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앱에 가입한 지 1년이 지났다. 약물치료를 시작한 것도 1년이 지났다. 사실 에이앱은 병원 가기 전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고 싶어서 가입한거니까 1년째가 되던 날은 한참 전이다. 정보만 얻어간 것도 아니다. 글을 직접 쓰는 일은 드물었다. 글을 쓸때는 내 가장 큰 불안함을 에이앱에 드러냈고, 그것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불안을 드러냈다. 직접적인 인간 관계의 사람에게 불안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지만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 인터넷 상에서 이름모를 누군가가 한번쯤 이름모를 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불안을 토로했다.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도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 자체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일이었을텐데 클릭을 해서 게시글 페이지에 들어온 것 자체가 마음에 안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고서 미련을 가지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차없다고 생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 생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가능한만큼 정리했다. 좋은 관계였거나 좋은 사람이었어도 내가 그 사람에게 영향 받고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연을 끊은 사람이 있었다. 오랜 친구였고 날 이해하고 배려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는걸 알았다. 슬펐지만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이상 겉으로 보기엔 어딘가 괴로워보이는 사람은 아니니까. 친구도 얼마 없어서 오랜 기간 함께 놀던 친구와 절교를 했다는 점이 가슴을 조여오고 한참 무기력하고 우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홀가분해서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 병이 얼마나 날 갉아먹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이 질환을 이용해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들었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다. 성실하게 꾸준히 끊임없이 일하는 일개미 같은 스타일이다(라고 친구가 말해줬다). 전 직장을 다니며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메모해야했고 울면서 상사에게 혼났다. 해고당할까봐 두려워하며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악착 같이 오직 생존을 위해 일을 했다. 그리고 해가 지날 수록 점점 지쳐갔고 결국 몸상태가 안 좋아져서 그만뒀다. 그리고 재택으로 일을 하며 살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기본적인 하루의 스케줄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불규칙한 생활을 했고 건강은 나빠질 듯 좋아질 듯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결국 다시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경력이라고 생각했고 입사지원서류도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취업에 성공했다. 면접을 볼땐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고 오히려 방해가 됐던 것은 서류를 작성하는 스스로의 불안감과 인간에 대한 말도 안되는 불신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죽어가던 애벌레에서 다시 일을 꾸준히 하는 일개미가 되었다. 물론 완전 일개미는 아니고 쉬는 날엔 쉬어주는 일개미다!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하고 대가를 받고 그 대가와 함께 쉬는 시간을 받는게 좋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고 쉬고 일을 하는 삶을 반복한다. 이게 내 삶의 행복 중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