽도록 디자인을 깔끔하게 했다. 평소에 디자인에 신경을 쓰기보다 언제나 실용성을 추구하던 평소의 내가 하던 방식은 아니였다.


 그리고 다음 주 내가 만든 자료에 대해 칭찬하는 말이 오갔다. 나는 괜히 쑥스러운 기분을 감추고, 저번에 갑자기 시간을 바꿔줘서 고마웠다. 제가 따로 할 수있는 건 없고, 이런 부분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말했다. 딱딱했던 분위기기가 조금 풀어 지는 듯 했다. 서로 농담을 하기도 하고, 각자 자신의 의견을 좀 더 말하기 시작했다. 끝날때 쯤 A가 그룹원에게 자기가 정리한 자료를 공유했다. 그 자료에는 우리가 준비하는 시험에 아주 유용하고, 또 구하기도 힘든 자료였다. 다운 받아서 보고 았자니 내가 평소에 바라던 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답과 풀이를 정리하는 것을 돕겠다 했지만, A는 자기가 하갰다고 했다. 다소 강경하게 말하긴 해서 혹시 내가 부담은 준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우선 넘기기로 했다.


이대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나중에 같은 그룹원 B와 연락하며 A가 혼자 자료를 정리 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했다. 그러자 B는 A의 아버지가 몸이 않좋으셔서 병원에 계신다. 그래서 옆에서 간병한다고 한 3일 정도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병원에서 어차피 재대로 된 공부를 하긴 어려우니까, 그 시간에 자기가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A가 무책임 해서 과제를 파토낸 것이 아닌 정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리고 내가 매번 보여준 매정한 태도에 부담을 느껴 자신이 궂은일을 도맡아 한거라면.


B의 전화를 통해 A가 '어차피 시간이 남으니까 자신이 정리 하겠다'고 말한 것을 알게되었다. 마음이 쓰렸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았았다. 극악의 경쟁률, 이번에 떨어지면 더 이상  안뽑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남아서' 란 말은 나와 B를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닌가.

 심지어 나는 이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것도 아니다. A는 내가 자신을 불편해 한다고 알고있으니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말을 하게 몰아간 사람이 다름 아닌 나 였음을 알았다.

 사람은 정말 각자 자신만의 어려움을 안고 사는데, 나는 나밖에 몰랐었다. 부끄러웠다.


나는 A의 TFT 점수를 한번에 줄수 있는 최대점을 주었다. 이것 자체도 내가 정한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0점으로 초기화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 나름 타협을 본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원칙주의자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내 강박에 의한 불편함을 상당히 줄여준다. 솔직히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남들이 알면 굉장히 피곤하게 산다며 질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원칙 없는 삶은 와이셔츠를 뒤집어 입고 뒤로 걷는 것과 같다. 그래도 미음이 아팠다.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노력해준 A가 고맙고, 앞으로 A가 과제를 덜해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것이다. 얼어있던 단톡방이 풀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글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 그만두고 톡방을 나왔다. 나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에 민망할 정도로 서툴다. 그래, 나는 A와 B보다 시험에 대한 준비가 잘되어 있으니까, 그 둘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가 굳건한 중심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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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 한 것은 그 과정과는 별개로, TFT와 타당성 평가에 기반한 행동이 원활한 대인관계에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끝까지 A양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한 것에 스스로가 싫어지는 건 어쩔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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