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히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코로나 19 확진이 된 지 일 년 하고도 반이 넘었다. 당시에 난 수험생이었고 꾸역꾸역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하던 참에 확진이 되었다. 다행히 학원 내에 누구도 확진은 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상에 동선은 물론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도 거론되는 병원에서 지옥 같은 격리 생활을 지낸 지 며칠 되지 않은 날 가장 가까이 지내던 수험생이 전화가 왔고 나에 대한 오만 불평과 원망을 드러냈다. 자기도 검사받으러 가는데 미열이 나는 거 같다던가. 아무튼 누구도 확진이 되지 않은 채 일은 넘어가는 거 같았다. 나는 확진이 되고 일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한 달이 넘어서야 나올 수 있었고 다시 학원으로 가려고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당시의 학원과 사회 분위기상 복귀가 어려울 것 같다고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공부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고 집에서 인터넷 강의로나마 공부하려 했지만,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현저히 집중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조울증으로 정신과를 다닌 지 일 년이 다 되어갔던 난 ADHD에 대해 알게 되었고 몇 번의 상담 끝에 @진단과 함께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이미 학원에서 쫓겨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나오게 되고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되면서 아무리 용량을 맞춰가는 단계라고 한들 공부가 될 리 만무했다.
그렇게 방황을 하다 알바라도 하면서 내년을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한 가게에서 주방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적성에 맞았다. 요식업이야 정말 많이 했지만 보통 홀에서 일했을 뿐 주방에서 일한 적은 없기에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지만 꽤 잘 맞는 일이었다.
일하면서 공부보다 일에 점점 마음이 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일에 전념을 다 하기 시작했다. 면접 때 수험생이라고 밝히며 일을 시작했던 난 대표님께 진지하게 일하고 싶다며 심정을 말했고 현재는 매니저가 되는 과정에 있다.
사실 힘들었다. 주5일 근무인데 주 52시간 넘는 건 그냥 예사고 작은 매장이다 보니 이미 역할은 대표님만큼 차고 넘치는데 급여는 최저시급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주변에서는 이곳에서 계속 일하는 것을 다들 만류했다.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을 참았을까. 마침 15일 오늘이 월급날이었는데 대표님이 보내신 메일과 명세서를 보니 10% 정도 급여가 올랐다. 사실 원체 급여가 크지 않았기에 많이 오른 건 아닐 수 있지만, 그동안 1년이 넘게 일했던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함께 메일에 달려진 말, “**씨! 10월 급여부터 ***으로 책정했어요. 항상 마음을 다해줘서 고마워요... ^^” 라는 말이 그동안의 힘들었던 내 마음을 녹게 했다. 사실 주변 친구나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큰일이 아닐 수 있지만 내가 정말 처음으로 진심으로 몸 바쳐 일한 곳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감정은 내게 적잖은 보상이 된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잘 사는 인간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사실 일상에서는 이건 정말 쓰레기인가 싶을 정도로 못할 때가 많음을 매 순간 느낀다. 이건 겸손이 아니고 나에 대한 객관화고 여전히 나에게 숙제와 같은 것 같다.
아무튼 그런데도 다음으로 나아가야 함은 틀림없고 난 그것을 해내야만 한다. 앞으로 3개월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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