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때려치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면서
퇴사동기, 지원동기, 기타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한테는 작은 규모 or 스타트업이 맞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 방향성을 바꾸고, 어찌저찌 괜찮아보였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예상했던 대로 나랑 잘맞는? 부분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난관도 있었다.
그러다가 업무적으로 빡세고 스트레스 받을만한 기간이 있었는데,
하필 그때 다니던 병원이 휴업에 들어가버렸다.
휴업동안 다른병원에가서 약을 받아온다던가.. 하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귀찮고 번거롭고 꺼려졌기 때문에
당분간 바쁘기도 하고 메틸은 어차피 여유분 많으니까 항우울제만 잠깐 단약하지 뭐.. 라는 안일한 판단을 하게 됐고
당연하지만 충동적(?)으로 하게된 단약으로 인해 여러모로 망가지게 되었다.
병원 휴업이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면서 어떻게든 조치를 해야한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만한 의욕을 뿜어내기에는 생각보다 단약의 후유증이 컸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생각만 이어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우울제 안먹는다고 이렇게까지 망가져버릴만한 사람이었나?
내가 망가진게 정말로 '항우울제를 단약했기 때문' 뿐일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폭발시키기 위한 변명거리로 삼은게 아닐까?
정신과를 다니기전 약 20여년동안의 나는 약없이도 잘 살지 않았는가?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버텨낼수 있지 않나?
이런 사고의 흐름 끝에,
어느새 '나의 나약함, 단점, 실수' 들이 보일 때마다
'100% 잘맞는 약을 못찾아서, 먹던 약을 잘 안챙겨먹어서, 외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로 원인을 돌리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나의 의지와 정신력만으로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사고쳤던(?) 부분들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통해 배수진을 치고 의지를 다잡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그와중에 휴업했던 병원은 얼마전 영업을 재개하긴 했지만,
당분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버텨보는 훈련을 계속 하다가
어느정도 의지가 단련이 됐다고 생각될 즈음의 상태를 기준으로 필요한 약을 처방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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