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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판정 받았습니다.
Level 2   조회수 326
2021-11-04 11:37:16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부터 ADHD 증세가 간간이 보였었습니다.

수업 중엔 집중하지 않고 딴 짓 하기 바빴고, 학교가 끝나면 혼자서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심심함을 달랬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ADHD적 증상을 보이며 부모님이나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ADHD를 의심하긴 하였지만, 

의심의 정도일 뿐 실질적인 치료나 전문 상담관과의 상담을 진행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잊혀진 채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원체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가정의 불화, 학창시절의 왕따, 게임 중독 등으로

저를 더욱 사회와 단절시켰고 그로인해 중학교 때엔 상당한 강박관념과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어렸을 적 부터 다툼이 잦으셨고 결국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이혼하셨습니다.

당시에 큰 타격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정도 예상한 바 였고 이혼하신다 한들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방학이 되면 부모님께서 저를 이모댁에 맡기셨는데 저는 8살이나 어린 사촌이 보는 앞에서도 몇날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살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땐 친구와의 사이에서도 저는 뭐든지 을이었고, 친구의 괴롭힘을 장난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과한 반응을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한참 주변인에게 속만 썩이던 때에 딱 사춘기가 끝났습니다.

평소처럼 옷을 개고 있는데 그날따라 주름없이 각을 맞추는 게 귀찮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 때를 시작으로 조금씩 저에게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지키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던 강박관념들이 하나 둘 무심해져 갔고, 수도꼭지를 바라볼 때마다 느끼던 불안함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복장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었고 친누나의 도움으로 옷을 한 두벌씩 사 입었습니다.

친구의 괴롭힘에 대한 저의 반응으로 인한 오히려 그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을 달리하자 괴롭힘 또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터진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생활은 거의 하지 못했지만, 그 해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진중한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그러면서 첫 연애도 해보고,

매사에 비관적이었던 성격과 가치관이 허물을 벗은 듯 깨져나갔습니다.  남이아닌 저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고쳐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와 경험과 실수, 깨달음이 모여 하나의 인생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저를 바라볼 여유가 생겼을 때, ADHD라는 질환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말소리, 노랫소리만 들려도 깨지는 집중. 정적이 유지되는 공간에서도 떠오르는 잡생각. 터무니없는 실수와 지각에 대한 무지.

매번 찾게되는 새로운 자극과 금방 다시 식어버리는 흥미 등등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ADHD 만큼 정확한 단어가 더는 없을 정도였고, 고심 끝에 병원 방문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1년 중순에 군입대를 하게 되어서 조금 난감했지만 이번에 휴가를 통해서 면담과 CAT검사를 진행했고, 정식으로 ADHD판정을 받고 콘서타 18mg과 27mg을 처방받았습니다.

이후로는 진료의뢰서와 소견서를 토대로 군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려고 합니다.


제가 글재주가 없어 두서없이 쓰다보니 이상한 푸념으로만 대부분을 써내린 것 같아 부끄럽네요 ㅋㅋ...

아무튼 오늘 아침부터 약복용을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두드러진 약 효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쉽지만 꾸준히 복용하면서 행동을 고쳐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상당히 변화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이 글을 통해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흘려넘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비롯하여 증상을 지니신 모든 분들께 고생했다는 말과 응원을 드리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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